연일 무더위에 전력수요 급증
전력 예비율 10% 붕괴 위기
"내주 더 센 폭염 오는데 걱정"
◆ 신재생 보조금 논란 ◆
이미 이번 주 들어 30도를 웃도는 기온 속에 전력 공급예비율(총 전력 공급 능력 대비 예비전력의 비율)이 10% 수준까지 낮아진 상황이다. 이에 한 단계 더 강한 폭염이 닥칠 경우 '블랙아웃(대규모 정전)'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높다. 15일 한국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최대 전력 수요는 오후 5시 기준 8만8087㎿(메가와트)로 올여름 들어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체 전력 공급 능력에서 최대 전력 수요를 뺀 공급예비력은 9388㎿, 공급예비율은 10.7%로 집계됐다. 바꿔 말하면 우리나라에서 생산할 수 있는 전력의 90%가 사용 중이고, 추가 여력은 약 10%에 불과했다는 얘기다.
이번 주 들어 서울 기준 하루 최고 기온은 13일 31.5도, 14일 33.5도, 15일 30.5도 등으로 30도를 넘는 폭염이 이어지고 있다. 더운 날씨 탓에 전력 사용량이 늘면서 최대 전력 수요는 11일 6만8518㎿에서 14일 8만8087㎿로 뛰면서 올해 최대 전력 수요였던 지난 1월 11일 9만564㎿에 근접했다.
통상 전력 업계에서는 예비율 10%를 안정적인 전력 공급의 마지노선으로 본다. 발전기의 고장이나 예기치 않은 전력 수요 급증 등을 감안하면 최소한 10%의 공급예비율은 확보돼야 갑작스러운 블랙아웃을 막을 수 있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정부는 올여름 전력 수요가 최대 9만4400㎿까지 올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전력당국에 따르면 이달 넷째 주 예비율이 4.2% 수준까지 내려갈 가능성도 점쳐진다. 주한규 서울대 교수는 "2015년 수립된 7차 전력 수급 기본 계획에 따르면 신한울 1·2호기와 신고리 5호기, 월성 1호기 등 원전 총 4기가 추가 가동됐어야 하는데 무리하게 탈원전을 밀어붙이면서 전력 수급이 불안한 상황에 놓였다"며 "일시에 전기 수요가 몰릴 경우 블랙아웃이 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앞서 미국·중국 등에선 이미 이상 폭염에 따른 전력난이 현실화했다. 미국 CNN 보도 등에 따르면 중국은 2011년 이후 가장 심각한 에너지 부족 사태에 직면했다. 현재 광둥성을 비롯해 최소 9개의 성이 폭염과 에너지 수요 급증, 석탄 화력발전소 가동 제한 등의 여파로 전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중국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10% 이상을 차지하는 광둥성은 최근 한 달 넘게 전력을 배급제로 공급하고 있다.
미국은 기록적인 폭염이 발생한 북서부 지역을 중심으로 전력 공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시애틀 42도, 포틀랜드 42도 등 40도를 웃도는 폭염이 이어지면서 전력 사용량은 급등하고 있다. 이에 각 지역에선 주민들에게 전력 사용 자제를 요청하는 긴급 경보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백상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