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저탄소’ 1등 스웨덴의 비결

손진석 파리 특파원 2021. 7. 7.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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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의 원자력 발전소

유럽은 지구온난화를 가장 경계하는 대륙이다. 지난달 EU는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1990년 대비 55% 줄이기로 결의했다. 2050년에는 완전한 탄소 중립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EU 27회원국이 모두 저탄소 국가를 지향하는 가운데 성적표로는 스웨덴이 단연 1등이다. EU 통계기구인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스웨덴의 연간 1인당 탄소 배출량은 5.2t으로 EU 최저치다. EU 평균(8.4t)보다 38% 적고, 네덜란드(11.1t), 벨기에(10.6t), 독일(10.1t)의 절반 수준이다.

스웨덴이 시대의 과제인 탄소 배출 줄이기에서 앞서가는 이유로는 재활용이 몸에 밴 국민들의 선진적인 생활 습관을 들 수 있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측정해 기업에 부과하는 탄소세가 세계에서 가장 무겁다는 점도 한몫한다. 결정적으로 원전을 없애기로 한 국민적 결의를 지키지 않고 있는 것이 역설적으로 유럽 최고의 ‘저탄소 국가’가 된 비결로 작용하고 있다.

1979년 미국 스리마일 원전 사고를 계기로 스웨덴은 1980년 국민투표를 실시해 세계 최초로 탈원전을 결의했다. 원전을 추가로 건설하지 않고 기존 원전을 2010년까지 모두 없애기로 했다. 하지만 스웨덴은 당초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2010년대에도 원전 비율이 40% 안팎이었고 지난해에야 30.2%로 줄였다. 전 세계 전기의 10.4%만 원전에서 뽑아내는 걸 감안하면 스웨덴은 여전히 원전 강국이다.

스웨덴이 국민투표까지 거친 탈원전 계획을 뒤엎은 이유는 효율적이고 친환경적인 ‘에너지 믹스’를 위해서다. 원전을 급격하게 줄이면 생산 효율이 낮은 신재생에너지로는 구멍을 메울 수 없고 화석연료 사용을 늘리는 수밖에 없게 된다. 그러면 대기 오염은 불 보듯 뻔하다.

지난해 스웨덴은 전체 전력의 44.5%를 산간 지형을 활용한 수력으로 생산했고, 원전이 30.2%로 뒤를 받쳤다. 공해 없는 ‘수력+원전’이라는 에너지 믹스 덕분에 스웨덴의 화석연료 비율은 세계 최저 수준인 2.2%에 그쳤다. 요즘 스웨덴에서는 원전을 추가로 지어야 한다는 의견이 점점 힘을 얻고 있다.

스웨덴의 청정 전력 생산은 원전을 가동하지 않는 유럽 국가들과 분명한 대조를 이룬다. 원전을 모두 없앤 뒤 풍력으로 전력의 56.3%를 만드는 덴마크는 화석연료에 21.7%를 의지한다. 빠른 탈원전을 지향하는 독일은 화석연료 비율이 43.7%에 이른다. 유럽에서 태양광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는 이탈리아인데, 생산 효율이 높지 않아 전체 전력의 9.6%밖에 만들어내지 못한다. 원전이 없는 이탈리아는 화석연료 비율이 56.8%에 달한다.

모든 EU 회원국이 탄소 배출을 줄이자며 목청을 돋우고 있지만 어떤 나라가 환경에 천사인지는 분명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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