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우리가 만든 '연구용원자로 핵연료'가 성능시험을 통해 세계 시장 진출에 본격 나선다. 연구용원자로 공급국을 넘어 핵연료 수출국으로 한 단계 도약하는 발판이 될 것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자체 개발한 '고밀도 저농축 우라늄실리사이드 판형핵연료'에 대한 성능 검증을 벨기에 원자력연구소와 국제공동연구를 통해 진행한다고 1일 밝혔다.

성능 검증은 2025년 말까지 벨기에의 100㎽급 연구로 'BR2'에서 진행된다. 고성능 연구용원자로는 높은 출력을 내기 위해 농축도 90% 이상의 고농축우라늄을 연료로 사용한다. 벨기에는 고농축우라늄 사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저농축우라늄 핵연료를 개발하고 있다. 하지만 농축도 20% 미만의 저농축우라늄 실리사이드 판형핵연료는 출력 밀도가 부족해 고성능 연구용원자로에 사용할 수 없다.

원자력연이 개발한 저농축우라늄 실리사이드 판형 핵연료는 자체 개발한 '원심 분무 핵연료 분말 제조기술'을 적용해 저농축우라늄을 사용해도 고성능 연구용원자로에서 높은 출력을 유지할 수 있다.

판형핵연료는 고농축우라늄 대신 저농축우라늄을 사용하는 중간급 우라늄 밀도의 2세대 핵연료로, 알루미늄 재질의 피복을 판상 형태로 제작해 높은 중성자속과 효율적인 냉각이 가능하다.

원자력연은 최대 섭씨 2000도의 고온 진공 상태에서 우라늄실리사이드를 녹여 고속 회전하는 판 위에 분사해 미세하고 균일한 핵연료 분말을 대량 생산하는 기술을 확보했다. 이 기술은 95% 이상의 수율과 함께 프랑스 등 경쟁국에 비해 불랑률이 낮고, 가격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원자력연은 5년 동안 핵연료 성능 검증을 성공적으로 마치면 우라늄실리사이드 판형 핵연료를 사용하는 대부분의 국가에 공급할 수 있는 자격을 얻게 된다. 현재 연간 3000억원 규모의 우라늄실리사이드 핵연료 시장을 고려할 때 연간 300억원 이상의 수출을 올릴 것으로 원자력연은 기대하고 있다.

원자력연은 벨기에 BR2의 핵연료 집합체에 판형 핵연료를 장전한 뒤, 연소, 냉각, 분석 시험 등을 거쳐 성능을 검증하게 된다.

최기용 원자력연 하나로중성자연구단장은 "우리의 핵연료는 저농축우라늄을 사용해도 원심분무분말의 특성으로 고밀도 제조가 가능해 고성능 연구로의 높은 출력을 유지할 수 있는 우수성을 확보하고 있다"며 "벨기에와 공동연구를 통해 세계 연구용원자로 건설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이준기기자 bongchu@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