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칼럼] 원전수출 범정부적 총력지원체계를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1.05.31 11:03

문주현 단국대학교 에너지공학과 교수

문주현 단국대 교수

▲문주현 단국대학교 에너지공학과 교수

요즘 내리는 비는 하늘에 가득한 황사와 미세먼지를 씻어주니 더할 나위 없이 반갑다. 탈원전 정책으로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을 헤매고 있는 우리 원전산업계가 미국·프랑스 회사와 치열하게 경합중인 체코 원전 건설사업 수주에 성공한다면 이런 단비와 같은 희소식이 될 것임에 틀림없다. 더욱이 지난달 21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에서 ‘해외원전사업 공동참여’에 합의한 것은 다른 해외원전 건설사업 수주전에도 청신호가 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체코 원전을 비롯한 다른 해외 원전건설 사업 수주를 낙관하기는 아직 섣부르다. 지난 2009년 UAE 원전 수주 때만큼, 우리 정부의 총력지원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산업통상자원부가 원전 수출 지원을 총괄하고 있지만 다음과 같은 측면에서 볼 때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한계가 뚜렷하다.

첫째, 지금 산업부는 탈원전 정책을 최전선에서 집행하는 부처다. 한때 원전산업을 진흥하였으나, 현 정부 들어와서는 입장이 180도 바뀌었다. 현 정부 초대 산업부 장관을 비롯해 후임 장관 모두 탈원전 노선에서 한치도 비켜나지 않았다. 에너지기본계획과 전력수급기본계획 같은 국가 계획에 탈원전 정책을 반영하여 원자력 입지를 좁혔다. 안전이 우려된다며 국내에서는 원전을 짓지 못하게 하면서 다른 나라에는 그 원전을 지으라고 설득한다. 우리도 헷갈리는데, 그들이 산업부의 진심을 종잡을 수 있겠는가.

둘째, 산업부의 통솔력이 약해졌다. 현재 산업부는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를 위해 산하기관에 경제성을 조작하라고 지시했다는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누구보다 법과 절차를 지켜야 할 행정부처가 위법 행위로 법의 심판을 앞두고 있다. 관행상, 산하기관이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신한울 3·4호기 건설 중단을 단독으로 결정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여론의 비난이 몰리자, 산업부는 산하기관에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했다. 원전 수출 같은 큰일을 해내려면 모든 관련자의 일사불란한 팀워크가 필요한데, 위법을 서슴지 않으며 나중에 책임을 떠넘기는 산업부의 모습을 본 산하기관들로부터 과연 진정한 협조와 협력을 이끌 수 있을지 의문이다.

셋째, 산업부는 정책 조정능력을 잃었다. 탈원전 정책의 칼날을 휘두르며 국내 원전 기자재 공급망을 망가뜨렸다. 고사 상태에 빠진 원전산업계 아우성에 산업부는 원전 수출을 궁여지책으로 내놨다. 최고의 원전 기자재 공급망은 우리 원전의 품질과 가격경쟁력을 보장하는 핵심요소였다. 같은 부처 내에서 한 과는 탈원전 정책으로 공급망을 붕괴시키고, 다른 과에선 공급망이 온전해야 성사될 일을 추진하고 있다. 같은 부처 내에서 방향성이 다른 일이 동시에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원전 수출에 참여하는 국내 대부분 기관이 이 두 과와 연관돼 있는데,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혼란스럽다.

넷째, 산업부는 업무의 연속성이 떨어진다. 산업부를 비롯해 행정부 공무원은 순환보직제 때문에 한 자리에 오래 머물지 못한다. 업무를 익혀 제대로 일을 할만 하면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한다. 원전 수출은 알아야 할 것도 많고, 상대방과 오랜 기간 협상해야 한다. 이런 상황 속에서, 산업부 공무원에게 수출 지원 업무를 척척 알아서 하길 기대하는 것은 요행에 불과하다.

원자력은 경제 희생 없이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에너지원이다. 대용량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저탄소 에너지원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2050 탄소 중립’을 위해 원자력이 꼭 필요하다. 또 많은 나라도 원전을 필요로 한다. 우리나라는 이들 나라에 최고 품질의 원전을 합리적 가격에, 정해진 기간 내에 공급할 수 있는 유일한 나라다.

우리는 경제발전과 일자리 창출. 국제사회 일원으로 제 역할을 다하기 위해, 고품질 원전을 계속 수출해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 탈원전 정책을 철회하고,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는 현재의 원전 수출 지원체계를 정비해야 한다. 특히, 범정부적 지원이 가능하며 제도적으로 보장된 원전 수출 지원 전담조직을 신설해야 한다.

원전산업계도 원전 수출 확대에 대비하여, 사업구조를 개편하고 자생력을 키워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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