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이용한 ‘그린 수소’… 세계가 달려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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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05.20. 오전 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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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서 얻은 전기로 수소 생산… 탄소배출 없고 경제성도 높아
미국·유럽 등 주요 국가들이 ’2050년 탄소 중립'을 목표로 환경 규제를 강화하면서 탄소 배출이 없는 수소 산업이 미래 성장 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원전을 이용한 수소 생산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세계원자력협회(WNA)는 지난 3월 유엔 유럽경제위원회가 주관한 워크숍에서 원자력에너지로 청정 수소를 생산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원전에서 생산한 전기를 이용해 물을 전기분해하거나 열화학 반응을 이용해 수소를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수소 관련 글로벌 CEO 협의체인 수소위원회에 따르면, 2050년경 전 세계 수소 소비량은 약 5억4600만t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이는 132억6000만배럴의 석유를 대체하는 규모로, 전 세계 에너지 수요의 약 18%에 달한다. 미국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세계 수소 시장 규모는 2050년 12조달러(약 1경3400조원) 규모로 확대될 전망이다.

그래픽=김성규

수소는 생산 방식에 따라서는 크게 그레이·블루·그린 수소로 분류된다. 그레이 수소는 석유화학이나 정유, 제철 공정에서 부산물로 나오는 부생수소나 천연가스에서 추출하는 수소다. 생산 비용은 가장 저렴하지만, 생산 과정에서 온실가스가 배출돼 진정한 탄소 중립과는 거리가 멀다. 블루 수소는 그레이 수소 생산 과정에서 발생한 이산화탄소를 포집·저장해 탄소 배출을 줄인 수소를 뜻한다. 그린 수소는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에서 생산한 전기로 물을 전기분해(수전해)해서 얻는다. 생산 과정에서 탄소를 배출하지 않아 이상적인 수소에너지로 분류되지만, 재생에너지는 날씨에 따라 발전량이 일정치 않고, 아직까지 생산 단가가 높아 상용화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그래서 주목받는 것이 원전이다. 세계 각국은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원전을 이용해 수소를 생산하는 기술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원자력 활용한 청정 수소 대량생산

세계 최대 원전 기업 중 하나인 러시아 국영 원전 기업 로사톰과 프랑스 국영 전력회사인 EDF는 최근 원자력 기술을 활용한 수소 생산과 기술 개발을 위한 협약을 체결하고, 러시아와 유럽의 청정 수소 사업을 공동 추진하기로 했다. 로사톰은 “청정 수소 생산 기술 개발이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한 파리 협정 이행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며 “EDF와의 협력으로 러시아와 프랑스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수소 공동 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강력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 2위의 원전 대국인 프랑스는 지난해 9월 원자력 에너지를 포함한 70억유로(약 9조6500억원) 규모의 그린수소 생산 정책을 발표했다. EDF는 앞서 2019년 원자력과 재생에너지를 이용해 수소를 생산하기 위해 자회사인 하이나믹스(Hynamics)를 설립했다. EDF는 원전에서 물을 분해해 수소를 생산하는 실증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미국 에너지부(DOE)도 아이다호 국립연구소 주도하에 엑셀에너지 등 3개 원전 운영사와 함께 현재 운영 중인 원전을 활용한 수소 생산 실증 사업을 진행 중이다.

◇한국에서 가장 저렴한 그린수소 생산 방식은 원전

국내 대표적 원전 기업인 두산중공업도 최근 한국수력원자력과 함께 중소형 원자로를 활용한 수소 생산 공동 연구개발에 협력하기로 했다. 하지만 탈원전 기조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어느 정도 힘을 받을지는 미지수다.

전문가들은 한국에서 수소를 생산하는 데는 원전이 필수라고 지적한다. 정부는 지난 2019년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했지만, 지금의 탈(脫)원전 기조를 고집하는 한 그린수소 생산과 경제성 확보는 달성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정부는 2030년 연간 194만t의 수소를 공급하겠다고 밝혔지만, 에너지기술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2030년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생산할 수 있는 수소량은 21만t 수준으로 10.8%에 불과하다.

정용훈 카이스트 교수는 “재생에너지 확대가 정부 계획대로 진행되더라도 그린수소 생산 가능량이 2030년 수요의 10% 수준에 불과하고 해외보다 높은 재생에너지 발전 단가로 인해 경제성 확보도 어렵다”며 “원전을 활용해 경제적인 그린수소를 대량으로 생산하는 기술 개발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안준호 기자 liba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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