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전, 美증권거래위에 "정부 요금규제시 수익성 악화" 보고서 냈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1.05.10 16:04

-지난달 미국 SEC에 연차보고서 제출

-연료비연동제 시행에도 요금인상 유보

-이소영 의원 "투자자-국가소송 걸릴수도"

한전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한국전력공사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연료 가격 인상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전기요금 규제시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고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전은 지난달 30일 SEC에 이같은 내용을 담은 연차보고서를 제출했다.

주요 공시내용에는 △회사에 관한 일반사항 △영업, 재무 실적 및 전망 △주요 주주현황 및 관계회사와의 거래 △시장가격변동에 따른 재무적 영향 분석 △내부통제 등이 담겨있다. SEC가 2019년 한전에 서한을 보내 전기요금 개편 관련 자료 제출과 공시를 요구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한전은 이 보고서(영문본 96쪽)에서 "2018년부터 2019년 상반기까지 연료비의 지속적인 증가는 적절한 시기에 충분한 전기요금 인상으로 상쇄되지 못했다"며 "이 또한 당사의 이윤과 재정상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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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지난달 30일 제출한 연차보고서 영문본 일부로 지난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시된 보고서 영문본 96쪽의 전기요금 정책 관련 내용.

 

실제 정부와 한전은 지난해 말 연료비연동제를 도입했으나 제도 도입 후 첫 전기요금 조정 기회였던 지난 3월 2분기 전기요금 인상을 유보했다. 당시 연료비 상승으로 인상요인이 발생했음을 인정하고도 이를 전기요금 조정에 반영하지 못한 것이다. 정부는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민생안정을 이유로 들었지만 4.7 재보선 등 정치적 요인도 크게 작용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다음달 예정된 3분기 전기요금 조정 때 연료비 변동분을 제대로 반영할지 여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다만 시장에서는 3분기 전기요금 조정 때 경기과열 신호에 국제 원자재가격 급등, 공공요금 줄 인상 등 경제적 요인이 전기요금 인상의 발목을 또다시 잡을 수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한전도 이 보고서에 "전기사업법과 물가안정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전기요금은 당사에 적정원가를 보상하고 적정 투자보수를 보장하는 수준에서 결정된다"면서도 "다만 때로 전기요금 조정에는 시차가 발생하며, 정부의 입장에서 물가상승과 같은 기타 고려사항이 존재해 기대수준에 부합하는 요금조정이 이루어진다는 보장은 없다"고 명시했다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4일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한전은 지분의 49%가 한국거래소 및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된 회사인데 정부의 규제가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가 한전을 상장사로 운영하면서 영리기업으로 기본적인 경영상 의사결정도 못하게 규제하면 여러 위험 따른다"며 "한전 이사회는 항상 형법상 배임죄에 노출돼 있고 해외투자자들로부터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 대상이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 의원은 또 "정부가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하면서 국제유가 상승분을 전기료에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것도 문제"라며 "정부는 올 1분기 유가가 하락했다며 전기료를 낮춰놓고 2분기에는 유가 상승에도 동결을 결정, 전기료를 인상하지 못한 부분은 모두 한전의 손실로 반영된다"고 지적했다.

문승욱 장관은 이에 대해 당시 "2분기 전기료 인상 보류는 코로나19로 어려운 민생경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며 "연료비 연동제가 시장경제 원리에 따라 운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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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지난달 30일 제출한 연차보고서 국문 번역본(25∼26쪽) 일부로 영문본과 달리 지난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잘못 게시됐다며 정정 공시한 내용.

 

한편 한전측은 영문본과 함께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미국 SEC 제출 보고서의 국문 번역본 일부 내용(25∼26쪽)에 대해 문제점을 지적한 이날 에너지경제신문 관련 보도 직후 국문 번역본 잘못을 바로 잡아 정정 공시했다. jj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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