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칼럼] 기후정상회의에서 큰 아쉬움 남긴 한국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1.05.06 10:30

정범진 경희대학교 원자력공학과 교수

2021050301000121100004961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지난달 22일 세계정상 40명이 참가한 가운데 기후정상회의가 화상으로 개최되었다. 이번 기후정상회의를 주최한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이 온실가스 배출을 획기적으로 낮추겠다면서 기후변화 대응에 선도적 역할을 강조했으며 2030년까지 온실가스배출을 2005년 대비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제시하였다. 미국, 유럽연합(EU), 영국은 물론 탄소중립에 소극적인 일본까지 강화된 감축 목표를 밝혔다.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은 국제적인 ‘탄소 가격제’를 주장했다. 중국과 러시아도 적극적이지는 않지만 동참의지를 밝혔다.

문제는 한국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한국은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추가 상향해 올해 안에 유엔(UN)에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는데 심지어 낙제점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왜 그런 야박한 평가를 받는 것일까.

첫째, 바이든 대통령이 주도한 이번 회의는 각국의 구체적인 감축 목표를 확인하는 자리였다. 그런데 한국은 ‘숫자’를 내놓지 않았다.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높여 연내 유엔(UN)에 제출한다는 것은 변명이 되지 않는다.

바이든/해리스가 대통령 당선자 신분으로 4대 정책을 홈페이지에 올린 바 있다. 그 가운데 하나로 기후변화대응을 꼽은 것이다. 정책의 중심인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밤을 새워서라도 목표를 수치화했어야 한다. 연내에 할 수 있는 것을 지금은 못한다는 것은 이상한 일이다. 임기 내내 재생에너지를 외치고 그린뉴딜을 외쳤는데 목표가 없다는 게 뭘까.

둘째, 국제사회의 변화된 분위기를 파악하지 못한 것이다. 기후변화대응에 적극적이지 않던 러시아, 중국, 일본도 동참의지를 밝혔는데 우리의 대응은 세계정세를 읽지 못한 것이다. 미국이 기후변화에 리더십을 발휘한다는 뜻이 뭐겠는가. 다른 나라를 압박하겠다는 뜻이 아닌가. 그렇다면 준비를 했어야 한다.

셋째, 정책의 중심에 있는 누구도 바이든/해리스의 4대 정책 홈페이지를 읽지 않은 듯하다. 2020년 11월 이낙연 당시 민주당 대표는 현 정부의 에너지 전환정책을 바이든의 에너지정책과 동일시하면서 "한국형 뉴딜 추진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정책 빌붙기를 시도했지만 홈페이지에는 뉴딜이라는 단어는 사용되지 않는다. 태양광이나 풍력발전도 나오지 않는다. 재생에너지라는 표현은 딱 한 번 나오지만 단독으로 쓰인 것이 아니라 재생에너지를 통해 수소를 생산한다는 내용이다. 첨단 원자력을 개발해서 전개한다는 말은 보지 못한 듯하다. 이게 무슨 현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과 같다는 말인가.

넷째, 미국은 기후변화대응을 통해서 자국산 에너지를 사용하고 경제를 활성화하고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주장이 지나칠 정도로 많이 나온다. 여기서 일자리는 아르바이트 수준의 일자리가 아니다. 명시적으로 Good job, Good paying job, Union job 등 정말로 사람들이 원하는 일자리를 말한다. 그렇다면 이를 지지해줄 수 있는 발언을 했어야 했다. 그런데 출제자의 의도를 전혀 읽지 못한 외골수 답을 제출한 것이다.

다섯째, 준비를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아직도 ‘재생에너지가 대세’라고 공염불만 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미 기후변화대응에는 원전이 중심이 놓였다. 청정에너지(Clean energy)에는 원자력발전이 포함된 것이다. 영국은 2003년 토니블레어가 수립한 풍력과 원자력에 기반한 탄소중립(Net Zero) 정책을 총리가 5번 바뀌어도 유지하고 있다. 2018년 송도에서 개최된 UN 기후변화 국제패널(IPCC)도 원자력발전을 확대하는 시나리오를 제시하였다. 구글(Google)도 일찌감치 RE100(재생에너지 100%) 대신 원자력을 포함하는 CF100(무탄소 100%)으로 전환했다. 바이든 정책도 전술한 바와 같이 원자력발전의 전개를 포함하고 있다. 이게 실제 대세인 것이다.

이전 정부에서 신한울3·4호기, 천지1·2호기, 대진1·2호기 건설을 전제로 온실가스 저감목표 37%를 제시했던 것인데 9기가와트(GW)나 되는 전원을 빼고 재생에너지를 아무리 깔아도 이산화탄소배출이 줄이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처음으로 전략환경영향평가를 해봤지만 환경부로부터 2차례 퇴짜를 맞고 기재부의 알 수 없는(!) 중재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현 정부의 정책으로는 아무리 계산해도 이산화탄소 감축이 후퇴하는 결과 밖에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상향조정후 연내제출’이라는 국내용 꼼수를 쓸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임기응변은 한두번이지 4년동안 내내 할 일은 아니다.

성철환 기자 기사 더 보기

0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