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칼럼] 탈원전과 앞뒤 안맞는 원자로 기술개발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1.04.28 10:00

노동석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 연구위원

노동석 위원

▲노동석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 연구위원

작년말 원자력진흥위원회는 ‘원자로 기술개발 현황과 향후 추진전략안’을 논의하고 ‘한국형 혁신소형모듈원자로(I-SMR)’ 개발에 향후 8년간 4000억원을 투입하는 계획을 확정했다. 이달에는 여야 국회의원, 원자력 산업계, 연구계, 정부부처 주요 인사가 참여하여 ‘I-SMR 국회포럼’을 출범시켰다.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는 여권에서 원자로 기술개발에 나서겠다니 어리둥절해진다.

I-SMR 기술개발을 추진한다는 발표를 놓고 정부와 여당이 탈원전 정책을 포기한 신호라고 해석하는 견해도 있다. 일부 성급한 언론은 탈원전 포기를 단정한다. 원전없이 2050년 탄소중립이 불가능하고, 세계 원전시장 흐름도 SMR이 대세이므로 신규원전이 추진된다는 점에서 탈원전 포기로 해석하는 것이 맞다는 주장이다. I-SMR 국회포럼에 여당 국회의원이 여섯명이나 참여했고, 정부 주요 인사가 참여한 것도 탈원전 포기 주장의 근거로 제시된다.

그러나 아직은 반대의 해석이 주류다. 무려 20여명의 국회의원이 참여하는 ‘더불어민주당 2050 탄소중립특별위원회 지방정부추진단’은 지구의 날을 하루 앞둔 지난 21일 기자회견 자리에서 "탈석탄, 탈원전, 재생에너지, 그린수소 중심 사회로 빠르게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업부는 I-SMR이 수출을 전제로 개발되는 것이며, 기술개발 단계에서부터 수출국을 염두에 두고 맞춤형으로 개발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상용화를 주관하는 정부부처는 I-SMR을 국내에 건설할 생각이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6인의 여당의원들이 I-SMR 포럼에 참여한 것은 개인적 일탈일까. 권력의 미세한 균열을 드러내는 의미일까. 여러 억측에도 정부·여당의 탈원전 정책 기류는 여전히 강고하다.

야당과 원자력계의 입장은 어떤가. 원전을 지지하고, 여당의 탈원전 정책에 반대하는 야당으로서 I-SMR 기술개발 추진은 당연히 환영할 일하다. 자신들의 요구와 같은 방향이라고 생각할 테니 말이다.

월성1호기 조기폐쇄, 신한울 1,2호기 운영허가 지연, 연속적으로 다가올 운영허가기간 만료 도래 원전에 대한 계속운전 시도 여부 결정 등 여러 당면 현안에 직면한 원자력계의 입장이 무엇인지는 불분명하다. I-SMR 기술개발 허용과 연구개발 투자 4000억원에 감사해야 할 것인지, 혹여 이것이 다른 의사결정에 있어서 장애요인이 될 수도 있는 우려가 없는 지도 따져볼 일이다.

이해할 수 없는 사유로 운영허가가 지연되고 있는 신한울 1,2호기의 영업손실은 하루 30억원이 넘고, 연간으로는 1조 2000억원에 달한다. 원자력연구소만 하더라도 원전 폐쇄로 감액되는 연구기금이 2030년 한 해 동안 750억여원 수준인 것을 생각해보면 I-SMR 개발 연구비 규모는 턱없이 작다. 그나마 없는 것보다는 낫겠지만 교환의 옵션은 절대 될 수 없다. 순서가 뒤 바뀐 것인지, 아니면 그것으로 만족한다는 뜻인지 궁금하다. 이 시점에 원자력계가 자청하여 I-SMR 개발을 띄운 것은 미스터리다.

원자력계 만큼이나 이해가 안되는 것은 반핵단체들의 반응이다. 반핵이 존재 이유고 때로 근거 없는 선동으로 원자력계를 괴롭히는 반핵단체들이 이번 건에 대해서는 너무 조용하다. 흔한 성명서도 보이지 않는다. 그들은 진정으로 SMR은 원자력발전이 아니라고 믿고 있나 보다.

가장 앞서 가는 미국 뉴스케일(NuScale)사의 SMR은 규제위원회(NRC)의 인증과 미국 에너지부(DOE)의 승인을 받고 아이다호 국립연구소에 시험 상용로 건설에 착수했다. 여기에 우리의 두산중공업이 참여하고 있다.

우리의 I-SMR은 2028년 인허가 취득이 목표다. 뉴스케일사에 비해 늦어도 한 참 늦었다. 불확실성도 남아 있다. 우리의 I-SMR이 과연 원자력계가 주장하는 만큼의 안전성과 경제성이 확보될 수 있을지는 실증을 해봐야 비로서 확인할 수 있다. 2030년쯤은 돼야 가능한 일이다. 그때까지 우리의 원전산업이 온전히 유지될 수 있을지조차 의문이다.

지금은 원자력계가 I-SMR 기술개발이 아니라 신한울 1,2호기 운영허가와 3,4호기 건설재개, 그리고 설계수명을 다한 원전의 계속운전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에 집중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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