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게이츠와 정재훈, 이들은 왜 소형모듈원전에 주목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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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04.05. 오전 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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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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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세종=민동훈 기자] [편집자주] [세종썰록]은 머니투데이 기자들이 기사로 다루기 어려운 세종시 관가의 뒷이야기들, 정책의 숨은 의미를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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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ll Gates, Co-Chair of Bill & Melinda Gates Foundation, attends a conversation at the 2019 New Economy Forum in Beijing, China November 21, 2019. REUTERS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는 2010년 테라파워라는 원전기업을 설립했다. 테라파워는 기존 원전의 4분의 1가격에 불과한 차세대 소형 원자로(SMR, Small Modular Reactor)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SMR은 300MW(메가와트) 이하로 공장 제작·현장 조립이 가능한 소형 원자로다. 빌 게이츠는 최근 발간한 저서 '기후재앙을 피하는 법(원제 How to avoid a climate disaster)'을 통해 "테라파워에서 개발 중인 4세대 원자로는 원자로를 과열시키는 게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며 " 원자로에 대한 사람들의 마음이 열리기를 바란다"고 했다.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은 최근 미래 먹거리로 '소형모듈원자로(SMR)'에 주목하고 있다. 한수원은 원자력연구원과 함께 개발한 한국형 소형원자로인 SMART를 개량해, 마치 블록처럼 모듈화해 조립할 수 있는 '혁신형 SMR(i-SMR)'을 개발 중이다. 초소형 원자로는 트럭에도 실을 수 있어 섬에도 설치할 수 있을 정도로 간편하고 안전하다. 정 사장은 최근 소셜미디어에 "최근 다양한 국가에서 소위 중형 내지 소형원자로 SMR에 대한 시장선점을 위해 기술개발부터 실증·상업화 등 여러단계에 걸쳐 합종연횡이 시작되는 것 같다"며 "실현가능성, 시장확보라는 차원에서 여러 가능성을 열어놓고 대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원자력발전의 소형화가 최근 세계적 트렌드로 뜨고 있다. 한국도 에너지전환 계획에 따라 원전의 비중을 줄여가고는 있지만, 분산형 전원의 확대와 함께 기술 진보를 통해 대형경수로 원전에 비해 크기는 작지만 더 안전한 SMR에 대해선 상대적으로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실제로 정부는 지난해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제9회 원자력진흥위원회'에서 한국형 i-SMR 개발을 공식화했다.

탈원전을 선언한 정부가 왜 SMR에 관심을 갖는 것일까. 상용 원자력 시장은 대형경수로 위주로 성장했지만 사회적 비용 증가와 전력 시장의 변화로 대형원전 시장이 정체되는 대신 SMR 시장이 부상하고 있다. 일단 규모가 작기에 투자금 규모가 작다. 보통 1400MW 규모 원전 1기를 짓는데 4조원 가량 들어가지만 SMR은 1조원 정도면 충분하다. 이는 자금조달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작기 때문에 대형 원전보다 안전여유도를 더 높이는 등 안전성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정부가 중점 추진하고 있는 분산형 전원에 딱 맞는 개념이기도 하다.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최근 분산형 전원으로 주목받고 있는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의 경우 일조량과 날씨의 영향을 받는 간헐성 탓에 전기 품질이 일정하게 유지하기 힘들다는 단점이 있다. 이는 세밀한 공정이 필요한 반도체 공장 등에 재생에너지 전원을 직접공급하기 어려운 이유다. 때문에 전력사용량이 높고 일정한 전기품질이 필수인 대규모 공장의 경우 전기를 기저발전을 끌어다 쓴다. 이런 대규모 공장이 입지한 곳에 분산형 전원을 설치한다고 하면, 재생에너지 단지보다는 이러한 SMR이 더 적합할 수 있다.

SMR은 수소생산·담수화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도 있다. 수소경제 활성화를 위한 수소전주기 사업에 뛰어든 한수원 입장에선 수소생태계에 직접 관여할 수 있는 SMR 기술이 꼭 필요하다. 한수원이 2028년까지 표준설계 및 인허가 획득을 목표로 i-SMR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이유다.

원전업계에서는 최근 연임을 확정한 정 사장이 한국형 i-SMR 개발에 주력해 달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원전의 경우 그 어느 에너지원에 비해 탄소배출량이 적은 만큼 2050 탄소중립 목표달성을 위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점을 정 사장과 한수원이 중심이 돼 널리 알려야 한다는 주문이다. 대규모 원전프로젝트가 더이상 생명력을 갖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SMR 기술이 국내 원전생태계는 물론 글로벌 원전시장에서 한국의 경쟁력을 지킬 수 있는 대안이기 때문이다.

세종=민동훈 기자 mdh524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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