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제도 ‘고무줄 잣대’ 논란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제도 ‘고무줄 잣대’ 논란
  • 김성욱 기자
  • 승인 2018.01.14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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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에 혜택… 공기업 유무 등에 따라 기준 달라져” 취지 무색
경북 경주 월성 원자력발전소 전경. (사진=한국수력원자력)
경북 경주 월성 원자력발전소 전경. (사진=한국수력원자력)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시장 확대를 위해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제도(RPS)를 도입했지만 에너지원, 공기업 유무 등에 따라 잣대 적용이 달라 제도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14일 발전업계에 따르면 RPS에서는 연간 500MW 이상의 설비용량을 가진 발전사들은 매년 발전량의 일정량을 신재생에너지원으로 채워야 한다. 발전사는 직접 신재생에너지 발전설비를 돌리거나 다른 발전사업자로부터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를 구매해 의무할당량을 채울 수 있다.

하지만 이 제도와 관련한 신재생에너지공급 의무량 기준이 에너지원이나 공기업 유무 등에 따라 들쭉날쭉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개별 사업자 가운데 발전량이 가장 많은 한국수력원자력(2016년 기준 15만8804GWh)에는 원자력발전량 경감 제도라는 특혜가 적용된다.

이에 따라 한수원은 RPS 공급 의무량 산정의 토대가 되는 ‘기준발전량’을 상당 부분 경감받는다. 지난해 경감률은 50%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석탄발전 비중이 높은 발전공기업에는 오히려 가중치라는 부담이 지워진다. 총발전량에 약 30% 가중치를 둬 기준발전량을 높게 산정하는 것이다.

이처럼 기준발전량이 많아지면 신재생공급의무도 비례해서 늘어나게 된다.

이에 대해 정부는 한수원을 포함한 발전공기업의 경우 에너지원별 환경 유해성에 따라 기준발전량 산정에 차등을 두는 방식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발전업계에서는 원전에만 유독 높은 경감률을 적용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특히 민간업계에는 경감 없이 원칙대로 적용되고 있다.

발전업계 관계자는 “정부는 발전량 5000MW 이상인 기업에 대해 경감 또는 가중 원칙을 적용하고 있는데 이에 해당하는 업체는 공기업뿐”이라며 “사실상 공기업용 규정을 따로 운영하는 셈”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이처럼 에너지원에 따라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량을 달리 산정하면서 지난해에는 2012년 RPS 제도가 도입된 이래 처음으로 석탄발전이 원전의 공급의무량을 넘어서는 현상까지 발생했다. 이는 석탄발전량이 급증하는 가운데 원전 경감제도와 맞물리면서 빚어진 결과로 풀이된다. 지난 2016년까지는 한수원이 가장 많은 공급 의무를 부담해왔다.

발전업계 관계자는 “원전에 대한 의무량 경감 비율은 일정한 기준도 없이 매년 대폭 상승하고 있다”며 “기준발전량 산정이 기준도 없이 오락가락하게 되면 RPS 제도 도입 취지가 무색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아일보] 김성욱 기자 dd921208@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