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한파에 불거진 전력수급 불안론...탈원전 논란 가열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1.01.10 16:07

-전문가·야권 "전력수요 낮춰잡았다" 지적받은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 확정 불과 열흘새 전력수급 불안 현실화





-원전 역할 확대론·석탄발전 축소 재검토론 또 제기…내달 사업허가 종료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 필요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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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 평균 최저 전력공급예비율 8.9%를 보인 지난 7일 전력수급 현황판 모습. 사진=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연초부터 기록적인 한파가 계속되면서 전력수급 불안이 커지고 있다. 주말에 앞서 지난 7일과 8일 이틀째 전력공급 예비율이 10% 아래로 떨어지면서 전력수급 안정에 비상이 걸렸다.

다행히 주말인 지난 9일과 10일 전력공급 예비율이 20%를 넘어 한 숨을 돌리긴 했으나 아직 안정을 되찾았다고 볼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은 분석이다. 정부가 겨울철 미세먼지 감축 등을 이유로 석탄화력발전 가동을 대폭 감축하기로 해 한파와 코로나19로 인한 거리두기가 장기화 될 경우 블랙아웃(대규모 정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 기록적 한파에 전력수급 ‘비상’…아직 ‘안정’ 수준이지만 불안 가능성도


10일 전력통계시스템에 따르면 통상 전력수요가 줄어드는 주말이었던 전날 최대 전력수요(1시간 평균)는 당일 저녁 7시 7423만kW를 나타냈다. 당일 공급능력이 9294만kW인 점을 고려하면 공급예비능력은 1871만kW로 전력공급 예비율 25.2%를 기록했다. 전력계통이 얼마나 여유를 갖고 있는지 나타내는 전력예비율은 공급능력과 수요의 차이인 공급예비력을 최대수요로 나눈 값이다.

그러나 북극 한파가 몰아쳤던 지난 목요일(7일)과 금요일(8일) 최저 전력예비율은 각각 8.9%와 9.3%를 보였다.

정부의 전력수급 관리 지침에 따르면 전력 공급예비능력이 550만kW 이상이면 ‘정상’으로 분류한다. 700만kW 아래로 떨어지면 정부가 주의 깊게 모니터링하며, 450만kW 아래로 하락하면 비상 단계 조치가 발령된다. 지난 7일과 8일 예비능력이 각각 801kW와 837kW로 비록 정상치 수준이었으나 주의 깊은 모니터링 조치 직전까지 간 셈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에 따라 석탄발전 상한제약을 전부 풀어 올 겨울철 최대 규모인 1억152만kW의 공급능력을 갖추고, 예비력도 1000만kW 이상, 예비율 11%를 확보하기로 했다.

산업부는 올 겨울 최대 전력수요를 9040만kW 내외로 봤다. 윤요한 산업부 전력산업과장은 "석탄발전 감축시행 이후에도 예비력 1000만kW 이상을 유지할 계획"이라고 말한 바 있다.

앞서 산업부는 올 겨울철 미세먼지 저감 방안의 하나로 석탄발전기 9∼16기를 가동 정지한다고 발표했다. 노후석탄발전 2~4기, 예방정비 석탄발전 1~13기 등이다. 지난해 미세먼지 계절관리제(8∼15기 가동정지) 때보다 정지하는 석탄발전이 늘어났다. 나머지 44~51기 석탄발전기는 잔여 예비력 범위 내에서 최대 출력 상한을 80%로 제한한다. 특히 야외활동이 많은 주말에는 가동정지 이외 운영중인 모든 석탄 발전기에 대해 상한제약을 시행하기로 했다.

다만 이번 한파로 석탄발전 상한 계획이 변경될 전망이다.


◇ "너무 낮춰잡았다" 지적받은 정부 수요 전망 열흘 새 빗나가 ‘탈원전’ 논란

전력공급 예비율이 지난 주 이틀째 한 자릿수로 떨어진 것을 놓고 정부의 ‘탈원전·탈석탄’ 정책이 문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산업부는 지난달 28일 원자력발전과 석탄화력발전을 대폭 축소하고 액화천연가스(LNG)와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확대를 골자로 한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하 전기본)을 확정했다.

에너지 업계에선 당초 일정보다 1년이나 늦어졌음에도 스마트공장, 스마트시티 등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전력 소비 증가 요인이 전력수요에 구체적으로 반영되지 않았고, 이 때문에 전력수요를 너무 낮춰 잡은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정부는 2034년 최대전력수요를 102.5GW로, 연평균 증가율을 1.0%로 전망했다. 워킹그룹 초안과 비교하면 최대전력수요 예상치가 1.7GW 낮아졌다.

당시 산업부 관계자는 전력수요 전망치에 대해 "전체 전력수요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경제성장률과 인구 변동이란 두 요인을 종합적으로 다 고려해 산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4차 산업혁명 영향을 반영하려고 여러 방법론을 고민했지만 정량화하는 게 당장은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차기 계획을 세울 때 충분히 반영할 수 있도록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정부는 코로나로 인한 경제상황 등을 반영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코로나 영향이 15년간 계속된다는 가정은 비현실적이란 지적이다.

이런 가운데 9차 전기본 수립이 확정된 지 불과 열흘만에 예비율이 한 자릿수로 떨어지고 예비력이 정부 모니터링 직전 수준까지 가자 정부의 고의적인 수요 축소론이 다시 고개를 든 것이다.

업계 관계자와 전문가들은 "정부가 탈원전·탈석탄 정책으로 마땅한 대체 전력공급 방안을 마련할 수 없게 되자 장기 전력수급계획에서 전력수요 자체를 낮게 잡은 게 이번 사태에서 확인됐다"고 꼬집었다. 이들에 따르면 탈원전·탈석탄을 하게 되면 대체 전력을 LNG(액화천연가스) 발전과 신재생에너지로 확보해야 하는데 LNG 발전은 단가가 비싸고 신재생에너지는 단가가 비싼 것에 더해 당장 충분한 공급시설을 갖추기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간헐성 등으로 안정적인 전력공급이 어렵다.


◇ 야권 등 "9차 전기본 다시 수립해 신한울 3·4호기 건설 반영 필요"

야권과 원자력, 석탄발전업계에서는 탈원전·탈석탄 정책을 재고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고 있다.

9차 전기본 주요 발전원별 설비용량을 보면 석탄설비는 2020년 35.8GW에서 2034년 29.0GW, 원전은 같은기간 41.3GW에서 19.4GW로 각각 6.8GW, 3.9GW 줄어든다. LNG설비는 같은기간 41.3GW에서 59.1GW로 17.8GW, 신재생은 20.1GW에서 77.8GW로 57.7GW 각각 급증할 예정이다. 설비별 비중을 보면 원전·석탄은 2020년 46.3%에서 2034년 25.1%까지 줄고 신재생에너지는 같은기간 15.8%에서 40.3%로 두배 이상 늘어난다.

이채익 국민의힘 탈원전대책특위 위원장은 "9차 전기본에 따르면 2034년까지 14GW가 넘는 전력수요절감 목표를 달성한다고 하지만 이번 한파나 코로나 위기 등 변수도 반영되지 않았음이 확인됐다"며 "또한 4차산업혁명 등 높아지는 전기의존도를 전혀 반영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더구나 2030년까지 전기요금 인상 폭이 2017년 대비 10.9%로 예상된다는 무책임한 전망을 내놨다"며 "신재생에너지 및 LNG 확대 등 공급구조 변화가 전기요금에 끼치는 영향을 제3의 기관 또는 정부 주도로 검증하고 국민들에게 공개하는 것은 물론 지금이라도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정상적인 국회 상임위 보고 절차를 거친 뒤 다시 수립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음달 발전사업허가 기간이 만료되는 신한울 3·4호기를 9차 전기본에 다시 포함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원자력 업계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와 LNG 확대로 원전을 대체한다는 것도 비현실적이며 ‘2050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정부의 목표에 모순된다"며 "발전사업 허가 후 7900억원이 투입됐지만 탈원전 정책으로 공사가 중단된 신한울 3·4호기 재개도 다시 논의 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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