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칼럼] `탄소중립` 뒷받침 못하는 전력수급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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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원전·석탄발전 감축 공백
재생에너지가 메우기엔 부족
탄소중립수단 원전 외면말고
실현가능한 대안을 제시해야


정부가 최근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을 발표했다. 탄소중립이란 배출된 이산화탄소 양만큼을 흡수해 실질 배출량을 제로(0)로 만든다는 개념이다. 지구 온도 상승의 주범인 온실가스를 획기적으로 줄이지 않고는 인류의 생존마저 장담할 수 없다는 절박한 상황에서 주요국들에 이어 우리도 취하게 된 전략이다.

우리나라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7년 대비 24.4% 감축하겠다고 선언했고, 2025년까지는 더 강화된 감축 목표를 유엔에 제시해야 할 판이다. 탄소중립이 '발등의 불'인 셈이다. 탄소 배출량을 실질 제로로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발전, 산업, 수송, 건물 등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획기적으로 줄이지 않으면 안 된다. 그중에서도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 중 36%를 차지하는 발전 부문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말한다면 작금의 탈원전 정책이 수정되지 않는 한 탄소중립 달성은 공염불에 그칠 공산이 크다. 산업 구조상 탄소를 다량 배출하는 제조업 비중이 높고, 선진국과 비교해 온실가스 정점 이후 탄소중립 목표 시점까지의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은 우리로서는 한계감축비용이 가장 낮은 발전 부문에서 가능한 수단을 총동원해야 한다. 그런데도 7000억원을 들여 재정비한 월성 1호기를 조기 폐쇄하고, 1조원 이상을 투입해 주기기 제작까지 진행 중이던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중단시킨 것은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

이달 초 국제에너지기구(IEA)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공동으로 작성해 발표한 '2020년판 발전비용 예측 보고서'는 원자력발전이 충분한 비용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으며, 특히 원전의 장기운전(LTO)이 가장 저렴한 저탄소 발전 수단임을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도 현 정부는 원전의 수명 연장에 쐐기를 박고 있다. 지난주 공개된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신규 원전 6기의 건설 백지화와 함께 노후 원전 10기의 수명 연장 금지 방침을 재확인했다.

탈원전과 함께 추진되는 석탄발전 대폭 감축의 공백을 신재생에너지가 메우기엔 역부족이다. 또 다른 화력발전 수단인 가스발전을 늘리는 것은 탄소중립에 역행한다. '한국전력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발전량 중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5.4%밖에 되지 않고, 태양광 풍력 등 가변 신재생에너지는 2.6%에 불과하다. 3차 에너지기본계획 목표인 2040년 신재생에너지 비중 30~35%는 너무도 요원하다.

주요국들이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수단으로 원전을 강조하고 있는 것은 재생에너지만으로는 목표 달성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수력을 포함한 재생에너지 비중이 현재 우리보다 월등히 높은데도 말이다.

미국은 원전을 재생에너지와 대등한 '클린 에너지'로 자리매김해 소형 원자로 개발에 적극 임하고 있다. 유럽 의회는 지난해 말 선포한 'COP25를 위한 결의문'에서 "원전은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기 때문에 기후목표 달성에 있어서 일정한 역할을 할 수 있고, 또 유럽 발전량 중 상당한 비율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중국은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탄소배출량이라고 하는 원단위 삭감 목표를 2060년 탄소중립이라는 절대적 목표로 바꿨는데, 이 배경에는 원전 건설 확대가 있다. 일본은 스가 요시히데 총리가 탄소중립과 관련해 "원전은 모든 전원을 활용하는 가운데 유효한 수단"이라고 지적해 2030년 원전 비중 20~22%를 향해 재가동을 진행해 나갈 것임을 강조했다.

지리적·환경적 요인을 감안할 때 우리나라는 태양광, 풍력 등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다. 수력발전은 존재감이 거의 없다. 세계 4위의 1인당 탄소 배출량, 온실가스 감축에 주어진 짧은 기간, 원전의 높은 대외경쟁력 등을 감안할 때 원전의 필요성은 그 어느 나라보다도 절실하다. 정부는 주요국들이 원전을 탄소중립의 주요 수단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음을 외면하지 말고 보다 실현 가능한 대안을 제시하기 바란다.

[온기운 객원논설위원·에너지정책합리화 교수협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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