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버티면 원전수사팀 해체? 월성 파일 삭제자들의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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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12.29. 오전 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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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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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법무부 내년초 인사 때 원전 수사팀 해체 노림수,
인사 전에는 백운규 전 장관, 채희봉 사장 조사해야"
윤석열 검찰총장이10월 29일 오후 대전고검 정문에 도착, 마중나온 측근으로 분류되는 강남일 대전고검장, 이두봉 대전지검장과 차례로 반갑게 악수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월성 원전 1호기 폐쇄와 관련한 내부자료를 삭제한 혐의로 기소된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들이 윗선 개입은 자물쇠를 채운 듯 함구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검찰에선 법무부의 1월 정기 인사에서 이두봉 대전지검장이 이끄는 원전 수사팀 해체를 기대하는 노림수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에 대검찰청은 수사에 속도를 내기 위해 수사팀 보강 가능성도 열어 놓고 있다.

산업부 공무원들 말 맞춘 듯 윗선 물음엔 함구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左), 채희봉 한국가스공사 사장(右)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산업부 국장급 A 씨와 서기관 B 씨는 월성 원전 1호기 폐쇄 관련 자료 삭제를 지시한 윗선을 묻는 대전지검 형사 5부(이상현 부장검사)의 신문조사에 협조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앞서 지난 4일 A 국장과 B 서기관을 감사원의 원전 감사 하루 전날인 지난해 12월 1일 월성1호기 조기폐쇄 및 즉시 가동중단 관련 자료 530건을 삭제한 혐의(감사원 감사방해 및 공용전자기록 손상, 방실침입 등)로 구속했다. 이후 이들에게 삭제를 지시한 윗선이 누구인지, 구체적으로 어떤 지시를 받았는지를 집중적으로 캐물었지만 "윗선 얘기만 나오면 전원 자물쇠를 채우고는 엉뚱한 대답을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구속 전부터 소환 일정을 미뤄달라고 하거나 압수물 분석에 협조하지 않는 행태를 보였다고 한다. 검찰은 이들을 지난 23일 구속기소했다. 함께 구속영장이 청구됐으나 기각된 C 국장도 같은 날 불구속기소 했다. 지난달 5일 산업부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공개수사에 착수한 지 48일 만이었다.

검찰 관계자는 "A 국장 등 산업부 공무원 3명이 일제히 윗선을 함구하는 것은 내년 1월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른 법무부의 대규모 인사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원전 수사팀의 해체를 노린 포석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두봉 대전지검장과 이상현 대전지검 형사5부장 검사 등 수사 지휘라인 교체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을 고려해 버티기를 한다는 뜻이다.

재판서도 원전 폐쇄 결정 '든든한 뒷배' 믿나
정세균 국무총리가 11월 25일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열린 적극행정 우수부서 접시 수여 및 신임 사무관 임명장 수여식을 마친 뒤 사무실 직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뉴스1]

정권 차원의 비호도 '믿는 구석'일 수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달 25일 산업부를 방문해 "움츠리지 말라"고 격려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대전지검이 대검에 산업부 공무원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방침을 보고한 다음 날인 지난달 24일 윤석열 검찰총장에 직무정지를 명령했다. 백 전 장관의 변호인인 이용구 변호사는 법무부 차관에 발탁돼 윤 총장에 대한 '정직 2개월' 중징계를 주도하기도 했다.

검찰은 물적증거를 바탕으로 윗선으로 지목된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 채희봉 한국가스공사 사장(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에 대한 소환 조사를 차질 없이 진행할 방침이다. 검찰은 산업부가 2018년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에 월성 원전 조기 폐쇄를 지시하는 과정에서 청와대의 관여 여부에 대한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검찰은 이미 지난달 24일 백 전 장관에 대한 휴대전화 디지털포렌식을 진행했다.

윗선 수사를 위해 대전지검 내부나 타청 검사를 파견받는 형식으로 수사팀 보강론도 나온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의 규모를 고려할 때 현재 인력으론 부족하다"고 말했다. 정직에서 복귀한 윤석열 검찰총장이 조만간 수사팀 보강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정유진 기자 jung.yoo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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