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에너지 백년대계를 3년 만에 허무는 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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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갑수 한국산업경제연구원 회장·前 농림부 장관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탈원전 정책이 국민 여론을 거스르는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이를 강행하는 과정에서 무리수가 나타나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6월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신한울 3·4호기 건설에 찬성하는 비율이 응답자의 32%, 반대가 21%였다. 이에 앞서 5월 서울대와 한국갤럽이 공동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서는 원전 전반에 대한 찬성이 66%, 반대가 21%로 나타났다. 진보 진영조차도 63%가 원전에 찬성했다.

국민 과반수가 원전에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는 가운데 감사원이 조기 폐쇄된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에 대해 '경제성 있음' 쪽으로 결론을 내릴 것이라는 이야기들이 나오자 여당이 감사원을 몰아붙이고 있다. 심지어 일부 여당 의원은 최재형 감사원장 사퇴까지 거론하며 감사원을 압박하고 있다.

당초 한국수력원자력과 산업부는 원자력 전기 판매 단가를 kWh당 50원 이하로 낮춰 잡고, 원전 설비 이용률도 60% 이하로 설정해 작성된 경제성 평가 보고서를 바탕으로 월성 1호기의 계속 가동이 경제성이 없다고 판단해 조기 폐쇄 결정을 했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이 경제성이 없다는 평가에 대해 많은 비판이 제기되자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월성 1호기 폐쇄 결정이 경제성만이 아니라 안전성·환경성·수용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내려진 것이라고 말을 바꾸면서 정책 담당자들의 적극 행정에 대한 감사원의 고려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원자력 발전 설비는 고정비 비율이 높기 때문에 이용률을 낮게 잡을수록 경제성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설비 이용률을 보통 수준인 70%대 중반으로만 잡아도 경제성은 충분하다.

공사가 중단된 신한울 3·4호기는 어떤가. 신한울 3·4호기가 건설되는 울진 군민 대다수가 찬성하고 두산중공업 임직원들과 협력사, 창원 시민들이 그렇게도 갈망하는 건설 재개 요구를 정부는 외면하고 있다.

탈원전으로 원전 생태계가 붕괴하고 일자리가 상실되며, 원전 인력 고갈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해외 수출 시장에서 미국·프랑스·러시아, 중국 등과 함께 원전 5대 강국으로 부상한 국제적 위상이 하루아침에 무너지고 있다.

현재 영국은 탄소 무배출 목표에 따라 원전 10여기 건설을 추진하고 있고, 일본은 원전을 재가동해 현재 5기가 가동 중이고 18기는 심사 중이며, 제5차 에너지기본계획에 따라 2030년 원전 발전량 비율을 20~22%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전 세계적으로 현재 중국 12기, 러시아 6기, 인도 7기 등 원전 총 53기가 건설 중이다. 미국은 제4세대 원전인 소형 원자로 개발·건설에서 우리보다 앞서나가고 있다. 특히 탈원전을 하게 되면 온실가스 감축 실적이 저조할 수밖에 없는데 국제사회에서 '기후 악당'이라는 악평을 들어서야 되겠는가.

안전이 염려돼 원전을 포기한다는 건 교통사고를 염려해 자동차를 이용하지 않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의 대형 쓰나미 사고가 났을 때 바로 가까이 있는 오나가와 원전은 대형 쓰나미가 몰려왔는데도 온전히 가동하고 있었다. 15m 높은 방벽을 쌓았기 때문이다. 원전의 안전 관리는 상식과 과학을 총동원해서 철저하게 지속적으로 추구해나가면 된다.

청정 에너지이자 경제성도 탁월하고 거의 국산 연료라 할 수 있는 우라늄을 사용해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도 큰 걱정이 없는 원전에 대한 정부와 여당의 생각은 바뀌어야 한다. 산업부 성윤모 장관 말대로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이유가 경제성만이 아니라면 그 결정 과정과 근거를 국민에게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

원전 정책은 이념으로 접근할 사안이 아니다. 실용적인 차원에서 우리에게 어떤 이익을 가져다주는지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결정해야 한다.

[한갑수 한국산업경제연구원 회장·前 농림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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