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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월성원전 `폐핵원료 저장시설` 설치 갈림길

서대현 기자

입력 : 
2020-07-12 16:46:04
수정 : 
2020-07-12 20:5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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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원전 해체에 사용후핵연료 처리 비상

`영구 정지` 부산 고리원전1기
사용후핵연료 처리법 못 정해

포화 예고 월성원전 `맥스터`
18일 경주 시민들 의견 청취

"現원전 용지에 저장시설 마련
주민반발 피하는 대안될 수도"
사진설명
월성 중수로 원전에서 발생하는 사용후핵연료를 임시 저장하는 맥스터. 한국수력원자력은 맥스터 포화가 임박하면서 증설을 추진하고 있다. [사진 제공 = 한수원]
2017년 6월 영구 정지된 부산 기장군 고리원전 1호기. 원전 해체를 위한 기술 개발 등 해체 준비가 한창이지만 정작 사용후핵연료 처리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인근 주민들이 반발하는 등 실제 해체까지는 요원하다. 사용후핵연료는 발전에 사용된 우라늄으로, 연탄으로 치면 연탄재와 같다. 고리 1호기의 사용후핵연료는 영구 정지 이후 원전 내부 수조에 저장돼 있다. 원전 해체는 사용후핵연료를 5년 이상 수조에서 냉각한 뒤 수조 바깥으로 꺼내고, 원전 건물을 해체하는 과정을 밟는다. 사용후핵연료 처리가 원전 해체의 시작이지만 사용후핵연료 처리를 위한 정부 방침이 없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원전 학계와 업계는 사용후핵연료 처리 방법이 시급히 결정돼야 한다고 꾸준히 지적했다. 박근혜정부 당시 사용후핵연료 처리를 위한 공론화 과정을 진행했으나 현 정부 들어 폐기됐다.

사용후핵연료 처리 문제가 국내 원전 산업의 급소를 겨누고 있다. 문제 해결이 지연되면서 정부의 대표적인 탈원전 사업인 원전 해체가 시작부터 삐걱대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이달 초부터 고리1호기 해체 계획서 초안에 대한 주민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기장군 주민들은 원전이 해체돼도 고리원전 용지에 사용후핵연료가 기약 없이 저장될 수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고리 1호기가 있는 기장군 관계자는 "정부와 한수원은 원전 건물부터 해체하고, 사용후핵연료 처리 문제는 정부 정책이 결정되면 그에 따라 처리하면 된다는 입장"이라며 "하지만 국내 원전이 가동된 지 40년이 지났다. 수십 년간 논쟁만 벌인 문제가 곧 해결될 것으로 보는 것은 지나치게 낙관적"이라고 지적했다.

경주 월성원전은 사용후핵연료 임시 저장 시설(맥스터)이 포화 상태에 임박해 증설이 시급하다. 현재 저장률은 94.7%다. 현 추세라면 2022년 3월께 포화될 것으로 추정됐다. 한수원은 맥스터 증설 공사 기간을 19개월로 예상했다. 오는 8월에 착공하지 않으면 사용후핵연료를 저장할 곳이 없어 월성원전 2~4호기는 멈출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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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성원전은 중수로 원전으로 2010년부터 맥스터 7기를 가동하고 있다. 가동 이후 사고는 1건도 없었다. 한수원은 2016년 4월 맥스터 포화를 대비해 현재 맥스터 바로 옆 용지에 7기 증설을 위한 허가를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신청했고, 올해 초 승인받았다. 원안위 승인을 받는 데만 4년 걸렸다. 원안위 승인 이후 지금은 공론화 절차에 발목이 잡혀 착공이 늦어지고 있다. 공론화 과정은 탈핵 단체와 일부 주민의 반발, 최근 재검토위원회 위원장의 사퇴 등으로 일정이 지연됐다. 재검토위는 오는 18일께 150명의 경주 시민으로 구성된 시민참여단 최종 토론회를 열고 맥스터 증설에 대한 의견을 정부에 전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황일순 울산과학기술원 기계항공 및 원자력공학부 석좌교수는 "대만의 친산원전 1호기는 사용후핵연료 저장 시설 포화에 대비해 건식 저장 시설을 설치했으나 주민 반대 등으로 운영을 못하다가 정지됐다"며 "월성원전도 그렇게 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고 말했다.

주한규 서울대 원자력핵공학과 교수는 "사용후핵연료를 영구 처분할 장소를 정하는 것이 가장 좋지만, 주민 반발 등으로 쉽지 않다"며 "제일 합당한 방법이 기존 원전 용지 안에 장기 저장이 가능한 중간 저장 시설을 짓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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