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바로가기

기사 상세

매경칼럼

[서양원 칼럼] 원전생태계 `징검다리`는 지켜야

서양원 기자
입력 : 
2020-07-08 00:08:01
수정 : 
2020-07-08 00:08:35

글자크기 설정

원전부품 2000여사 도산 위기
中동해안 20여 원전 더 위험
노무현, DJ 대북송금 특검했듯
새 대통령도 탈원전 점검할 듯
사진설명
감사원의 월성1호기 조기 폐쇄에 대한 감사 결과가 다음달에는 나올 전망이다. 당초 2월에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4·15총선 때문에 미루다 이제야 결과를 낼 모양이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은 이미 월성1호기 폐쇄 결정에 대한 네 탓 공방을 벌이고 있다. 눈치 빠른 관료들이 탈원전에 따른 여러 부작용과 이에 대한 규명 요구의 기류를 예민하게 읽은 듯하다. 다음 대통령 선거(2022년 3월 9일)에서 누가 당선되든 세계 최고 수준의 원자력 생태계를 흔든 정책을 리뷰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는 인식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탈원전에 대해 야당은 물론 여당 내 예비 대권후보 진영 중에서도 정책 결과를 짚어보겠다는 의지가 있다. 마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참여정부가 정권 초창기에 DJ정권 시절 1차 남북정상회담의 씨앗이 됐던 대북송금 특검을 했던 것과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정몽헌 전 현대그룹 회장이 자살했고, DJ 측근이었던 박지원 전 비서실장 등이 구속됐다. 보수의 박근혜정부도 이명박정부의 핵심 사업이었던 '4자방(4대강·자원외교·방위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를 벌여 이 전 대통령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과 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을 구속했다.

탈원전 정책 3년 만에 국내 에너지 생태계는 지각변동했다. 원자력 산업은 크게 축소됐고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와 액화천연가스(LNG) 발전 비중이 올라왔다. 친환경적이란 명분을 확보했지만 대가가 너무 크다.

두산중공업을 축으로 한 2000여 개 원전부품 협력업체로 구성된 원전생태계는 기초부터 흔들리고 있다. 한전은 누적 적자가 크게 늘었다. 한수원의 손실은 전기료에서 3.7%씩 떼 모은 전력산업발전기금으로 메워주기로 했다. 임계점에 이르면 국민의 직접 부담은 늘고, 기업 경쟁력도 약화될 수밖에 없다.

특히 주력 수출 품목이었던 원전산업에서 문재인정부 들어 해외 수주를 한 건도 못하고 있다. 한국 스스로 탈원전한다 하니 어느 나라가 사줄 것인가. 여기서 더 문제는 이 상태로 3~4년 가버리면 24기에 이르는 우리 원전 관리에 비상이 걸릴 수 있다는 점이다. 지금은 신고리 5·6호기 건설 덕분에 부품을 생산하고 관리 서비스도 하지만 내년 봄 이후에는 일감이 없어진다.

여기서 더욱 심각한 것은 중국 원자력 업체들을 비롯해 러시아 등이 국제 무대에서 우리 자리를 빠른 속도로 대체해 갈 것이란 걱정이다. 특히 원전 설계나 시공, 기술 수준 면에서 우리보다 약한 중국이 마구잡이로 원전을 짓고 있다. 그것도 한반도와 비슷한 위도상의 중국 동쪽 연안에만 10기를 가동 중이고, 새로 11기를 건설하고 있다. 우리와 330㎞ 떨어진 산둥반도 동쪽의 원전 3기 중 하나라도 사고가 나면 방사능 물질이 편서풍을 타고 순식간에 한반도를 덮을 수 있다.

이런 사고 위험에다 우리 원전 부품업체들이 고사한 후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해외 원전 업체들에 무릎 꿇고 부품을 애걸하고, 관리 서비스를 받아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원전 생태계는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만큼 붕괴는 막아야 한다. 원자력 업계와 전문가들은 원전 산업을 유지할 징검다리만이라도 지켜달라고 절규한다.

문재인정부는 아직 원전 생태계를 지킬 시간이 있다. 석탄 발전에 심하게 의존하면서 태양광, 풍력 비중을 늘리는 것은 한계가 있다. 국가 안전을 책임지고 기업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이산화탄소, 미세먼지 등을 줄이기 위한 최소한의 원전은 유지·업그레이드 해나가야 하지 않을까. 문재인정부가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원전 생태계의 징검다리를 지켜낼 수 있다. 새 정부가 출범한 뒤 문재인정부 인사들이 탈원전 때문에 이리저리 불려다니지 않길 바란다.

[서양원 편집 상무 겸 세계지식포럼총괄]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 좋아요를 눌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