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대응법 ‘미흡’…그린 뉴딜인데, 그린이 안 보인다

2020.06.01 20:58 입력 2020.06.01 21:02 수정 박광연·정대연 기자

녹색 생활인프라·산업 생태계 혁신·저탄소 에너지 ‘3대 축’

2022년까지 12조9000억원 투입해 13만개 일자리 ‘청사진’

전문가들 “온실가스 감축 지향점 없어” “예산도 적어”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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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제6차 비상경제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정부가 노후 공공시설을 친환경으로 리모델링하고 오염물질 배출 없는 제조업 공장을 만드는 내용의 ‘그린 뉴딜’ 방안을 발표했다. 2022년까지 총 12조9000억원을 투입해 13만3000개의 관련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하지만 그린 뉴딜의 핵심 목표인 온실가스 감축 등 기후변화 대응책은 구체적으로 언급되지 않았다. ‘그린’을 표방한 단순 경제정책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가 1일 발표한 ‘2020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 따르면 ‘도시·공간·생활인프라 녹색전환’과 ‘녹색산업 혁신 생태계 구축’ ‘저탄소·분산형 에너지 확산’이 그린 뉴딜의 3대 축이다. 가장 많은 5조8000억원의 재정이 투입되는 인프라 녹색전환에는 노후 어린이집·보건소·의료기관·공공임대주택의 친환경 리모델링 사업이 담겼다. 국민 생활권역에 200개의 도시 숲을 조성하고, 48개 광역상수도 및 161개 지방상수도를 정보통신기술·인공지능으로 관리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이를 통해 총 8만9000개의 일자리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1만1000개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한 녹색산업 혁신 생태계 구축에는 1조7000억원이 쓰인다. 친환경 기술을 보유한 100개 기업을 선정해 연구개발·실증·사업화 등 전 단계를 지원한다. ‘녹색산업 선도 5대 분야’인 청정 대기·생물 소재·수열 에너지·미래 폐자원·자원 순환 관련 사업을 시험 적용하는 테스트베드도 구축한다. 오염물질 배출이 많은 제조업 산업단지는 저탄소·친환경으로 전환한다. 제조 공정에서 발생한 폐기물을 자체 처리하고 재생에너지를 만드는 스마트 생태공장 100개, 클린팩토리 700개를 만들기로 했다.

저탄소 에너지 사용을 늘리기 위한 기반도 마련한다. 태양광·풍력·수소 등 3대 신재생에너지와 관련한 대규모 연구개발과 각종 실증사업을 추진한다. 산업단지에 태양광 보급을 확대하고자 올해 하반기 2000억원의 융자를 신설한다. 아파트 500만호에 스마트 전력망(지능형 전력계량기)을 설치하는 등 에너지 관리 효율화도 이뤄진다.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노후 경유차 15만대는 친환경차로 전환한다. 총 5조4000억원의 재정이 투입되며, 일자리 창출 목표는 3만3000개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정책들이 그린 뉴딜의 목표와 어긋난다고 비판한다. 한재각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장은 “그린 뉴딜은 단순 일자리 문제가 아니라 기후변화 및 사회적 불평등을 어떻게 해소할지에 관한 것이어야 한다”며 “무엇보다 그린 뉴딜로 제시된 각각의 정책이 온실가스 저감과 어떻게 연결되는지가 명확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원은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지향점이 담겨 있지 않다”며 “뉴딜이라는 이름에 비해 예산 규모도 크지 않다”고 말했다. 정의당은 이날 논평에서 “기후위기와 관련없는 사업까지 덧붙인 사실상 ‘저탄소 녹색성장 시즌2’”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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