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는 수주 절벽 부닥칠듯 "신한울 3·4호기 재개돼야 숨통"
탈(脫)원전 정책에 따른 원전 산업 생태계 붕괴가 현실화하고 있다. 원자로 등 원전 주기기를 만드는 국내 유일 기업인 두산중공업이 경영난을 못 견뎌 1000여 명에 달하는 대규모 인력 구조 조정에 돌입한 가운데, 두산중공업 협력업체들의 일감도 말라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미래통합당 윤한홍 의원이 원전 업계에서 입수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두산중공업과 협력업체가 맺은 신규 납품 계약 건수는 1105건으로, 탈원전 정책 시행 이전인 2016년 2836건 대비 61%(1731건)나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두산중공업과 계약한 협력업체 수는 2016년 325곳에서 지난해 219곳으로 33%(106곳)나 줄었다. 탈원전 정책 시행 이후 원전 중소협력업체 106곳이 두산중공업에서 받던 일감이 끊긴 것이다.
지역별로는 두산중공업 원전 공장이 있어 협력업체가 밀집해 있는 경남 창원시의 일감 절벽이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창원에 있는 두산중공업 협력업체 가운데 두산중공업과 신규 계약을 맺은 협력업체 수는 이 기간 87곳에서 57곳으로, 신규 계약 건수는 966건에서 416건으로 쪼그라들었다. 3년 새 원전 생태계의 토대를 이루는 협력업체의 일감이 절반 이상 사라져 버린 셈이다.
원전 협력업체들의 위기는 점점 더 가중되고 있다. 그나마 지난해까지는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사가 진행 중이어서 형편이 나은 편이었다. 신고리 5·6호기는 각각 2023년과 2024년 완공 예정인데 사실상 중소 협력업체들의 기자재 납품은 올해 말 대부분 마무리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는 두산중공업뿐 아니라 중소 협력업체도 수주 절벽에 부닥칠 수밖에 없다.
창원 소재 한 원전 중소업체 대표는 "두산중공업은 대기업이라 버틸 자금이라도 있지, 우리 같은 중소기업은 대출도 막히고, 돌아오는 어음을 막을 길이 없다"며 "당초 짓기로 했던 신한울 3·4호기 건설이라도 재개돼야 숨이라도 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중앙회 경남지역본부가 지난해 2월, 지역 소재 원전 부품 생산 중소기업 85곳을 대상으로 원전 관련 현황 조사를 한 결과, 제조 기업의 85.7%가 탈원전 정책으로 경영난에 처했다고 답했다. 올해는 아직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지만, 중소 원전 업체들의 사정은 매년 악화일로에 있다고 업계에서는 입을 모은다.
협력 업체들이 고사(枯死) 위기를 호소하는 건 원청 업체인 두산중공업의 경영난에서 비롯됐다. 탈원전 정책으로 원전 관련 일감이 줄어든 영향 등으로 두산중공업은 작년 연말 임원 65명 가운데 13명에게 퇴사를 통보했다.
두산중공업은 이런 노력으로도 경영 상태가 나아지지 않자, 지난 20일부터 2주간 '45세 이상' 직원 2600여 명을 대상으로 명예퇴직 신청을 받아, 이 중 1000명 정도를 퇴사시킬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분위기는 뒤숭숭하다. 두산중공업 노조는 지난 19일 공식 기자회견을 열어 "노동자 생존권을 보장해야 한다"며 "명예퇴직 시행을 즉각 중지하라"고 요구했다.
윤한홍 의원은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원전 산업 생태계가 빠른 속도로 무너지고 있다"며 "'일자리 정부'라던 정부의 무모한 정책 때문에 경제는 무너지고 국민은 일자리를 잃고 있다"고 했다.
[안준호 기자] [이순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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