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국가기후환경회의 에너지믹스 공론화 제대로 해야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0.02.19 12:21

노동석 미래에너지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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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직속 국가기후환경회의에서 2050년까지의 에너지믹스를 논의하는 공론화가 진행 중이다. 그러나 이 사실을 알고 있는 시민은 거의 없다. 공론화 일정은 ‘금년 2월까지 에너지 믹스에 대한 복수 시나리오 마련→시민참여단 구성→공론화 착수→정부 출범 3주년인 5월 최종안 발표’다(조선일보, 2019.12.19). 이미 시민참여단이 구성되었고 토론자료가 준비 중이라고 한다. 사회적으로 뜨거운 이슈가 넘치는 시기지만 2017년의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때와 달리 아주 조용하다.

특정 사안에 대해 공개적으로 여러 사람이 논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공론화고, 공론화는 그 과정에서 공론조사(deliberative polling)를 동반한다. 공론조사는 ‘숙의형 여론조사’라고도 하는데, 숙의과정(학습과 토론)을 통해 충분한 정보와 지식을 갖춘 시민들의 의견을 조사한다는 점에서 여론조사 보다 신뢰성이 훨씬 높다. 지금도 유지되고 있는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 홈페이지에는 공론화 과정에 대해 "시민참여단은 토론자료집을 숙지하고 전문가와 이해당사자의 주장을 청취하며 토론회에 참여하는 등 숙의과정을 충분히 거친 후 최종조사에 참여하게 됩니다."고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다. 이외에도 전국의 주요도시에서 ‘지역순회 토론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이렇게 본다면 지금 기후환경회의가 진행하는 공론화는 2017년의 공론화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토론자료집 작성에 전문가가 참여한다는 말도 없고, 전문가와 이해당사자 주장 청취도 생략되는 것 같다. 무엇보다 많은 사람이 모른다는 점에서 공론화가 맞나 싶다.

이번의 공론화가 왜 중요한가. 우리는 5년전 COP21에서 2030년까지의 국가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국제사회에 제시, 약속했다. 올해에는 목표연도를 2050년으로 늘려 ‘국가 저탄소 발전전략’을 작성하고 유엔 제출을 예정하고 있다. 또한 계획수립이 지연되고 있기는 하지만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수립되는 연도이기도 하다. 기후환경회의의 공론단계에는 ‘에너지믹스에 대한 복수 시나리오를 마련’하는 내용이 있다. 2050년까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장기에너지믹스 시나리오에는 원자력을 포함한 모든 에너지원과 기술에 대한 고려가 빠질 수 없다. 일부에서는 ‘무리한 탈원전 정책에 대한 출구전략, 신한울원전 3,4호기 공사재개 임박, 9차 전력수급계획에 신한울 3,4호기 포함’ 등의 성급한 관측을 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청와대에서는 "에너지 전환 정책은 집권 초기에 공론화 과정을 거쳐 국민의 여론을 수렴한 것에 기초하고, 전력수급 계획까지 충분히 검토해서 일관되게 에너지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일축해 버렸다. 소위 청와대발 가이드라인이 제시된 것이다.

청와대가 언급한 집권초기의 공론화 과정이라는 것은 신고리5,6호기 공론화위원회의 권고를 말한다. 당시 공론화위원회는 신고리 5,6호기 공사는 재개, 원전비중은 축소를 권고했다. 원전비중 축소에 대해서는 ‘신고리5,6호기 건설중지 또는 재개에 대해서만 공론화한다’는 당초에 위임된 권한을 벗어나 공론화위원회가 월권적 의견을 제시했다는 것이 해석이 일반적이다. 이 내용은 총리훈령인 ‘신고리 5ㆍ6호기 공론화위원회 구성 및 운영에 관한 규정’과 "공론화위원회 활동은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에 국한할 것"이라는 당시 국무조정실장의 언급에서도 확인된다.

에너지정책이 장기적 안목을 가지고 제대로 수립되어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광범위하고 장기적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벤치마킹하고 싶어 하는 유럽 여러나라는 오랫동안의 공론화 과정을 거친 후에도 국회논의, 법제화, 국민투표 과정을 거쳐 에너지정책을 결정해 왔다. 그 후에도 상황이 변화하면 기존의 법을 개정하거나 폐기하여 정책방향을 전환하기도 한다.

기후환경회의의 에너지믹스 공론화가 부디 성공적으로 수행되기 바란다. 눈치를 살피거나 외압에 흔들리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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