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원-산업부, 사용후핵연료 대책 ‘엇박자’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0.02.04 22:23

월성, 고리 등 줄줄이 포화 앞뒀지만 사용후핵연로 재검토위원회 진척 사항 전무

재검토위 16차례 회의, 결석률 32.5%... NGO 참여자 11명은 지난달 17일에 일괄사퇴

정재훈 사장 "재검토위, 의견수렴 절차 빨리 마무리해달라...본연 업무만 집중하길"

산업부 "재검토위, 세부 의견수렴 절차 설계·논의 중...적기에 관리방안이 마련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원자력발전소 사용후 핵연료 처리를 둘러싸고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이 엇박자를 내고 있다. 포화가 임박한 가운데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현재 중수로 원전이 위치한 월성(2020년)을 시작으로 경수로 원전이 운영되고 있는 고리(2024년), 한빛(2026년), 한울(2037년), 신월성(2038년) 원자력발전소 부지내 저장시설의 포화가 순차적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월성 원자력발전소의 사용후핵연료 등 고준위방사성폐기물을 임시로 저장하는 시설(맥스터)의 포화율은 지난해 12월 기준 94.18%에 달했다.

이 문제를 서둘러 해결해야 할 사용후핵연로 재검토위원회가 제대로 업무를 수행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여기저기에서 나오자 산업부는 적기에 관리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원전 운영주체인 한수원 사장이 급한 마음을 드러냈다.

정재훈 사장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재검토위는 전체 정책을 재검토하는 게 기본 임무여야 한다"며 "본연의 업무에 집중하고 지역실행기구를 통해 이미 드러난 의견수렴 절차를 마무리해줬으면 하는 마음 뿐"이라고 강조했다. 또 "맥스터 7기 증설은 현재 사용 중인 시설의 추가 설치 문제로, 이미 기본적인 인허가가 완료된 잔여 부지에 위치하고 있다"며 "지난달 원자력안전위원회 승인까지 났다"고 덧붙였다. 정 사장은 "맥스터 증설은 영구처분시설이나 중간 저장시설을 논하는 큰 정책 제안이나 변경이 아니며 지역주민의 의견 수렴이 관건인 사안"이라며 "재검토위 지역의견 수렴과 경북 경주시 공작물축조 신고만 남았는데 지방자치단체에선 주민 의견이 모아진 만큼 빨리 진행해 달라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의견수렴 딜레마...언제까지?어디까지?

이러한 상황에서도 사용후핵연료 처리 문제가 계속해서 지연되고 있는 배경에는 지역주민과 시민단체 등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수렴 딜레마가 있다.

정 사장은 "2017년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광범위한 이해 관계자들의 의견 수렴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핵폐기물 재검토위가 출범했는데 그 취지엔 적극 공감한다"며 "원활한 에너지 전환을 위해서도 장기간 (원전과 신재생의) 에너지 공존이 필수인 만큼 맥스터 증설 이슈가 빨리 정리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도 의견수렴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지난 공론화에서도 NGO의 참여를 요구했지만 정부가 짜놓은 틀에 놀아나기 싫다는 이유로 참여를 거부했었다. 그런데 이번 공론화위원 가운데에도 NGO는 없다. 그래서 뒤늦게 공론화 재검토위원회를 구성하고 여기에 NGO 참여자를 넣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어렵게 구성한 재검토위원회의 NGO 참여자 11명이 지난달 17일에 일괄사퇴 했다. 재검토위원회가 임시자문기구로 아무런 권한과 책임이 없으며 하는 일도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정 교수는 "이같은 정황을 살펴볼 때 사용후핵연료 관리시설과 관련한 지역주민과의 논의방식은 월성부지의 맥스터 건설을 방해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가뜩이나 원안위가 심사를 한다고 3년을 넘는 시간을 보냈는데 공론화 과정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정부가 사용후핵연료를 처분하기 위한 일련의 과정을 지연시켜 원전내에 사용후핵연료를 임시저장할 수 있는 저장조가 가득 찰 때까지 미뤄서 결국 원전을 가동할 수 없도록 만들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방사성폐기물의 처리와 관련한 정부의 기본 방침은 ‘사용후핵연료 관리는 충분한 논의를 거쳐 국민적 공감대하에서 추진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공론화의 근거였지만 1년여를 넘게 추진한 현 정부의 사용후핵연료 공론화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관심이 좀 있는 사람도 내용파악이 되지 않는 것이 현재의 공론화다.

산업부는 문제가 불거지자 "여러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반영해 최상의 결론을 도출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원론적인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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