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건 前 원자력문화진흥원장 "원전엔 이념 없어야..盧정부도 마음바꿔 지지"

송경은 2020. 1. 19.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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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세대 원전공학자 이창건 前 원자력문화진흥원장
세계최고 수준 韓연구자들
적폐 내몰려 너무 억울
탈핵활동가 원전보직 꿰차고
핵심인재들은 中으로 빠져나가
미래 위해 대통령 결단 절실
`한국 원자력의 아버지`로 불리는 이창건 전 한국원자력문화진흥원장이 16일 서울 자택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그는 이중섭의 소 그림을 가리키며 "원전 개발자들이 적폐로 몰리는 요즘 일제 절망을 그림으로밖에 표현할 수 없던 이중섭과 같은 심정"이라고 털어놨다. [김재훈 기자]
"고(故)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도 처음에는 원자력발전을 지지하지 않았지만 국가 장래를 위해 원전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며 마음을 돌렸다. 노 전 대통령은 주변 원전 반대자들과 등을 지면서까지 원자력계를 열심히 육성했다. 이제라도 문재인 대통령이 '내 편'이 아닌 국가를 생각했으면 한다."

한국형 원전 개발을 이끈 1세대 원자력공학자이자 한국 원자력계 최고 원로인 이창건 전 한국원자력문화진흥원장(90·과학기술유공자)은 일방적으로 탈원전을 밀어붙이고 있는 문재인정부에 대해 이처럼 꼬집었다. 지난 16일 서울 서초구 자택에서 만난 그는 "문 대통령 주변에는 태양광발전 사업에 관여하고 중국에서 패널을 수입해 엄청난 돈을 버는 사람들이 깔려 있다"며 "결국 문 대통령은 국가보다 자기 편의 손을 들어주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 전 원장은 화가 이중섭의 소 그림이 담긴 액자를 들어 보이며 "요즘은 일제강점기 당시 억눌린 절망과 아픔을 그림으로밖에 표현할 수 없었던 이중섭과 같은 심정"이라며 "세계 최고 원전 기술을 위해 열심히 연구해온 원자력공학자들이 적폐로 몰리고 있다는 게 너무 억울하고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그는 "안 먹고 안 쓰면서 애지중지 키운 자식에게 배신당한 기분"이라며 "이렇게 가다 점점 더 치열해지는 세계 원전 시장에서 한국이 뒤처지지 않을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 전 원장은 "원자력계 주요 보직조차 탈원전 활동가들이 꿰차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원자력이 뭔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개인적인 신념으로 국가 원자력 기술 개발에 훼방을 놓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오죽했으면 국내에서 처음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원자력기구(NEA)에서 원자력개발국장까지 지낸 하재주 전 한국원자력연구원장이 사퇴를 했겠느냐"고 반문했다. 2018년 11월 돌연 사임한 하 전 원장은 청와대에서 수개월간 사퇴 압박을 받았다고 증언한 바 있다.

최근 낮은 경제성을 이유로 영구정지가 결정된 월성 1호기에 대해서는 "이미 지어 놓은 원전은 돌리면 돌릴수록 경제성이 좋아지는 구조인데 가동률이 평균 78.3%, 최고 95.8%에 달했던 월성 1호기의 예상 가동률을 54% 밑으로 억지로 낮춰 놓고 '경제성이 없어 조기 폐쇄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수력원자력이라고 7000억원을 들여 고친 월성 1호기를 버리고 싶었겠느냐"며 "한수원 이사회가 조기 폐쇄에 협조적이지 않아 혹시나 정권이 바뀌었을 때 한수원이 손해배상 부담을 떠안지 않도록 정부가 보험을 들어줬다는 얘기도 있다"고 전했다.

이 전 원장은 문재인정부 주장과 달리 국민 대다수는 탈원전을 원치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여론조사에서 국민 10명 중 7명은 원전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중단된 신고리 5·6호기 건설이 대국민 공론화를 거쳐 재개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또 "1년 반째 중단 상태인 신한울 3·4호기 건설에도 이미 7000억원이 투입됐지만 정부는 공론화조차 하지 않고 있다"며 "공론화를 하면 신한울 3·4호기도 틀림없이 재개될 게 뻔하니 손 놓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전 원장은 "지난 60여 년간 쌓아 올린 원전산업 생태계가 탈원전에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지금 중국 등 경쟁국에서 빼가는 인력은 최우수 핵심 인재들이기 때문에 숫자는 적어 보여도 한국 입장에서는 타격이 매우 큰 상황"이라며 "서둘러 탈원전 정책을 폐지하지 않으면 곧 돌이킬 수 없는 상태까지 치닫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국 원자력의 아버지'로 불리는 이 전 원장은 1954년 서울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한 후 66년간 원자력 외길을 걸어왔다. 1959년 한국원자력연구소(현 한국원자력연구원) 창립 멤버로 참여해 한국원자력학회장, 국제원자력학회협의회 회장 등을 지냈으며 2018년 과학기술유공자로 선정됐다.

[송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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