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납득할 수 없는 월성1호기 경제성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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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원 이사회는 2018년 6월 15일 월성1호기를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조기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지방선거 이틀 뒤 이루어진 조치였다. 2019년 12월 24일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월성1호기 운영변경허가(안) (영구정지)'를 의결하였다. 크리스마스 바로 전날이었고, 수출 10주년이 되는 원자력 안전 및 진흥의 날을 3일 앞두고 단행된 의결이었다.

한수원 이사회의 월성1호기 조기 폐쇄 의결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숫자들에 근거하여 이루어졌다. 첫째로 이용률이 손익의 분기가 되는 54.4%를 미달할 것이고, 둘째로 월성원전은 40년만 운영하며, 셋째로 앞으로 한전이 한수원에 지급하는 단가가 지속적으로 낮아질 것이라는 것이다.

월성1호기는 과거 35년간 79.5%의 이용률을 보였던 원전이며, 원자로의 핵심부품을 교체하여 새 원전처럼 개비한 원전이다. 54.4%의 이용률을 하회한다는 것은 35년의 실적을 봐도, 현재 원자로의 상태를 봐도 도저히 나올 수 없는 이용률이다. 게다가 경제성 평가는 2022년까지 남은 운영기간만 고려한 것이다. 캐나다의 동일한 원전들이 80년을 운영하는 상황에서 2022년까지 40년만 쓴다는 가정이 깔려 있으므로 일단 반은 접고 들어가는 상황이다. 한수원 이사회의 경제성 판단은 완벽한 오류다.

한전이 한수원에 지급하는 전기구입단가를 지속적으로 낮춰서 원가 이하로 내려가는 것으로 가정하였다. 이 전망이 틀렸다는 것은 2018년 정산실적으로 증명이 되었다. 게다가 한수원의 가정대로라면 한수원은 파산으로 가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현재 한전은 원자력은 kwh당 60원, LNG는 120원, 신재생은 180원에 사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저렴한 원전의 정산단가를 앞으로 50원도 안 되게 적용하여 한수원을 파산시킬 이유가 있겠는가? 이런 말이 안 되는 가정을 어떻게 할 수가 있는가? 답은 결국 이용률을 높이고, 80년 운영하는 것이다. 조기 폐쇄는 답이 아니었다.

월성 원전은 10년 계속운전을 결정할 때 최신 기술기준을 적용하여 평가되었다. 월성1호기는 동일 노형인 캐나다의 포인트 레푸르와 동일하게 최신 기술기준을 활용하여 계속운전에 관한 안전성을 평가하였고 그 결과 월성1호기와 포인트 레푸르 사이에는 성능 차이가 없는 것을 확인하였다. 캐나다였다면 운영할 원전을 우리나라이기 때문에 운영을 못 할 지경으로 안전성이 형편없다는 뜻인가? 안전성 트집은 전혀 타당성이 없다. 캐나다는 동일한 원전을 80년 정도 운영할 계획이다. 월성1호기를 80년 운영한다면 간단히 경제성은 2배 가까이 증진될 것이다. 이용률을 형편없이 낮게 잡고, 2022년까지만 운영하여 40년만 이용하도록 기간을 짧게 잡고, 한전이 일부러 한수원을 파산시킨다는 것과 다름없는 가정을 적용하여 경제성이 없다는 결론을 경영진이 내렸다. 그런데도 한수원 이사들은 타당하다고 찬성하였다. 여기에 대한 감사원 감사가 진행 중이다. 과연 감사원이 이 무논리를 밝혀낼 것인지, 아니면 정치적 결정으로 면죄부를 줄지 모르겠다.

여기에 원안위는 영구정지해도 안전하다는 것을 확인하는 불요불급의 심의 의결을 크리스마스이브를 기해 해버렸다. 운전해도 안전한 원전이 영구정지하면 안전성에 문제가 발생할 리가 있는가. 원안위 본연의 임무이긴 하나 불요불급했다. 한수원 이사회의 책임이 드러난다면 영구정지를 운영으로 되돌려야 한다는 불확실성은 고려되지 않았다.

[정용훈 카이스트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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