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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24시] 브레이크 없는 `원전폐기` 결정

송경은 기자
입력 : 
2019-12-27 00:04:01
수정 : 
2019-12-27 00:3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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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계·산업계의 거센 반발과 각종 의혹에도 지난 24일 월성 1호기 영구정지 허가가 떨어졌다. 월성 1호기 계속 운전이 경제성이 있다고 판단한 한국수력원자력이 7000억원을 들여 10년 연장 승인을 받은 지 4년 만이다.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결정 과정에 대한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승인을 서두른 것은 결국 청와대 때문이 아니겠냐는 견해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그러나 원안위는 지난 25일 "원안위는 에너지 전환 정책과 무관하게 원자력 이용에 대한 기술적 안전성 여부만 판단하는 기관"이라며 "사업자인 한수원이 영구정지를 위한 운영변경허가를 신청하면 원자력안전법령이 정한 기준에 적합할 때 허가한다"고 해명했다. 한수원이 원전 폐기를 결정하고 원전을 멈추는 게 안전하기만 하면 정부는 승인해 줄 뿐 그 결정의 적합성에 대해서는 판단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원전이 엄연한 공공재임에도 한수원이 배임을 저질렀다 해도 원안위는 간섭할 수 없다. 이는 행정부가 스스로 치명적 결함을 드러낸 셈이다.

그렇다면 앞으로도 정부가 멀쩡한 원전들을 조기 폐쇄하는 것은 생각보다 수월할 것이다. 원전 폐기가 합리적인지 한번 더 숙고할 만한 브레이크 장치가 없기 때문이다. 한수원만 따라 주면 된다. 한수원은 문재인정부 들어 돌연 월성 1호기 예상 가동률을 지난 35년 평균 가동률(78.3%)에 한참 못 미치는 54.4% 이하로 산정해 경제성이 없다며 조기 폐쇄를 결정했다. 국회는 이런 결정에 배임 혐의가 있다며 감사원 감사를 요구했고 현재 진행되고 있다.

스스로 브레이크 기능을 갖추고 있지 않다면 국민 목소리에라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문재인정부는 대선 공약에 불과했던 탈원전을 합법적 의사 결정 과정 없이 정책으로 밀어붙여 왔다. 이미 법조인들은 이런 식의 탈원전은 위헌이라고 지적했다. 현존하는 전력원 중 가장 경제적이고 친환경적인 원전의 폐기는 국민 삶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 탈원전을 선택하고 거부할 권리는 국민에게 있다. 평생의 일자리를 잃고 미세먼지를 마시면서 폭등한 전기료에 대선 공약을 지켰다고 박수 칠 국민은 없다.

[과학기술부 = 송경은 기자 kyungeu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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