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의 경고…"탈원전 한국 온실가스 줄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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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9.11.28. 오전 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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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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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EP 탄소배출량 보고서

韓 감축목표 달성은커녕
2030 탄소 배출 15% 늘것

"탈원전 정책탓 발전부문
온실감축 난항 겪고 있어"
감축 못하면 비판 커질것


정부가 탈(脫)원전 정책을 밀어붙이면서 '파리기후변화협약'의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는커녕 오히려 목표치보다 탄소 배출량이 15% 이상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유엔 환경 프로그램(UNEP)이 26일(현지시간) 세계 각국의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실제 이행 현황을 비교·분석한 '배출량 격차 보고서(EGR) 2019'를 발표했다. 배출량 격차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와 현 수준에서의 실제 전망치 간 차이를 말한다. 보고서는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 중 78%를 차지하는 주요 20개국(G20) 중 미국 브라질 캐나다 한국 호주 일본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7개국은 기후변화 대응에 더욱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콕 집어 경고했다.

그러면서 유엔은 한국의 기후변화 대응을 가로막는 주요 원인으로 문재인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꼽았다. 보고서는 "한국은 문재인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발전 부문에서 온실가스 감축이 난항을 겪고 있다"며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며 8.8GW급 신규 원자력발전소 건설 계획을 취소했고, 이에 따라 지난해 발전 부문 배출량 감축 폭을 당초 6450만t에서 2370만t으로 줄였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지난해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을 수정하면서 발전 부문에서 우선 2370만t을 감축하고 향후 3410만t을 추가 감축해 총 5780만t을 감축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까지 3410만t 추가 감축에 대한 구체적인 이행 방안은 마련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유엔은 한국의 2030년 예상 온실가스 배출량이 자체 감축 목표치 대비 15% 이상 증가해 목표 달성이 불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목표 달성을 위해 필요한 온실가스 감축 총량이 미국과 브라질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을 정도로 대응이 늦은 것으로 진단했다. 앞서 한국은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 2030년 온실가스 배출전망치(BAU)를 8억5080만tCO2e(이산화탄소 환산 t·이하 t)로 진단하고 이를 37% 감축한 5억3600만t으로 줄이겠다고 약속했다.

이처럼 한국 온실가스 배출량이 오히려 늘어나는 상황이 연출되면서 2023년 온실가스 감축 이행 현황을 공식 점검받는 '글로벌 스톡테이킹'을 앞두고 한국 정부가 아무런 대비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온기운 '에너지정책 합리화를 추구하는 교수협의회' 공동대표(숭실대 경제학과 교수)는 "온실가스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 원전 발전 비중을 낮추고 재생에너지의 낮은 발전 효율을 보완하기 위해 액화천연가스(LNG)와 석탄화력 발전을 늘리고 있으니 방법이 없는 것"이라며 "결국 정부가 에너지 정책을 통해 발전 부문에서 감축해야 할 온실가스 배출량을 산업 부문으로 떠넘기고 있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지난해 원전 가동률이 65.9%까지 떨어지면서 유연탄 사용량은 탈원전 이전인 2016년 대비 14.7% 증가했고, LNG 사용량은 19.4% 증가했다.

게다가 한국의 당초 온실가스 감축 목표 자체가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미약했기 때문에 이마저도 달성하지 못하면 국제사회의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란 지적까지 나온다. 한국 정부는 과거 특정 시점 배출량이 아닌 전력 수요 증가 등으로 향후 늘어나는 온실가스 배출량까지 고려한 배출전망치를 기준으로 감축 목표를 정했다. 한국의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 목표치인 5억3600만t은 1990년 배출량보다 81% 많은 양이다. 이 때문에 민간단체 '기후행동추적(CAT)'은 한국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불충분'하다며 최하위 등급을 매겼다. 온 대표는 "선진국은 대부분 절대적인 배출량을 줄이고 있는데 한국은 배출량 증가 폭을 줄이는 것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라고 우려했다.

한국은 인구 1인당 탄소 배출량이 12.4t으로 사우디아라비아 미국 캐나다에 이어 세계 4위이고 온실가스 배출 총량에서도 중국 미국 유럽연합(EU) 인도 등에 이어 세계 7위 수준이다. 2017년 11월 유럽 기후행동네트워크(CAN)가 발표한 '기후변화 대응지수 2018'에서 60개국 중 58위로 최하위에 그치기도 했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는 "지금은 미세먼지보다 온실가스 문제에 더 신경 써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은 매년 1.5%씩 증가해 지난해 한 해 동안만 550억t이 배출된 것으로 파악됐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지난해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가 407.8PPM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유엔은 "파리기후변화협약은 산업화 이전 대비 2100년 온도 상승 폭을 1.5도까지 낮추는 것을 최대 목표로 하고 있지만, 이대로라면 이번 세기 말 지구 온도는 산업화 이전 대비 3.2도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송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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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문화스포츠부에서 미술과 영화, 문학·출판 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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