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W] 서울대 교수 마음 흔든 '核공학' 시험 답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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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9.06.26. 오전 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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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7개 냈는데 8번 답 만들어
"교수님, 원전 안전성과 중요성 친구들에게 자랑하겠습니다"



"한 학기 동안 정성껏 지도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원전에 관해 잘못된 지식을 가지고 있는 친구들에게 원전의 중요성과 안전성을 자랑하겠습니다."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지난 17일 '핵(核)공학개론1' 수업 기말고사 답안지를 채점하다가 이런 글이 적힌 '의문의 8번 문항 답안'을 발견했다. 주 교수가 낸 시험문제는 7개가 전부였다.

유일하게 8번 답안을 적어낸 이는 원자핵공학 전공도 아닌 경제학부 K씨. 그는 8번 항목에 '원전에 대한 편견과 잘못된 지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원전의 중요성과 안전성을 알리겠다'는 취지의 강의 소감을 10줄가량 적어놨다. K씨는 "(앞으로) 내가 핵공학개론 수업에서 배웠다고 말하며 원전 관련 지식을 친구들에게 자랑하겠다" "앞으로 원자력을 인생의 동반자로 삼을지, 경제학으로 다시 돌아갈지는 모르겠으나 핵공학개론에서 열심히 공부한 지식은 세상을 바라보는 힘이 될 것"이라고 썼다.

주 교수는 "K군은 1~7번까지 답안도 상당히 훌륭했다"고 했다. 그는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으로 학계에 씁쓸한 뉴스만 가득한데 오랜만에 가르치는 보람을 느꼈다. 이런 학생들을 봐서라도 절대 좌절하지 말자고 스스로 각오를 다졌다"고 했다.

핵공학개론1 수업은 이제 막 원자핵공학과 전공에 진입한 2학년 학생들이 주요 수강 대상이다. 예년 정원은 40명이었지만, 올해는 30명만 받았다. 작년 원자핵공학과 입학생 중 6명이 자퇴해서다. 서울대 원자핵공학과에서 입학 후 1년 안에 6명이 자퇴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탈원전 정책 여파로 풀이된다.

탈원전 정책으로 원자핵공학과 분위기는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고 한다. 주 교수는 "내가 원자력을 배워 국민을 설득하겠다는 각오로 맨 앞줄에 앉아 열의를 보이는 학생이 있는 반면, 이제 원자력에 희망은 없다며 뒷줄에 앉아 다른 진로를 고민하는 학생도 있다"고 했다.







[김은중 기자 emailm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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