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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칼럼

[VIEW POINT] 456일 만에 열린 스마트원전 고위급 TF

원호섭 기자
입력 : 
2019-05-02 00:05:01
수정 : 
2019-05-02 01:2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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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6일.' 지난해 1월 30일 탈원전 정부가 원전 수출을 지원한다며 발족시킨 '스마트원전 건설 및 수출 촉진을 위한 고위급 태스크포스(TF)'가 출범한 날 얼굴을 본 뒤 두 번째 만남을 가질 때까지 걸린 시간이다. 15개월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산업통상자원부·외교부 고위직 등으로 구성된 고위급 TF 발족을 알리면서 배포한 보도자료에는 '스마트 건설 수출!! 총력 지원 준비 완료'라는 커다란 제목이 붙어 있었다. 느낌표 두 개는 2012년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 표준설계인가를 획득해 '세계 최초 허가'라는 타이틀을 얻은 스마트원전 수출을 꼭 이루겠다는 과기정통부의 의지를 보여주는 듯했다. 탈원전으로 국내 원전시장이 붕괴되고 있다는 우려를 불식시키고 정부가 원전 수출에 힘을 쏟는다는 신호를 주기에 충분했다. 스마트원전 1기는 10만명 규모 도시에 전기(9만㎾)와 물(하루 4만t)을 동시에 공급할 수 있어 인구가 한곳에 밀집되지 않거나 섬이 많은 나라들이 도입을 강하게 희망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같은 중동 국가가 대표적이다.

그런데 지난 15개월간 정부는 스마트원전 고위급 TF를 만들어만 놓고 사실상 방치했다. 정말 모처럼 열리는 이번 스마트원전 고위급 TF 회의는 매일경제신문이 '스마트원전 TF가 개점 휴업 상태'라고 지적했던 지난 3월 4일까지 회의 개최 계획조차 잡혀 있지 않았다(매일경제 3월 4일자 A19면 보도). 보도가 나간 뒤 58일 만인 지난달 30일 과기정통부는 산업부·외교부 실·국장 등 관계 부처와 기업 임원들이 참석한 고위급 TF를 456일 만에 서둘러 열었다.

"고위급 TF만 열리지 않았을 뿐 관계부처가 긴밀하게 협의해왔다"는 과기정통부의 해명은 이해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애초에 고위급 TF를 만들 이유가 없었다. 이 해명은 고위급 TF 발족이 '보여주기식 회의'였음을 자인한 것이나 다름없다. 정부 고위직의 움직임은 일의 우선순위를 의미한다. 정부가 나서서 만든 스마트원전 건설·수출 촉진을 위한 고위급 TF는 스마트원전 수출에 대한 정부의 의지를 보여주는 바로미터다.

456일 만에 열린 고위급 TF 회담이 그동안 밀려 있던 스마트원전 수출 지원에 도움이 되길 바랄 뿐이다. 협약에 따라 사우디는 앞으로 1년6개월 이내에 스마트원전 건설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올해 정부가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서 스마트원전의 사우디 수출 여부가 갈린다.

[원호섭 과학기술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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