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준호의 뉴스 저격] 국내 原電, 규모7 지진 나도 대형 항공기 충돌해도 끄떡 없다

입력
기사원문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동해안 지진 발생 잇따르자 "원전 위험" 주장 나오는데…


지난 19일 강원도 동해시 인근 해역(규모 4.3), 22일 경북 울진군 해역(규모 3.8)에서 지진이 잇따라 발생하자, 환경 단체 등 탈(脫)원전 정책 지지자들이 "지진으로 인한 원전 사고 위험성이 높아졌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환경운동연합은 "가동 중인 원전의 내진(耐震) 설계를 강화하고, 월성 2~4호기 등은 폐쇄를 서둘러야 한다"는 성명을 냈다. 현재 국내 원전 24기 중 18기가 상대적으로 지진 발생 빈도가 높은 동해안에 밀집해 있어서 한 곳에서 사고가 난다면 연쇄 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도 다시 나오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원전은 규모 7의 지진에도 견디는 내진 설계가 이미 돼 있는 가장 안전한 구조물"이라고 지적한다.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지진 때문에 발생한 원전 사고는 단 한 건도 없다.

경주와 동일본 대지진, 규모 차이는 3.2, 에너지 차이는 6만3000배

대규모 지진은 지각판이 서로 충돌하는 지각판 경계부에서 주로 발생하는데, 우리나라는 환태평양지진대에서 약 600㎞ 떨어진 유라시아판 내부에 위치하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규모 3.0 이상의 지진은 연 평균 10회 정도 발생하지만 건축물이 파손될 정도의 규모 5.0 이상 지진은 관측 시작 이래 10회(육지 6회, 해역 4회)에 불과했다. 규모 6.0을 넘는 지진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반면 일본은 2017년까지 규모 5.0 이상의 지진이 4343회 발생했다. 규모 8.0이 넘는 지진도 6차례였고, 지난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은 규모 9.0이었다.

국내 관측 사상 최대 규모로 기록된 2016년 9월 경주 지진의 규모는 5.8이었다. 지진 규모 1의 차이는 에너지로는 약 31배 이상의 차이가 난다. 경주 지진과 동일본 대지진의 규모 차이는 3.2에 불과하지만, 에너지 차이는 약 6만3000배에 해당하는 것이다.

전 세계 지진으로 인한 원전 사고 '제로'… 내진 설계보다 강한 지진에도 멀쩡


전 세계에서 지진으로 인한 원전 안전 설비 손상이나 방사능 유출 사고는 단 한 건도 없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원인은 지진이 아니라 쓰나미에 의한 침수였다. 후쿠시마 원전은 지진엔 안전하게 멈췄지만, 연이은 쓰나미에 외부 전원이 차단되고, 비상 발전기마저 침수돼 냉각수 공급을 하지 못함으로써 수소가 폭발했다. 동일본 대지진 당시 후쿠시마보다 진앙에서 더 가까웠던 오나가와 원전은 쓰나미가 방호벽을 넘지 못해 피해가 없었다. 지역 주민들은 지진을 피해 오나가와 원전으로 대피할 정도였다.

내진 설계 기준을 초과하는 지진이 일어나도 대량 방사능 유출 사고는 일어나지 않게 돼 있다. 2007년 일본 가시와자키 가리와 원전과 2011년 미국 노스애나 원전은 내진 설계 기준을 2~2.4배 초과하는 지진을 겪었지만 안전엔 이상이 없었다.

내진 설계 강화… 대형 항공기 충돌에도 안전

원전은 부지 조사부터 내진 설계, 시공, 운영에 이르기까지 철저하게 지진에 대비한다. 부지는 반경 320㎞까지 철저히 조사하고, 발전소 부지에는 격자 형태로 촘촘하게 70개의 구멍을 최대 100m까지 뚫어 지질 구조, 단층 분포, 암반 특성 등을 확인한다. 이를 통해 최대 지진 값을 산정한 후, 여기에 안전 여유도를 더해 내진 설계를 한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규모 6.5를 견디도록 돼 있던 내진 기준을 7.0으로 강화했다.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설비는 교체했고, 구조물에 철골 프레임을 덧대거나 설비를 더욱 견고하게 고정했다. 신고리 5~6호기는 규모 7.4의 내진 설계가 적용됐다.

원자로 격납 건물은 암반을 굴착해 조밀하게 철근을 설치하고, 콘크리트를 타설해 건설한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암반층에 지은 원전은 지진 발생 때 토사 지반 위에 있는 건물이 받는 진동의 30~50% 정도만 전달된다"며 "특히 신고리 5·6호기 원자로 격납 건물의 콘크리트 두께는 기존 원전보다 15㎝ 두꺼운 137㎝로, 대형 민간 항공기가 충돌해도 안전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다양한 침수 방지 대책도 마련했다. 부지 높이는 9.5m로 지진 해일로 수위가 최고 8.2m까지 오르더라도 1.3m의 여유가 있다. 또 이마저도 넘어서는 해일에 의한 침수에 대비하기 위해 방수문도 설치한다. 만약 침수가 돼도 정전되지 않도록 이동형 발전(發電) 차량을 도입하고 침수 안전 지역에 비상 배터리까지 배치했다. 수소 폭발을 막기 위해 전기 없이 작동하는 수소 제거 장치도 설치했다.

주한규 서울대 교수는 "국내 원전은 국내 어떤 구조물보다 지진에 안전하다"며 "설사 내진 설계보다 강한 지진이 일어난다 해도 방사능이 유출될 일은 없다"고 말했다.



후쿠시마 방사능 직접피폭 사망자 '0'인데… 사고 후 근거없는 공포 확산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전 세계적으로 원전에 대한 공포가 확산됐지만 대부분 근거 없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17년 6월 고리 1호기 원전 영구 정지 기념식에서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5년간 1368명이 사망했다"고 말해 "정확한 이해 없이 발언한 내용이라 매우 유감"이라는 일본 정부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이 수치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피난 생활을 하다가 병사하거나 우울증 등으로 자살한 고령자 등을 집계한 '원전 사고 관련사(死)'로 원전 방사능 유출로 인한 사망자 숫자는 아니었다. 유엔 방사능피해조사기구(UNSCEAR)는 2013년 보고서에서 "누출 방사능으로 인한 심각한 건강 피해나 사망자는 한 명도 확인되지 않았다. 심리적 공포가 문제"라고 결론 냈다.

한수원은 "후쿠시마와 같은 원전 사고가 우리나라에서 일어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했다. 한국 가압경수로 원전과 후쿠시마 비등경수로 원전은 구조부터 다르다. 일본 원전은 원자로 내의 냉각수를 직접 끓여 발생한 증기로 터빈을 돌리지만, 우리 원전은 원자로의 냉각수를 끓여 그 열로 증기발생기에서 증기를 만들어낸다. 우리 원전은 원자로와 증기발생기의 물이 분리돼 있어 증기발생기의 냉각수가 방사능에 오염될 우려가 적지만, 일본의 경우 방사능 오염 가능성이 크다. 또 한국 원전은 격납 건물이 두께 1.2m의 철근 콘크리트 외벽을 포함한 5중 방호벽 체계를 갖춘 반면, 일본은 철골 구조에 10㎝ 두께의 강판 패널로 만들어졌다.

한국 원전은 세계에서 기술력과 경제성을 인정받았다. 문재인 대통령도 작년 11월 체코를 방문해 "한국은 지난 40년간 원전을 운영하면서 단 한 건의 사고도 없었다"고 했다. 한국 신형 원전인 APR 1400은 세계에서 가장 까다로운 미국원자력규제위원회(NRC)의 표준 설계 인증을 취득했다. 원전 선진국인 프랑스와 일본도 이루지 못한 일이다. APR 1400을 유럽 안전 기준에 맞춘 유럽 수출형 원전인 'EU-APR' 표준설계는 유럽사업자요건(EUR) 인증을 받아 유럽뿐 아니라 남아공·이집트 등의 나라에도 수출이 가능해졌다.

[안준호 산업부 기자 libai@chosun.com]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네이버에서 조선일보 받고 경품도 받기]
[조선닷컴 바로가기]
[조선일보 구독신청하기]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사회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