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주 밝힌 3차 에너지기본계획안이 여러 측면에서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204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을 30~35%로 높이겠다는 것부터 그렇다. 국토가 좁고 일조량도 부족한 한국에서 재생에너지 비중을 30% 이상으로 높이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정부 목표대로 태양광발전을 확대하려면 서울 면적의 절반이 넘는 땅을 태양광 패널로 덮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20년 후 전력 목표 수요를 낮춰 잡은 것도 비현실적이다. 전기차 보급확대 등으로 2040년까지 에너지 소비가 20%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수요 억제를 통해 2017년 수준인 1억7180만 TOE(석유환산톤)까지 낮출 수 있다는 정부 예상은 앞뒤가 안 맞는다.

재생에너지 외에 원전을 포함한 발전원별 비중 목표가 사라진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이전 2차 계획에서 재생에너지와 원전·가스·유류 등의 장기 비중이 각각 명기됐던 것과 대조적이다. 온실가스 감축 목표 역시 빠졌다. 원전에 비해 발전단가가 3배나 되는 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릴 경우 전기료 인상이 불가피한데 이에 대한 이렇다 할 설명이 없는 것도 문제다.

결국 탈(脫)원전이라는 대선 공약을 대전제로 하고 모든 것을 여기에 꿰어 맞추다 보니 앞뒤가 맞지 않고 비현실적인 에너지기본계획안이 나왔다고밖에 볼 수 없다. 에너지기본계획은 향후 20년간 국가 에너지 계획의 큰 방향을 담는 ‘에너지 헌법’으로도 불린다. 이렇게 중요한 계획을 이렇게 ‘아니면 말고’ 식으로 만드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정부는 탈원전 같은 중대한 정책을 입법이나 국민 동의 없이 밀어붙이는 것 자체가 문제며 헌법 위반 소지까지 있다는 목소리를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