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 지속으로 전력수급 불안 커져…반도체공장 30분 정전에 수백억 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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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9.03.04. 오후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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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자체발전소 건립

이천·청주에 1기씩 내년 착공
재계 "송전탑 반발도 감안한듯"


SK하이닉스가 총 1조6800억원을 투자해 반도체 업계 처음으로 자체 발전소를 건설한다는 방침을 세운 까닭은 향후 전력난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한국전력 등 외부에 전기를 판매할 계획을 세우고 있지는 않다"면서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 반도체 업체로서 향후 전력 수급 안전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어 이 같은 투자를 단행하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다만 SK하이닉스는 이천과 청주에 1기씩 LNG를 기반으로 한 열병합 발전소를 수립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지만 정부 관계 기관 인허가와 대내외 경영 환경 변화 등에 따라 현재 계획이 다소 변동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가 이처럼 자체적인 대규모 발전소 건립 계획을 수립한 까닭은 문재인정부가 탈원전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향후 대대적인 전력난이 벌어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판단하기 때문인 것으로 반도체 업계는 보고 있다. 실제로 작년 8월께 불볕 더위로 최대 전력 수요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전력예비율이 8%대로 급락하자 SK하이닉스는 전력 수급에 문제가 발생할 것에 대비해 비생산 부서를 중심으로 전기를 절약하는 계획을 수립하는 등 절전 강화 방안을 검토한 바 있다.

또 작년 3월에는 삼성전자가 약 30분간의 평택 반도체 공장 정전 사고로 500억원 안팎 매출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지면서 반도체 업계에 위기감이 크게 고조된 바 있다.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반도체는 30분만 전력이 끊기더라도 클린룸의 청정 진공 상태가 무너지면서 공장 라인에 있던 반도체 제품들이 먼지를 뒤집어쓰게 돼 망가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반도체에는 얇은 막을 입히는 증착 공정이 포함돼 있어 전기가 끊기면 반도체 제품들은 그대로 굳어 못 쓰게 된다고 업계에서는 설명한다.

또 SK하이닉스 인근에 있는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라인이 송전탑 건설 지연 장기화로 전력난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된 것도 SK하이닉스의 자체 발전소 건설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향후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에 전기를 공급할 서안성~고덕 송전선로 건설 사업은 송전선로가 지나는 지역 주민들의 극심한 반대에 부딪혀 5년째 멈춰선 상태다.

한국전력은 고덕산업단지와 경기 남부에 대한 전력 공급량 확대를 위해 서안성~고덕 송전선로를 건설하는 방안을 2014년부터 추진한 바 있다. 이를 통해 현재 600㎿에 불과한 전력 공급량을 2000㎿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송전선로가 지나가는 경기도 안성시 원곡면 주민들이 송전탑 건설을 반대하고 나서면서 선로 건설은 답보 상태에 빠져 있다.

김학용 자유한국당 의원 제안으로 갈등조정위원회를 구성하고 수십 차례 회의를 거쳐 위원회가 최근 최종 조정안을 내놨으나 이마저도 주민들은 거부했다. 업계에서는 송전선로 건설 지연으로 투자와 고용이 계획대로 이뤄지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대 30조원이 투입되는 삼성전자 평택 2라인은 2020년 가동을 시작할 것이란 전망이 있는데 송전선로는 서둘러봐야 2023년께 완공되기 때문이다. 2라인 건설로 유발되는 직간접 고용창출 효과는 44만개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앞서 송전탑 반대 대책위원회는 안성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내 경제 여건과 고덕 산업단지 삼성 반도체 건설의 시급성을 고려해 원곡면 전 구간 지중화 요구를 철회하고 부분 지중화 중재안 2개를 제시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전은 중재안 모두 1000억원 이상 추가 공사비와 공기 지연이 불가피하다는 이유로 수용에 난색을 표하고 있어 송전탑 건설 갈등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 바 있다.

이 같은 반도체 업계의 전력난 염려가 SK하이닉스의 열병합발전소 투자 계획으로 이어졌다는 평가가 많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반도체 공장에 대한 전력 공급에 차질이 벌어지면 국내 반도체 산업뿐 아니라 한국 경제까지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규식 기자 / 이상덕 기자 / 용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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