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쉴 수 있는 푸른 하늘 만드는 원자력을 더 공부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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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서울 관악구 관악산공원 앞에서 홍현식(오른쪽 세 번째) 씨 등 녹색원자력학생연대 소속 서울대 학생들이 원자력 홍보 및 탈원전 반대 서명 운동을 벌이고 있다.


‘脫원전 반대’ 범국민 서명 운동 나선 서울대 대학원생들

“값싸게 쓸 에너지 꿈꿨는데…”

각 대학과 원자력학생연대 결성

이달 原電홍보 전국 캠페인도


“숨 쉴 수 있는 푸른 하늘, 원자력이 만듭니다.” “영화 보고 탈원전, 논문 읽고 친원전.”

지난 9일 서울 관악구 관악산공원 앞, 조용하던 등산로 입구가 주말 오전부터 젊은이들로 시끌벅적해졌다. 아침 기온이 영하 8도까지 떨어지는 등 한파가 이어졌지만 학생들은 저마다 두툼한 겉옷을 입은 채 계속해서 구호를 외쳤다. “원자력을 계속 공부할 수 있게 해달라”는 학생들의 절절한 호소에 지나가던 사람들의 발걸음이 멈췄다. 이날 5시간 동안 시민 564명이 ‘탈(脫)원전 반대’ 서명을 했다.

녹색원자력학생연대 소속 서울대 학생 16명은 지난 토요일 탈원전 반대 및 신한울 3·4호기 건설재개를 위한 범국민 서명 홍보운동을 벌였다. 이들은 지나가는 시민들을 붙잡고 원자력 발전의 안전성과 효율성에 대해 홍보했다. 같은 날 대전역 앞에서도 녹색원자력학생연대 소속 카이스트 학생들이 홍보 활동에 나섰다. 녹색원자력학생연대는 2월 중 전국캠페인을 계획하고 있다.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대학원에 재학 중인 홍현식(29·사진) 씨는 “연구에 집중해야 할 이공계 대학원생들이 왜 이렇게 거리로까지 나서게 됐는지 정부도 한 번쯤은 다시 생각해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홍 씨는 고교 시절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이상으로 급등, 경제에 강력한 영향을 미쳤던 경험을 계기로 “모두가 값싸게 쓸 수 있는 에너지”를 꿈꾸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한 과학 잡지에서 읽은 차세대 원자로 기술은 그를 서울대 원자핵공학과로 이끌었다. 홍 씨는 “지금은 원자로 물리에 대해 공부하고 있다”며 “원자로 내부에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물리 현상을 연구해 원자로의 경제성, 효율성, 안전성을 더욱 높이는 작업”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원자로 연구 수준은 미국에서도 공동 연구를 제의할 만큼 세계적으로 앞서가고 있다”며 “많은 학생이 이 같은 모습을 보며 대학원에 진학했다”고 말했다.

연구하고 논문 쓰기에도 바쁜 대학원생 신분이지만 홍 씨와 서울대 대학원생들은 현 정부의 탈원전 드라이브에 따른 원전 기술 폐기로 세계 수준의 기술이 사장돼 가는 상황을 보며 연구실을 박차고 나섰다. 이들은 지난달 ‘녹색원자력학생연대’를 결성했다. 서울대, 카이스트를 중심으로 울산과학기술원(유니스트)과 한양대, 경희대 등 전국에서 원자력을 공부하는 대학생들이 참여하고 있다. 원자력을 공부하는 학생들이 나서 국민에게 원자력의 안전성과 경제성, 친환경 측면에 대해 홍보하자는 취지다.

홍 씨는 “과학자들이 참여해 ‘탈원전 폐기’를 이끌어 낸, 대만의 ‘이핵양록(以核養綠) 공투’ 국민투표 운동이 롤 모델”이라며 “우리가 지금까지 연구해왔던 것이 틀리지 않는다는 확신이 있으니 믿어주셨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희권 기자 leeheke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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