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정치] 與의 뜨거운 감자 '脫원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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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영림 여론조사전문기자


2014년 5월 야당 의원이던 문재인 대통령은 "원전에서 안전 신화란 없다. 원전 수출이 중요한 때가 아니다"라고 했다. 그랬던 문 대통령이 작년 11월 체코에선 "한국은 40년간 원전을 운영하면서 단 한 건의 사고도 없었다"며 원전 세일즈를 했다. 이렇게 달라진 이유는 '원전 수출 포기는 자해 행위'란 여론이 부담스러웠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는 원전 수출뿐 아니라 '탈(脫)원전'도 생각을 바꿔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최근엔 여당과 국책 연구기관에서도 '탈원전 재검토' 목소리가 나왔다. 그래도 청와대는 "원전 문제는 공론화위원회 논의를 거쳐 정리됐다"고 했다. "이미 공론이 밝혀졌으니 입을 다물라"는 식이다. 2017년 10월 정부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한 신고리 5·6호기 공론조사 과정에서 '원전 정책 방향'을 끼워넣기 식으로 질문한 결과 '원전 축소'(53%)가 '원전 유지·확대'(45%)보다 약간 높았다는 것이 근거다.

하지만 한국리서치가 2015년과 2018년 '원전 정책 방향'에 대해 실시한 여론조사에선 '원전 축소'가 각각 14%와 29%로 모두 절반에 훨씬 못 미쳤다. 즉 같은 조사회사의 같은 설문에서 '원전 축소'가 14%(2015년)→53%(2017년)→29%(2018년) 등으로 널뛰기를 했다. 2017년 공론조사만 수치가 튀었던 이유가 있다. 시민 참여단이 '신고리 5·6호기 건설 재개'에 투표하면서 곁가지 항목인 '원전 정책 방향'은 일종의 보상 심리로 '원전 축소'를 택했기 때문이다.

당시 공론조사는 주제를 '신고리 5·6호기 문제'로 한정했지만, 마지막에 탈원전 관련 항목을 숙의(熟議) 과정도 거치지 않은 채 즉흥적으로 조사해서 수치를 왜곡시켰다. 정부는 이런 조사 결과로 '탈원전 대못'을 박았다.

내년 봄 총선을 앞두고 야권은 탈원전 저지를 위한 투쟁의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탈원전을 '망국(亡國) 정책'으로 규정했고,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등도 탈원전 폐기를 촉구하고 있다. 작년 말 한국갤럽 조사에선 '우리나라에서 원전을 이용하는 것'에 대한 찬성이 70%였다. 원전 찬성은 총선 승부처인 수도권(71%)을 포함해 모든 지역에서 다수였다. 신규 원전인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를 위한 공론화도 최근 모노리서치 조사에서 '필요하다'가 82%에 달했다.

지금 분위기로는 '탈원전'이 총선 핫이슈로 떠오를 경우 여당이 자중지란에 빠질 수 있다. 선거가 불리해질 것을 우려한 각 지역의 여당 출마자 상당수가 탈원전에 반기(反旗)를 들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여당은 틈만 나면 '20년 집권론'을 강조하지만 '탈원전 불통'으로는 1년여 남은 총선도 승리가 쉽지 않아 보인다.

[홍영림 여론조사전문기자 ylho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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