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에너지 안보와 '친환경 전력믹스'

2017-08-10 11:21:22 게재
2016년, 세계적으로 재생에너지 발전설비에 2498억 달러가 투자된 반면 화력설비 투자는 1138억달러에 그쳤고 원전은 300억달러에 불과했다. 친환경 전력믹스 전환은 한국 경제의 미래를 위해서도 반드시 가야 할 길이다.

친환경 전력믹스 정책은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는 것이다. 97%에 달하는 에너지 수입 의존도를 줄이는 대신 국산 에너지인 재생에너지 비중을 2030년까지 20%로 높여가는 것이다. 덴마크의 풍력과 독일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도 출발점은 에너지 안보 강화였다. 탈원전, 탈석탄 정책은 원전과 석탄화력을 당장 중단하는 게 아니라 점차 줄여가는 것이다.

문재인정부도 탈원전은 현재 원전을 당장 없애는 게 아니라 60년에 걸쳐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현 추세로 나가면 2030년에도 국내 원전과 석탄화력의 전력량을 합치면 약 50%에 달하고 재생에너지 비중은 OECD 하위 수준에 속할 것이다.

전력 부족 우려, 새로운 기술로 극복

친환경 전력믹스 정책도 전력수급 안정을 기본으로 한다. 선진국의 사례에서 재생에너지가 증가한다고 전력수급에 차질이 빚어진 경우는 없다. 우리나라는 최근 발전소를 급증하면서 발전 설비가 남아돌아 앞으로 원전과 석탄화력을 덜 지어도 수급에 지장이 없다. 산업 구조와 인구 구조도 변화하면서 전력 수요도 예상보다 둔화될 것이라고 한다.

1990년대 초반 독일에서도 풍력과 태양광이 늘어나면 전기 품질이 떨어지고 전력 부족이나 공급 과잉이 빈번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 당시 주류 학계는 계통 문제로 재생에너지의 비중이 3%를 넘기기 어렵다고 보았다.

그러나 독일에서 2015년 재생에너지 전력량이 30%로 증가하는 동안 전기 품질과 수급 불안 문제는 전혀 없었다. 독일은 재생에너지 100%를 지향하면서 이제 본격적으로 유연하고 지능적인 에너지시스템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에너지저장, 수요반응, 스마트그리드와 에너지관리시스템, 열 및 수송부문과 전력의 통합 등 에너지시스템 통합은 산업 발전을 자극하고 있다.

안전하고 깨끗한 전력의 비중을 높이면 단기적으로 전력공급 비용이 증가할 수 있다. 유기농이나 친환경 제품과 마찬가지다. 독일도 주택용 기준으로 전기요금에서 재생에너지 부과금이 약 20%를 차지하고 일본도 후쿠시마 사고 이후 태양광이 40GW나 늘어나면서 전기요금이 약간 올랐다.

그런데 태양광과 풍력의 발전원가가 계속 하락하면서 앞으로 태양광과 풍력이 늘어나도 비용 부담은 더 줄어들 것이다. 원전은 폐로와 사용 후 핵연료 관리 때문에, 석탄화력은 미세먼지와 온실가스 등 환경 때문에 비용이 계속 증가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현 세대가 매월 커피 한두잔 값만 부담한다면 미래 세대가 짊어져야 할 사회적 비용은 크게 줄어들 것이다.

안전하고 맑은 미래를 위한 '친환경 전력 전환'

재생에너지를 어떻게 확대할 것인가는 정말 쉽지 않은 과제다. 잠재량은 충분하지만 인구가 조밀하고 산지가 많은 국토 환경에서 태양광과 풍력을 확대하는 것은 쉽지가 않다. 특히, 재생에너지 시설설치와 생태환경 보호라는 정책목표가 상충되는 것도 문제이다. 풍력 가능지가 대부분 생태자연도 1등급지이며, 백두대간 등과 상당부분 중첩된다. 따라서 재생에너지를 확대하기 위한 아이디어와 기술 정책 시장이 잘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예를 들어 30GW의 태양광을 보급하려면 300㎢의 공간이 필요하다. 지붕과 담수호 수면을 잘 활용하면 토지 수요를 1/3로 줄일 수 있다. 시화호 새만금호 등 해수호도 수상 태양광이 가능하고 앞으로 건물일체형 태양광도 보급해야 할 것이다.

삼면이 바다로 열린 우리나라에서 해상풍력은 재생에너지 확대의 주요 수단이자 동시에 조선산업의 영광을 이을 새로운 산업 기회이다.

이상훈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