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사용후 핵연료에 대한 실체적 접근 필요](http://onimg.nate.com/orgImg/mk/2018/12/28/20181228_3584172_1545898663.jpg) "당신들은 당신의 자녀들을 무엇보다도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당신들은 그들 눈앞에서 그들의 미래를 훔치고 있다." 최근 폴란드 카토비체에서 열린 제24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4)에 모인 190개국 대표들을 향해 그레타 툰베리라는 15세 스웨덴 소녀가 한 연설 내용이다. 툰베리는 "지난 25년간 이 회의에 참석한 많은 사람이 세계 지도자들에게 탄소 배출을 중단하자고 호소했지만, 현재까지 탄소 배출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며 190개국 대표들을 도둑이라고 비난했다. 우리나라도 석탄 사용이 오히려 증가해 '기후악당'이라고 공격받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 온실가스 감축처럼 미래의 중요한 사안이지만 아직까지 결론에 이르지 못한 대표적인 사례로 사용 후 핵연료 관리를 들 수 있다. 그리고 온실가스 감축처럼 현재 필요한 시점에 결론을 내지 못하면 단기적으로는 원자력발전소 운전에 영향을 미치고 장기적으로는 사용 후 핵연료의 안전한 최종 관리 방안을 마련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2015년 이미 사용 후 핵연료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해 고준위 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을 확정한 바 있다. 당시 국회에서 논의를 거쳐 법제화될 예정이었지만 무산됐고 이후 현 정부 들어 대통령 공약사항으로 재공론화를 추진 중이다. 지난 5월부터 6개월간 재검토준비단의 활동이 있었고 그 결과가 정부에 제출돼 곧 재검토 위원회가 구성될 예정이다. 공론화 논의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 배경에는 복합적인 요인이 존재한다. 공론화위원회 구성과 관련한 갈등이 존재했고 무엇보다 관련 논의가 일방적으로 진행된 측면이 있어 이번에 보완이 필요하다. 또한 성격이 명백히 다른 단기저장 이슈와 최종 관리 방안은 각각 별도의 틀에서 다뤄야 불필요하게 논의가 지연되는 일을 막을 수 있다. 외국의 사용 후 핵연료 관리 방안 공론화 사례를 분석하면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첫째, 의회를 통한 국민 합의 과정을 거치는 사례로 프랑스를 꼽을 수 있다. 고준위 폐기물 처분의 타당성을 확인하고 국민 합의를 위해 1991년 고준위 폐기물법을 제정했다. 이후 15년간 심층처분, 지상저장, 소멸처리에 관한 연구 수행 결과를 2006년 의회에 제출해 최종 결정했다. 둘째, 단기간에 전문가 집단뿐 아니라 다수 국민의 의견 수렴을 거쳐 사용 후 핵연료를 원자력발전소 용지 내에 저장한 후 심층처분하는 근거를 확보한 캐나다 사례다. 2002년 사용 후 핵연료법을 제정하고 공론화를 통한 의견 수렴을 위한 전담기구를 설립했다. 이후 3년간 준비를 거쳐 사회적으로 수용 가능하고, 기술적으로 건전하며, 환경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으면서도 경제적인 사용 후 핵연료의 장기 관리 방안을 제시했다. 셋째, 사용 후 핵연료의 심층처분을 국가 정책으로 확정한 후 법적 근거를 가지고 처분장 용지를 확보해 추진하는 사례다. 스웨덴과 핀란드가 대표적이다. 용지의 타당성을 확인하는 과정에 지역사회를 적극적으로 참여시킴으로써 지역 주민들의 절대적인 지지 속에 최종 용지를 확보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두 번째 방식인 영국이나 캐나다 사례를 따른 것으로 보이는데 해외 사례를 종합해보면 사용 후 핵연료 최종 관리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법적 체계와 근거를 통해 일관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법적 근거를 통해 독립적 성격의 전담기구를 운영하고 있으며 국민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기 위해 자료를 공개하고 지역사회의 적극적 참여를 위한 기회와 절차를 마련해 국민적 이해와 공감대를 형성했다. 지난번 공론화 결과를 다시 한번 되짚어보면 공론화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국가 정책에 대한 과학기술적 검토뿐만 아니라 국가 정책의 채택과 추진 과정에 대한 신뢰이다. 국민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공감대 형성이 공론화의 핵심일 수 있다는 측면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필요한 정책이 필요한 시점에 마련될 수 있도록 국민적 합의가 이뤄지길 기대해 본다. [송종순 조선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매일경제 모바일 서비스 | 페이스북] [매일경제 구독신청] [오늘의 매일경제][ⓒ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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