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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원전은 축소, 밖으론 수출 외쳤지만… 해외 수주 제로 위기
일본 플랜트 기업 히타치제작소가 영국에서 추진하던 원전 2기 건설 계획이 무산 위기에 놓였다. 히타치는 영국 중서부 앵글시섬에 사업비 3조엔(약 30조원)을 투자해 2020년대 초반 운영을 목표로 원전 건설을 추진해 왔다. 전체 사업비 중 2조엔을 영국 정부로부터 대출받고 나머지는 히타치와 일본 금융회사 등이 분담하는 방안이었다. 하지만 당초 계획보다 건설 비용이 늘어날 조짐을 보이자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본 언론들은 "히타치가 영국 원전 건설을 사실상 포기했다"고 보도했다.  일본은 후쿠시마 사고로 국내에서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이 중단되자 해외 수출 시장 개척에 나섰다. 하지만 해외 원전 사업들이 비용 문제 등으로 잇따라 취소되거나 취소 위기에 놓이며 일본 원전 산업은 붕괴 위기에 봉착했다. 사진은 일본 간사이전력의 오이 원자력발전소 모습. /IAEA 이미지뱅크 ◇난관에 봉착한 일본 원전 수출 2013년 10월 아베 총리는 터키에서 원자력 에너지 부문에 협력하는 내용의 공동 선언문을 발표했다. 2조엔(약 20조원)짜리 터키 원전 수출 길이 열리는 순간이었다. 미쓰비시중공업을 중심으로 한 일본·프랑스 연합이 흑해 시노프에 원전 4기를 건설할 계획이었다. 2017년 착공해 2023년 1호기 가동이 목표였다. 터키 원전 수출에 환호했던 일본 원전 업계는 5년이 지난 지금, 어떻게든 터키에서 발을 빼려 하고 있다. 미쓰비시중공업이 막상 원전을 지으려 비용을 계산해 보니 안전 비용 급증과 환율 탓에 애초보다 2배가 넘는 5조엔으로 늘었기 때문이다.히타치제작소 수주가 내정됐던 리투아니아 원전 건설도 2012년 리투아니아 국민투표에서 반대에 부닥쳤다. 도시바가 미국에 건설하려던 원전 2기도 자회사 웨스팅하우스 파산으로 무산됐고, 일본이 수주했던 베트남·대만 원전도 백지화됐다. 영국과 터키 원전 건설이 최종 무산될 경우 해외 원전 일감이 제로가 되는 상황에 처했다. ◇일본 원전 생태계 붕괴 중  일본 업체들은 원전 사업을 축소하거나 아예 철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도시바는 일본형 원전 생산을 목표로 2011년 중공업회사 IHI와 함께 세운 합작회사를 청산할 계획이라고 지난 10월 밝혔다. 도시바는 앞서 미국 자회사 웨스팅하우스를 파산시켰고, 지난달에는 영국에서 원전을 짓기 위해 세운 뉴젠을 내년 1월까지 청산한다고 발표하는 등 원전 사업에서 손을 떼기로 했다. 더 디플로매트는 "비용 증가와 안전에 대한 신뢰 위기로 일본 원전 수출이 몰락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일본 원전 업체 부진으로 세계시장은 러시아 로사톰과 중국 기업 손에 놓이게 됐다"고 분석했다. 원전 46기를 운영 중인 중국은 급증하는 전력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자국 내에 원전 11기를 추가 건설 중이다. 독자 기술로 개발한 원자로를 바탕으로 '쩌우추취(走出去·해외 진출)'도 추진하고 있다.중국은 파키스탄·아르헨티나·터키에 원전 건설을 확정했고, 남아공·이집트·체코·태국과도 원전 건설 협의를 진행 중이다. ◇"일본은 한국 원전 산업의 미래상" 일본 원전 산업은 미국·프랑스·영국 등 과거 원전 강국의 쇠퇴 모습을 답습하고 있다. 미국·프랑스·영국은 1980년대 이후 자국에서 원전 건설이 중단되면서 산업 생태계가 붕괴했고, 이후 건설 비용과 공기(工期)를 제대로 맞추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본 역시 탈원전 이후 국내 원전 건설이 거의 없다 보니 서플라이 체인(공급망)이 유지되기 어렵고, 안전 비용까지 추가되면서 고비용 구조로 전락했다. 노동석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원전 산업은 다품종 소량 생산 체제로 규모의 경제가 중요한데 원전 발주 물량 자체가 적은 데다 (일본 내) 내수마저 없으니 규모의 경제가 안 된다”며 “원전을 2개 짓는 것과 8개, 10개 짓는 것은 단가 차이가 크게 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도 일본처럼 국내에서는 원전을 짓지 않겠다면서도 산업 유지를 위해 원전 수출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는 희망 사항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영국과 사우디아라비아, 체코 등에서 원전 건설을 추진 중이지만 어느 한 곳 수주를 낙관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원전 업계 관계자는 “해외 원전 수주 자체가 쉽지 않은 데다 수주를 하더라도 내수가 없는 상황에서 과거처럼 경쟁력이 있을지 의문”이라며 “삼성전자나 현대차가 아무리 글로벌 브랜드라고 해도 국내 시장에서 휴대폰, 자동차를 팔지 않는다면 경쟁력이 생기겠느냐”고 했다. 조선비즈 핫 뉴스 Best
[조선비즈 바로가기] - Copyrights ⓒ 조선비즈 & ChosunBiz.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전수용 기자 jsy@chosun.com 안준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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