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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목 [탈원전 17] 신재생에너지의 간헐성
  • 작성자 박인식 (bec@5483) (DATE: 2017-10-23 22:19:23)
  • 첨부파일 No Da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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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광과 풍력으로 대표되는 신재생에너지는 기상조건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발전량이 간헐적이다. 발전량의 변동성이 높다는 말이다. 또한 기상조건은 정확하게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불확실성 역시 높다. 이와 같은 이유로 발전량의 간헐성(intermittency)이 증가하면 전력망이 따라서 변동한다. 즉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출렁거리면 이를 뒷받침하는 나머지 기저발전소의 발전량도 따라서 출렁거리게 된다는 말이다. 이렇게 되면 전력망 안정성에 큰 부담이 될 뿐 아니라 심각한 경우에는 전력 계통이 붕괴될 수도 있다.


예를 들어보자. 기상여건 때문에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이 급격하게 줄어들었는데 공교롭게 전력 최대수요 구간과 겹칠 경우, 이를 받쳐줄 화력발전소가 가동되는 사이에 전력망이 마비될 수 있다. 반대의 경우도 심각하기는 마찬가지이다. 기상여건이 나쁠 것으로 예상해서 화력발전소 발전량을 늘렸는데 예상과 달리 기상여건이 좋아지면 발전량이 넘치게 되고, 이 넘쳐나는 전력은 어디 다른 곳으로 가는 게 아니기 때문에 송전망과 기존 발전소에 심각한 부담을 주며, 최악의 경우 발전소가 자기보호를 위해 셧다운 해버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일본에서는 2014년 9월부터 오키나와 전력을 포함한 5개 전력회사가 기업에서 생산하는 태양광 전력을 더 이상 사들이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발전량이 들쭉날쭉해서 수급을 맞추기 어려운 것은 차치하고라도,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전국으로부터 같은 시간대에 태양광 발전량이 집중해서 유입되는 까닭에 과부하가 일어났으며, 이 때문에 대규모 정전이 우려되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아베 총리는 ‘원전 제로’에서 ‘원전 재가동’으로 에너지 정책을 전환해야만 했다. 


전력망 안정성은 주파수로 나타나는데, 주파수가 안정적이지 않으면 전기로 생산하는 제품의 품질이 낮아진다. 컴퓨터 부품 같은 경우 정밀도가 떨어지는 것이다. 요즘처럼 4차 산업혁명과 같은 전기 중심 사회로 가고 있는 상황이라면 전기 품질이 매우 좋아야 하는데, 전기 품질이 낮아진다면 우리처럼 전기전자와 같은 정밀산업 비중이 높은 나라에서는 그만큼 산업 경쟁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유럽에서는 신재생에너지가 발전량의 20% 정도 차지하고 있으며, 미국에서도 이 정도를 신재생에너지 한계치로 보고 있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태양광과 풍력은 기상여건에 따라 사용하거나 저장할 수 없을 정도로 발전량이 집중되는 시간대가 있는데, 이럴 경우 독일에서는 먼저 기저발전소의 발전량을 줄이고, 그래도 남는 부분은 수출로 해결하고 있다. 유럽 국가들은 전력망이 서로 연계되어 있어 전력 수출과 수입이 자유롭기 때문에 이런 경우에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전력망이 고립되어 있기 때문에 이런 융통성을 발휘하는 것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며, 따라서 발전량이 부족하면 전력예비율이 떨어져 어려움을 겪고, 발전량이 남으면 저장설비를 갖추지 않는 한 버릴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말이다. 


또한 발전량이 부족할 경우를 대비해 전력예비율을 높게 유지해야 하는 문제도 발생한다. 신재생에너지 비중이 40%를 넘는 독일은 전력설비 예비율이 130.7%에 달한다. 참고로 우리는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전력설비 예비율을 20%로 설정하고 있다. 독일은 높은 전력설비 예비율에도 불구하고 올해 초 ‘블랙아웃’ 직전까지 몰렸다. 흐리고 바람이 없는 날이 길어지면서 태양광과 풍력 발전량이 평소의 1/6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 때문에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고 있는 국가들은 화력발전소를 예비설비로 남겨두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신재생에너지 보완설비로 변동하는 발전량에 즉각 대응할 수 있는 천연가스 화력발전소를 운영하고 있다. 보완설비가 충분하면 전력 불안정성은 해결되지만 천연가스를 대량으로 확보해야 하는 문제가 남는다. 참고로 천연가스발전은 가격이 낮은 현재에도 원자력발전에 비해 지난 5년 평균 2.5배 비싸다. 일본이 전 세계 천연가스 무역량의 33%를 수입하는 최대 수입국이고 우리나라는 2위 국가로 13%를 수입한다. 우리나라 에너지 수입액은 국가 총 수입액의 33%에 달한다. 이 중 천연가스는 에너지 수입액의 18%로, 국가 총수입액의 5%에 달한다. 국제 천연가스 가격이 장기적으로 하락할 것이라는 낙관론에 배경을 두고 연료전환을 긍정적으로 보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국제유가 변동은 누구도 정확히 예측하기 어려운 신의 영역에 속한다. 우리나라와 일본의 천연가스 수입가격은 유가에 연동돼 있고, 약정 물량을 인수하지 않더라도 대금은 지급해야 하는 조항과 함께 극동아시아 프리미엄으로 인해 미국이나 유럽보다 비싼 가격에 천연가스를 수입할 수밖에 없다. 또한 많은 국가들이 석탄과 원자력의 대안으로 천연가스를 소비한다면 가격이 오를 것은 자명한 일이기도 하다. 또한 신재생에너지 설비가 늘어나면 그만큼 보완설비도 늘어나기 때문에 천연가스 소비량 자체도 큰 폭으로 늘어난다. 그러니 가격 인상에 물량 증가까지 이중삼중의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뿐 아니라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문제가 된다. 1kWh 전력을 생산할 때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석탄화력 990g, 천연가스 550g, 태양광 57g, 풍력 14g, 원자력 10g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 절감을 위해서는 석탄과 천연가스를 줄여야 한다. 아이러니컬하게 신재생에너지를 늘릴수록 이를 보완하는 석탄이나 천연가스와 같은 화석연료 사용량도 늘어나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으로 줄어드는 양보다 2~4배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게 된다. 후쿠시마 이후 탈원전을 결정한 독일이 재생에너지를 대폭 확대한 후 신재생에너지 간헐성을 보완하기 위해 더 많은 석탄을 사용하기 때문에 서유럽 국가 중 1위로, 전 세계에서 6위로 이산화탄소를 많이 방출하고 있다. 


만약 이산화탄소 발생량 때문에 화력발전소를 보완설비로 사용하지 않을 경우 배터리와 같은 에너지 저장장치(ESS, energy Storage System)를 사용해야 하는데, 이 경우 화력발전소가 감당할 발전량을 대체하기 위해서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발생한다. 에너지 저장장치에 대해서는 다음 장에서 살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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