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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목 [탈원전 15] 풍력발전 여건
  • 작성자 박인식 (bec@5483) (DATE: 2017-10-09 04: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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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에 부임한 이듬해인 2010년에 한국남동발전과 함께 풍력발전을 검토한 일이 있다. 여건이 맞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 오래지 않아 사업을 접었다. 사우디 정부에서 신재생에너지를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기는 했지만, 그때까지 구체적인 추진계획이 세워지지도 않았고 신재생에너지 사업성을 좌우하는 보조금에 대해서는 생각조차 해보지 않은 것 같았다. 당시 만났던 사우디전력공사 부사장은 자체적으로 신재생에너지를 추진할 계획은 없고, 정부가 결정한다면 그때 검토해보겠다는 입장이었다. 검토 당시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는 임계풍속을 초속 6m로 봤을 때, 이를 상시 초과하는 지역은 리야드 서남부 지역이 유일했다. (Saudi Energy Atlas) 다란, 얀부, 지잔 등지에서 여름철 오후 시간에 이를 초과하고 있어 여름철 오후 시간의 첨두부하를 감당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사우디 정부에 신재생에너지 정책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보조금은 더욱 생각하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바로 사업을 접기는 했지만, 이런 결과를 고려할 때 풍력이 기저부하를 담당하는 것이 불가능할 것으로 판단했다.


태양광발전은 나름대로 사업성검토까지 해본 일이 있고 자료도 쉽게 얻을 수 있었지만 풍력발전은 아는 것이라 해봐야 임계풍속 정도에 불과하니 검색으로 얻을 수 있는 자료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아쉽게도 태양광발전에 비해 사례도 많지 않고 자료도 충분치 않았다. 아는 것도 없고 자료도 얻기 어렵다 보니 적지 않게 공을 들였는데도 풍력발전에 대해 쓸 엄두를 내지 못했다. 하는 수 없이 태양광발전을 검토한 방식을 따라 발전효율, 소요부지면적, 건설운영비용 순서로 살펴보기로 했다.


풍력발전의 타당성과 경제성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풍속이다. 풍력에너지는 풍속의 세제곱에 비례하기 때문에 풍속이 미세하게 차이 나더라도 풍력발전량은 크게 차이난다. 풍속(초속)은 풍력터빈이 위치한 높이 80미터를 기준으로 (발전용량 2~3MW 기준) 7등급으로 나눈다. (1등급 5.9m 이하, 2등급 5.9~6.9m, 3등급 6.9~7.5m, 4등급 7.5~8.1m, 5등급 8.1~8.6m, 6등급 8.6~9.4m, 7등급 9.4m 이상) 일반적으로 4등급 이상을 풍력발전 적지로 판단해왔지만 기술이 발전하고 시설이 대형화함에 따라 3등급 지역도 유망지역으로 분류하며, 최근에는 2등급 지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다시 말해 기술발전이나 시설대형화를 고려한다 해도 풍속이 최소 6m는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강금석, 해상풍력 개발동향 및 토목기술의 역할, 2009.5]


기상청 풍력자원지도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평균풍속이 가장 높은 곳은 미시령으로 8.4m였다. 임계풍속인 6m를 넘는 지점은 상위 38개 지점에 불과했는데 이 마저도 미시령, 무등산, 향로봉, 설악산, 덕유산과 같은 산지나 마라도, 홍도, 진도, 백령도, 소청도 같은 섬에 국한 되었다. 임계풍속은 자료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6m가 넘어야 한다는 데는 큰 이견이 없다. 결국 풍속이 6m는 되어야 한다는 점, 기상청 자료에 따르면 이 조건을 만족시키는 지역은 산지나 섬에 국한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의 풍력발전 입지 여건은 매우 불리한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독일은 풍력발전 설비용량이 50GW로 유럽 전체의 32.5%를 차지하며 지난해 풍력으로 전체 전력의 11.9%를 생산했는데, 이는 북해에서 불어오는 평균 초속 10m의 질 좋은 바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영국·네덜란드·덴마크도 이런 강풍을 조건으로 풍력 강국으로 성장했다.


BP: Statistical Review of World Energy 2013에 발표된 17개국의 최근 5년 평균 설비가동률(발전효율, Wind Load Factor)은 22.7%이며 [그림 참조], 강원도 용대리 풍력발전소의 경우 건설 당시인 2013년 실시한 타당성조사에서는 이를 18%로 예측하였으나 실제로는 10%에 머물렀다. 바람이 많다는 제주도 동북부 해안가의 풍력발전단지에서도 북서풍이 줄기차게 부는 겨울철에야 15% 정도 올라간다. 일부 발표 자료에서 설비가동률을 25%로 언급하고 있기는 하지만, 우리나라 사례와 BP 자료를 감안할 때 설비가동률은 20~25% 정도일 것으로 보인다. 태양광 15%에 비하면 효율이 높은 편이기는 하지만 원자력발전 90%에 비하면 격차가 매우 크며, 이 마저도 임계풍속을 만족시킬만한 지역이 극히 한정되어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과연 풍력발전이 기저부하를 감당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떨칠 수 없다. 최근 들어 육상풍력발전의 낮은 효율을 개선할 수 있는 대안으로 해상풍력발전이 고려되고 있다. 해상풍력발전의 경우 풍력발전기가 최적의 간격과 최적의 방향으로 설치되었을 경우 설비가동률이 31~33%에 이른다. 육상풍력발전효율보다 50%나 높은데, 문제는 이와 같이 높은 효율이 해상풍력발전의 높은 건설유지비용을 상쇄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태양광발전은 부지를 전용으로 사용하는데 반해 풍력발전은 시설 아래를 농경지나 목초지로 사용하는 게 아닌가 싶다. 독일에 자주 갈 일이 있어 비록 멀리서나마 풍력발전시설을 꽤 봤는데, 시설이 들어선 부지를 공터로 남겨놓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러니 소요면적을 부지를 전용으로 사용하는 태양광발전과 같이 평가하는 건 적절치 않아 보인다.


아무튼 ‘국내 풍력단지의 풍력터빈 용량밀도와 이격거리 산정’ 논문에 따르면 풍력터빈 간 이격거리(wind turbine spacing)는 주(主)풍향 방향으로 최소 블레이드 직경(D)의 7배, 그 직각방향으로 5배를 권장하고 있다. 독일에서는 주(主)풍향 방향으로 5배, 그 직각방향으로 3배를 권장하고 있기도 하고, 대와류모사(大渦流模寫, Large Eddy Simulation) 결과에 따라 최소이격거리가 15배가 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김현구 외, 풍력에너지저널, 2016] 위의 논문에서 제안한 적정 이격거리를 기준으로 할 경우 3MW 규모 풍력발전에 필요한 면적은 블레이드 직경을 100m로 볼 경우 0.35km2에 이르는데, 이는 GW당 116km2에 해당한다. 여기에 원자력 발전효율(90%)과 풍력 발전효율(20%)의 차이까지 고려하면 무려 525km2에 이른다. 참고로 같은 용량을 태양광으로 발전할 때 필요한 면적이 129.6km2이고 서울 면적이 605km2이다.


그것 뿐 아니라 풍력발전 부지에는 상당한 제약이 따른다. 산지관리법에 따르면 사면의 가장 높은 봉우리의 중심점으로부터 수평거리 50m 이상 떨어져 있어야 하고, 주거시설 및 학교로부터 1.5km, 사육시설로부터 1km 떨어져야 할 뿐 아니라 백두대간보호법, 군사기지ㆍ시설 보호법의 제약을 받으며, 야생생물보호구역·국립공원 등 법정보호지역에서는 시설 설치 자체가 불가능하고, 생태자연도 1등급 지역에서도 조건부로 일부 허용할 뿐이다. 따라서 능선부에 조성해야 하는 풍력발전소 입지 특성을 고려할 때 과연 필요한 부지를 확보하는 게 가능할까 싶다.


어렵게 부지를 찾아도 주민 반발을 극복해야 한다. 인근 주민들은 소음 공해에 시달리고 있으며 풍력발전소 그림자가 집안 내부로 비쳐서 생활불편을 겪기도 한다. 영암군과 신안군 주민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인근 지역 주민은 수면장애, 이명, 어지럼증 등을 호소하고 있으며 풍력발전 소음에 대해 가까이 있는 사람뿐 아니라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도 불편을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이 2011년 발표한 ‘풍력발전시설에서 발생하는 환경소음 및 저주파음에 관한 연구’를 기준으로 이격거리가 정해진다면 국내에서 육상풍력을 추진할 수 있는 입지는 상당히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풍력발전시설을 건설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질 좋은 바람을 확보하기 위해 대체로 능선에 건설하는데, 이를 위해서 산비탈을 깎아 도로를 내고 송전시설도 건설해야 한다. 건설용 진입도로로 인해 산사태의 취약성이 가속화되기도 한다. 여름철 국지성 호우가 올 때마다 대규모 산사태가 반복되는 것은 단순히 비의 양이 많아서가 아니라 이러한 개발사업으로 인한 산림훼손도 큰 이유이다. 이와 같은 부지제약조건도 해결하고 설비가동률도 향상시킬 수 있는 대안으로 떠오르는 해상풍력발전에 대해 다음 장에서 살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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