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지하 500m에 사용후핵연료 3중 차폐.. 미래세대 부담 안 줄 최적대안"

뷰흐(프랑스)=유영호 기자 입력 2018. 7. 20. 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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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전환 마침표, 사용후핵연료 해법찾기-④]프랑스 뷰흐 사용후핵연료 심지층처분 지하연구시설을 가다

[편집자주] 한국 첫 상용 원자력발전소인 고리 1호기가 지난해 6월 19일 0시 영구정지(콜드 셧다운) 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39일만인 이날 고리원자력본부를 직접 찾아 “국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청정에너지 시대, 이것이 우리 에너지정책이 추구할 목표”라고 했다. 국가 에너지정책 패러다임의 대전환, 이른바 ‘에너지전환’의 신호탄이었다. 에너지전환 정책으로 우리나라는 2082년이면 가동 원전이 ‘제로’가 된다. 하지만 과제는 여전히 남는다. 최소 10만년 동안 안전하게 처분해야 하는 사용후핵연료 문제다. 머니투데이는 지난 35년간 사회적 갈등만 부추기며 표류한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의 해법을 찾기 위한 돌파구를 모색하고자 한다.

프랑스 그랑테스트 레지옹(region) 뫼즈 데파르트망(departement)의 뷰흐(Bure)에 위치한 사용후핵연료 심지층처분 지하연구시설(URL) 전경./사진=유영호 기자


지난 6일 프랑스 파리에서 버스를 타고 서쪽으로 약 260㎞를 달려 도착한 그랑테스트 레지옹(region) 뫼즈 데파르트망(departement)의 뷰흐(Bure). 드넓게 펼쳐진 해바라기밭에 둘러싸인 인구 90여명의 한적한 시골 마을 한편으로 회색빛 사각 건물이 자리 잡고 있었다. 프랑스 방사성폐기물관리전담기관(ANDRA)이 운영 중인 사용후핵연료 심지층처분 지하연구시설(URL)이다.

사고시 한 눈에 발견할 수 있는 형광색 안전복과 안전모, 안전화를 갖춰 입은 후 비상사태에 대비한 산소호흡기와 개인용 위치추적지(GPS)까지 지급 받고 지하로 향하는 비좁은 엘레베이터에 몸을 실었다. 쿵쿵하는 굉음과 함께 철문이 닫히자 엘리베이터가 1초에 2m씩 내려가기 시작했다. 4분여를 지나 도착한 곳은 심도 490m의 URL 지하터널의 한가운데였다. 문을 열고 내리자 폭·높이 4.5m의 거대한 콘크리트 터널이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환기시설이 가동 중이었지만 곳곳에서 실험으로 발생되는 먼지에 마른 기침이 계속 나왔다.

‘지구상에서 가장 위험한 물질’로 불리는 사용후핵연료는 인체에 노출될 경우 즉사할 정도로 독성을 지닌 방사선을 배출하는 고준위방사성폐기물이다. 사용후핵연료에 포함된 핵종의 반감기(방사성 핵종의 원자수가 방사성 붕괴에 의해 원래의 절반으로 줄어드는 데 걸리는 시간)가 수백년에 달한다. 방사선 세기가 생명체에 무해한 수준까지 떨어지려면 최소 10만년 이상을 지하 깊은 곳에 묻어둔 채 생태계와 격리해야 한다. 프랑스는 천층(지표면) 처분, 우주 처분 등 다양한 사용후핵연료 처분 방식에 대한 연구를 거쳐 2006년 기술·현실·경제적으로 심지층 처분이 가장 적합하다고 결정했다.

프랑스 그랑테스트 레지옹(region) 뫼즈 데파르트망(departement)의 뷰흐(Bure)에 위치한 사용후핵연료 심지층처분 지하연구시설(URL)에서 연구원이 실증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사진=유영호 기자


URL이 위치한 곳은 실제 사용후핵연료 최종처분장 부지와 1㎞도 채 떨어지지 않은 곳으로 암반구조 등 ‘천연방벽’(환경적 요인)이 똑같다. 프랑스 정부와 ANDRA는 안전한 최종처분장 건설·운영을 위해 이 URL에서 사용후핵연료 처분과 관련한 다양한 실험과 실증을 진행 중이다.

이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내년 최종처분장 건설 인허가 절차를 거쳐 2020년 건설에 들어간다. 계획대로라면 가동 중인 원전 58기에서 나와 라하그와 마쿨, 카다라쉬 3곳의 중간저장시설에 분산 보관돼 있는 사용후핵연료는 2025년부터 최종처분장으로 옮겨질 계획이다. 현장 안내를 맡은 패트릭 랑드 ANDRA 국제협력본부장은 “최초 15㎡ 규모로 건설한 뒤 120년 동안 단계적으로 확장해 2155년까지 프랑스에서 발생하는 사용후핵연료를 최종처분하게 된다”고 말했다.

URL 지하터널의 총 길이는 무려 1.7㎞로 850개 이상의 시추공을 굴착했다. 이 곳은 약 130m 두께의 점토층에 둘러 쌓여 있다. 사용후핵연료 처분에는 혹시 모를 방사능 유출 등을 막기 위해 수밀성 확보가 중요한데 ANDRA는 이 곳의 점토층이 최적지라고 결론 냈다. 약 1억5000만년 전에 생성돼 지질적으로 매우 안정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프랑스 그랑테스트 레지옹(region) 뫼즈 데파르트망(departement)의 뷰흐(Bure)에 위치한 사용후핵연료 심지층처분 지하연구시설(URL)에 위치한 처분터널(cell). 최종처분장에서는 이곳에 전용처분용기, 캐니스터로 차폐된 사용후핵연료가 보관된다./사진=유영호 기자


주변을 둘러보다 지하터널 곳곳 빼곡하게 자리 잡은 센서가 눈에 들어왔다. 사용후핵연료는 섭씨 35~40도의 잔열이 계속 뿜어나오는데 이 열이 지층을 변질시킬 가능성을 데이터를 통해 확인하는 용도다. 센서가 측정한 데이터는 광섬유를 통해 지상의 데이터센터로 즉시 송신된다. 랑드 본부장은 “센서가 부착된 데이터 측정지점 수는 1만9200개소”라며 “매일 160만 유닛의 데이터가 기록되는데 지금까지 확보된 자료량이 약 27억 유닛에 달한다”고 말했다.

ANDRA는 2007년 운영 시작 후 지금까지 URL에서 △부지 특성 실증시험 △지표 조사 △수치 해석 △암반공학 △환경감시 △방폐물 운반·인수 △방사성폐기물 저장 등 최종처분에 핵심적인 7개 분야 35개 기술의 연구개발(R&D)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랑드 본부장은 “사용후핵연료는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긴 시간을 격리해야 하기 때문에 최종처분장 건설에 앞서 실험·실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프랑스가 최종처분장 건설에 앞서 10년간 URL을 운영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프랑스 그랑테스트 레지옹(region) 뫼즈 데파르트망(departement)의 뷰흐(Bure)에 위치한 사용후핵연료 심지층처분 지하연구시설(URL)에 위치한 처분터널(cell). 최종처분장에서는 이곳에 전용처분용기, 캐니스터로 차폐된 사용후핵연료가 보관된다./사진=유영호 기자


지하터널은 운영터널과 처분터널(cell)로 구성돼 있다. 운영터널 나뭇가지처럼 뻗어 나간 처분터널로 발걸음을 옮겼다. 운영터널보다 폭과 높이는 다소 작았지만 훨씬 더 견고해 보였다. ANDRA는 사용후핵연료를 전용 처분용기에 담아 지름 약 60㎝, 길이 약 1.5m의 스테인리스강 캐니스터에 넣어 처분터널에 박아 넣을 계획이다. 전용 처분용기, 캐니스터, 점토층(천연방벽)으로 구성된 삼중 차폐구조다. 이미 갱도 벽면에는 실험을 위해 박아 놓은 캐니스터들이 있었다.

프랑스 심지층 최종처분의 특이한 점은 다른 나라들과 달리 ‘영구처분’이 아니라는 점이다. 프랑스는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처분 원칙으로 ‘가역성 있는 심층처분’을 정했다. 미래 과학의 발달로 보다 안전하고 안정적인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처분 방식이 개발되면 다시 꺼내 그 때 영구처분하겠다는 이유에서다. 랑드 본부장은 “심지층 처분은 사용후핵연료를 안정적으로 처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여러 요소를 고려할 때 최적의 대안”이라면서도 “현재 세대가 발생시킨 폐기물을 미래세대에 떠넘기지 않기 위해 심지층 처분을 진행하되 미래에 보다 진보된 기술이 개발된다면 그 때 영구처분에 나서도록 한 것이 특징”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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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흐(프랑스)=유영호 기자 yhryu@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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