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탄소중립 흑묘백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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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석 에너지정보문화재단 원전소통지원센터장

1979년 미국을 방문하고 돌아온 중국 덩샤오핑 주석은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당면한 인민들의 빈곤을 해결하기 위해서라면 자본주의 경제정책 도입도 문제없다는 뜻이다. 이를 계기로 ‘죽의 장막’에 갇혀 있던 중국은 대대적인 개방과 시장경제 정책을 도입했다. 이후 1990년대 초까지 중국은 매년 10%를 넘나드는 경제성장률을 기록했고 오늘날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부상했다.

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COP)가 매년 열린다. 각국 정상, 정부, 민간부문, 학계 등 관계자 수만 명이 모여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을 줄여 기후변화에 대응하자고 결의하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3년도 에너지부문 글로벌 CO2 배출량이 전년보다 4.1억t 증가한 374억t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지난달 발표했다. IEA는 2019년부터 2023년 사이에 에너지 관련 CO2 배출량이 약 9억t 증가했는데 만일 태양광, 풍력, 원자력, 히트펌프, 전기자동차 등 5가지 청정에너지 기술 확산이 없었다면 배출 증가량은 3배(27억t)가 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동안 원자력을 청정에너지 기술로 분류하는 것에 주저했던 IEA도 이제는 원자력을 유력한 탄소중립 대안으로 인정하고 있다.

한국은 탈원전, 탈원전 폐기 등 에너지 정책 급변을 경험했다. 정책의 목표는 탄소중립으로 같다. 기후변화에관한정부간협의체(IPCC)의 발전원별 배출계수와 한전의 에너지원별 발전량을 이용해 탈원전 기간 2016~2021년(5년)과 탈원전 폐지 이후 2021~2023년(2년)의 CO2 배출량을 비교했다.

2016~2021년 발전량은 540TWh에서 577TWh로 37TWh 증가했고 원전은 소폭 감소, 재생에너지와 가스발전량은 대폭 증가했다. CO2 배출량은 1000만t이 증가했다. 탈원전 기간 5년의 CO2 배출 성적표다. 2021~2023년 기간에는 발전량이 11TWh 증가했고 원자력과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증가했다. 결과는 2년 사이 CO2 배출량 1800만t 감소였다. 탈원전 폐기 후 2년간의 CO2 배출 성적이 탈원전 시기 5년의 성적에 비해 월등하다.

아직도 재생에너지만으로 탄소중립이 가능하다고 믿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RE100에 참여한 기업들은 현실성 없는 주장이라며 입을 모은다. 유럽연합(EU)도 원전 재개로 유턴하고 있다. 3월 21일 벨기에 브뤼셀에서는 ‘2024 원자력에너지 정상회의’가 열려 38개국 정상들이 3개월 전 COP28에서 선언했던 ‘2050년까지 원자력 발전 용량 3배 확대’ 이행 의지를 다졌다. 세계는 무탄소 전원(원자력, 재생에너지, 수소 등) 모두를 활용해 탄소중립에 도전하고 있다. 쥐를 잡으려면 검은 고양이, 흰 고양이, 얼룩 고양이 다 필요하다.

노동석 에너지정보문화재단 원전소통지원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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