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칼럼] ASML의 넷제로 달성 전략 타당한가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03.27 08:33

문주현 단국대학교 에너지공학과 교수

문주현 단국대학교 에너지공학과 교수

▲문주현 단국대학교 에너지공학과 교수

최근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기업 ASML발 한국 반도체 위기론이 언론을 통해 잇달아 보도되고 있다. 이들 언론보도는 ASML이 지난달 발표한 '2023 연차보고서'를 인용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ASML은 2040년까지 고객사를 포함한 모든 생산 유통 과정에서 넷 제로(Net Zero· 탄소 순배출량 0)를 달성하겠다고 밝혔으며, 이 때문에 재생에너지 여건이 열악한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이 불이익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제로 ASML의 '2023 연차보고서'을 살펴봤다. ASML은 3가지 배출 범위(Scope 1‧2‧3)에 대한 넷 제로 달성 목표 시한을 차등 설정하고 있다. 이 배출 범위 구분은 온실가스 회계처리 및 보고기준을 제공하는 '온실가스 프로토콜'에 따른 것이다. Scope 1은 제품 생산단계에서 발생하는 직접 배출량을, Scope 2는 사업장에서 사용하는 전기와 동력을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간접 배출량을, Scope 3은 협력업체와 물류 등 밸류체인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외부 배출량을 말한다. ASML의 목표 시한은 Scope 1과 2는 2025년, ASML 협력업체의 배출인 Scope 3 Upstream은 2030년, ASML 제품 고객사의 배출인 Scope 3 Downstream은 2040년이다(p.76).


ASML의 넷 제로 달성 전략은 △에너지 사용량 저감 및 에너지 효율 향상을 위한 혁신 △ 신뢰할 만한 재생에너지 100% 사용 △ 다른 합리적 개선책이 없으면, 잔여 배출에 대한 보상이다(p.77). 재생에너지 100% 달성 수단으로 시장 메커니즘을 활용한다. ASML은 에너지 속성 인증서(Energy Attribute Certificate)를 통해 재생에너지 전기를 구매하고, ASML의 실제 전기소비량과 재생에너지 전기구매량을 비교하여 재생에너지 구매 비율을 산정하고 있다. 최근의 비율을 보면, 2021년 92%, 2022년 91%, 2023년 91%이다(p.79).




ASML의 야심찬 목표는 제때 달성할 수 있을까? 쉽지 않아 보인다. ASML의 Scope 1 배출량(kt)은 2021년 19.3, 2022년 17.3, 2023년 19.2였다. Scope 2 배출량은 20.1, 20.8, 15.9였으며, Scope 3은 11,426.2, 11,936.3, 15,025.2였다(p.79). Scope 1 배출은 주로 시설 운영 등을 위한 천연가스 사용으로 발생한다(p.80). 이 배출은 ASML 생산활동에 좌우된다. 이 생산활동 추이를 유추할 수 있는 지표가 총매출액인데, ASML 총매출액은 2022년 212억 유로에서 2023년 276억 유로로 약 30% 증가하였다(p.44). 혁신적 에너지 효율 기술이 나오거나 생산활동을 축소하지 않는 한 대폭적 감축은 어렵다. Scope 2 배출은 전기사업자로부터 구매하는 전기에 의한 것이므로, 이는 전기사업자 노력에 좌우된다. Scope 3 배출은 2023년에 전년보다 크게 늘었다. 전년 대비 ASML 생산이 확대됨에 따라, 협력업체 부품 생산과 물류 활동 등도 증가하면서 배출도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ASML의 재생에너지 구매는 탄소 배출 저감에 실질적 도움이 될까? 그렇지 않다. ASML은 우선 자신들의 시설 운영 등을 위해 천연가스로 생산한 전기를 사용하고, 그 후 다른 지역에서 생산한 재생에너지 전기를 구매하여 장부상 상계처리한다. 그런데 재생에너지도 천연가스보다는 훨씬 적지만 탄소를 배출한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가 발표한 발전원별 발전 생애주기 탄소 배출량(gCO2/kWh)을 보면, LNG 490, 태양광 27, 해상풍력 23, 원전 12, 육상풍력 11이다. ASML 방식은 장부상으로만 깨끗한 것이지, 실제로는 탄소를 두 번 배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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