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나면 원자로 자동정지… “K-원전 ‘안전성·신뢰성’ 으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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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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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원, 원전 안전설비 보강

1만년 빈도 극한 해일 등 가정

모든 원전에 ‘스트레스 테스트’

비상발전기 둔 곳 방수문 달고

내진성능, 규모 6.5 → 7.0 강화

비상대응설비 통합보관고 설치


2011년 일본 후쿠시마(福島) 원전 사고가 발생한 지 13년이 됐다. 사고는 전 세계적으로 원자력의 안전성을 다시 한번 짚어보는 계기가 됐고 국내 유일한 원전 운영사인 한국수력원자력은 사고 직후 이를 면밀히 분석, 필요한 후속조치들을 발굴·수행해왔다. 특히 모든 원전을 대상으로 1만 년 빈도의 지진·해일·강우 등 극한 자연재해를 가정한 ‘스트레스 테스트’를 시행하며 원전 안전성을 크게 높였다.

◇한수원, 국내 원전 해일 대비 안전성 강화 = 18일 원전 산업계에 따르면,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 대한 큰 오해 중 하나가 지진에 의해 핵연료가 폭발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사고는 지진이 아니라 해일에 의한 것이고 폭발한 것은 핵연료가 아니라 수소다. 후쿠시마 원전은 규모 9.0의 대형지진에 발전소가 설계된 대로 잘 정지했다. 하지만 이후 밀려온 해일로 원전 부지가 침수되며 전원이 차단됐고, 특히 지하에 있던 비상 발전기마저 침수된 것이 화근이었다. 결국 노심을 식혀주는 냉각수를 공급하지 못해 핵연료가 녹기 시작했고 핵연료 피복재인 ‘지르칼로이’라는 물질과 물이 반응해 수소가 발생, 일정 농도가 넘어서며 폭발했다.

후쿠시마 원전과 달리 국내 원전의 비상 발전기는 모두 지상에 위치해 있다. 국내 원전부지 높이는 지진해일, 폭풍해일 및 인접한 하천의 홍수로 발생할 수 있는 수위 상승에 대비해 충분한 여유도 역시 확보돼 있다. 상대적으로 낮은 위치에 자리한 고리원전은 해안 방벽을 7.5m에서 10m 높이로 증축했다.

이에 만족하지 않고 한수원은 비상 발전기 등 안전 설비가 설치된 곳에는 건물 출입문에 방수문을 설치했다. 이 같은 조치에도 비상 발전기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할 경우를 대비, 이동형 비상 발전기를 높은 지대에 준비하고 있다가 유사시에는 언제라도 전원을 공급할 수 있도록 했다.

노심 냉각을 위한 비상냉각 시스템도 보강했다. 사용후연료저장조 냉각 계통이 작동하지 못할 경우에 대비해서는 이동형펌프차 등을 활용한 냉각수 보충 방안을 마련했다. 모든 냉각기능이 상실돼 원자로 핵연료가 용융하는 최악의 상황도 가정한 뒤 전기가 없이도 수소를 제거할 수 있는 피동형 수소제거설비를 설치하는 등 2중, 3중의 안전장치를 뒀다.

한국수력원자력은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발생 이후 지진·해일·강우·강풍 등 극한 자연재해에 대비한 다양한 조치를 취하며 원전 안전성을 높여왔다. 사진은 고리 원전의 비상대응설비 통합보관고 전경으로, 이동형 발전차나 펌프 등 이동형 설비를 외부 충격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이곳에서 통합 저장·관리한다.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지진에 따른 원전 사고는 전무… 지진에도 안전한 원전 = 지금까지 세계적으로 지진에 의한 방사능 누출 등 원전 사고가 발생한 사례는 없다. 우리나라의 경우 판경계에 위치해 대규모 지진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일본과 달리, 판내부에 위치하고 있어 대규모 지진 발생확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안전지대로 평가된다. 또 우리나라의 내진설계 기준은 우리와 유사한 지진활동도의 미국 중동부나 유럽과 비교할 때 그들과 동일하거나 더 높은 수준이다.

이에 더해 한수원은 국내 모든 원전에 ‘지진자동정지 설비’를 장착했다. 일정 규모 이상의 지진이 감지되면 이와 동시에 원전 자동정지시스템이 가동돼 제어봉이 자유낙하하며 원자로를 정지시킨다. 특히 설계기준을 초과하는 지진에 대비해 0.2g(규모 6.5)로 설계된 가동원전의 내진성능을 0.3g(규모 7.0) 수준으로 대폭 강화했다. 3만8500여 개에 달하는 기기의 내진성능 0.3g 확보 여부를 확인하고 개선하는 조치도 수행했다.

◇극한재해 상황 종합대비가 ‘K-원전 안전’의 경쟁력 = 후쿠시마 원전이 ‘비등경수로’로 원자로 내의 냉각수를 직접 끓여 발생한 증기로 터빈을 돌리는 데 반해, 국내 원전은 증기발생기를 통해 간접적으로 증기를 발생시키는 ‘가압경수로’ 및 ‘가압중수로’이기 때문에 방사능이 외부로 누출될 가능성 자체가 훨씬 낮다. 구조적인 측면에서도 우리나라 원전의 격납용기 내부 체적이 일본의 사고 원전에 비해 5배가량 더 크다. 사고 시 상대적으로 격납건물 내부의 압력상승을 지연하고 수소농도를 낮게 유지해 수소폭발 방지에 유리한 것이 큰 강점이다. 이동형 발전차나 펌프 등 모든 이동형 설비를 통합 저장하고 관리하는 통합보관고를 설치한 점, 원전에서 발생 가능한 모든 사고에 대한 종합대응체계인 ‘사고관리계획서’를 마련해둔 점 역시 우리 원전의 큰 경쟁력으로 꼽힌다.

황주호 한수원 사장은 “철저한 설비 점검과 분석을 통해 기술적 안전을 넘어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수준까지 원전의 안전성과 신뢰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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