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in]"미래 원자력 발전은 '소형'이 대세…6년 후 세계 첫 생산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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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3.18. 오후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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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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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 현대건설 뉴에너지 사업부장(전무)
30년 원자력 외길 걸어와
원자력 암흑기에 소형원전에 투자 시작
편집자주'건설in'은 건설 업계에서 활약하고 있는 인물을 집중 조명하는 인터뷰 시리즈입니다. 건설사의 핵심사업, 신성장동력 등 다양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건설인들을 만나 생생한 업계의 이야기를 전달하고자 합니다.

현대건설 뉴에너지 사업부장 최영 전무. 사진=허영한 기자 younghan@


"자동차 모델도 제네시스가 있고 모닝이 있다. 원자력 시장도 마찬가지다. 지금까지는 오로지 대형 원자력에만 집중했는데, 앞으로는 소형과 대형으로 양분될 것이다."

최영 현대건설 뉴에너지 사업부장(전무)은 18일 아시아경제와 인터뷰에서 "소형 원자력 발전 기기인 SMR(소형모듈원전)을 세계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시대가 곧 올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원자력이라는 한 우물만 파 온 지 올해로 30년째인 그는 "에너지 안보와 탄소중립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유럽 각국이 원자력 발전에 주목하게 된 요즘, SMR은 경제성과 안전성 측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형원전이 경제성, 안전성 뛰어나

최근 원전을 둘러싼 각국의 시선은 변화하고 있다. 에너지 안보의 중요성이 더해지면서 동일본 대지진 이후 이어진 원전 암흑기가 걷히고 있다. 유럽을 중심으로 원자력 발전소 발주가 시작됐고, 원자력 핵심 원료인 우라늄 가격은 역대 최고가를 기록 중이다. 특히 원전 중에서도 도심에도 설치할 수 있는 소형 모듈원전(SMR)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국내에서는 현대건설이 미국 홀텍과 함께 세계 최초 SMR 상용화를 위해 나섰다.

SMR은 300메가와트(MW) 이하의 출력을 내는 소형 원전이다. 대형 원전의 4분의 1수준이다. 사업비는 5분의 1 정도밖에 안 된다. 대형 원전은 한번 짓는데 10조원 넘는 돈이 들어간다. SMR은 2조~3조원으로도 가능하다. 경제 규모가 작은 나라들도 자금조달 부담이 없다. 상대적으로 적은 전력량을 원하는 나라에도 설치할 수 있다. 어디든 지을 수 있어 사회적 비용도 아낄 수 있다.

예를 들어 부지만 있다면 경기도에 설치하면 되고, 그 전력을 서울에서 바로 쓸 수 있다. 보통의 대형 원전이 해안가에 자리 잡는 것과 다른 점이다. 해안에 원전을 설치할 경우 송전선과 철탑을 구축하는 것부터 보상비까지 다양한 재원이 소모된다. 무인으로 위험시 시스템을 자동 제어해 안전하게 작동하는 것도 대형 원전과 다르다.

SMR 조감도

현대건설이 설계·조달·시공 다 맡아

최 전무의 목표는 SMR 시장 선점이다. 세계 최초 SMR을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를 위해 최 전무는 미국의 홀텍과 손을 잡았다. 직접 전 세계 수십 개 원자력 개발 업체의 문을 두드리며 동분서주한 뒤 홀텍을 파트너사로 삼았다. 미국이 에너지 패권을 쥐기 위해 원자력 연구에 힘을 싣고 있던 때였던 2020년이었다.

그는 "SMR 개발을 새 스포츠카 개발에 비유하면, 홀텍은 고성능 엔진을 만드는 기술을 가진 업체다. SMR 안에 들어가는 원자로를 만든다. 현대건설은 변속기, 조향장치, 자동차 강판, 조립까지 다른 전 과정을 담당한다"고 말했다. 이어 "두 회사가 힘을 합치면 훨씬 빨리 SMR 첫 호기를 선보일 수 있다"며 "원천기술을 가진 곳과 협력해 경쟁사보다 앞서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사는 ‘팀 홀텍’을 꾸려 영국 원자력청이 이끄는 SMR 기술개발 사업에 뛰어들었다. 팀 홀텍은 우크라이나에도 진출했다. 300MW 규모 SMR 파일럿 설치에 이어 향후 20기를 짓기 위해 준비 중이다. 최 전무는 "전쟁 때문에 다른 해외 기업들이 다 빠져나갈 때도, 홀텍은 우크라이나를 지켰다"며 "러시아와 전쟁이 끝나면 본격적으로 배치 작업이 시작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그는 "2030년 미국에서 최초 호기를 선보이는 것이 목표"라며 "다른 나라 경쟁사들과 비교해 팀 홀텍의 개발 속도가 가장 빠르다"고 강조했다. 국제원자력기구는 세계 SMR 시장이 2035년 630조원 규모까지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현대건설 뉴에너지 사업부장 최영 전무. 사진=허영한 기자 younghan@


SMR을 통한 수익성 확대도 기대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대형원전을 지을 때 EPC(설계·조달·시공) 중 시공만 주로 담당했다. SMR에서는 영역을 더 확장했다. 최 전무는 "홀텍과 함께하는 부분도 있지만, SMR에서는 EPC 전 과정을 현대건설이 담당하게 된다"며 "주택사업에 빗대자면 개발·시행·건설·분양까지 우리가 다 맡는 건데, 이로 인해 SMR 수익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 전무는 1992년 현대건설 플랜트 사업본부로 입사한 후 국내에서는 영광·월성·신고리 원전, 해외에서는 UAE 바라카 원전 현장을 담당했다. 외환위기 직후 에너지 소비가 줄면서 원자력 발전이 주춤하자 잠시 화력발전을 맡았던 2년을 빼고는, 30년 동안 원자력 외길만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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