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중립 + 고품질전력 공급… 무탄소에너지 이행체계 조기 구축을[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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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고 - 박찬오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 연구위원

반도체 산업은 많은 전력을 소모한다. 2030년 말 가동 예정인 용인 반도체 특화단지에서만 수도권 소요 전력의 4분의 1인 10GW 이상이 필요하다. 원전 7기에 해당하는 양이다.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과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면서 이런 규모의 고품질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은 도전적 과제다. 국민적 공감대가 필수적인 무탄소에너지 확충과 송전망 건설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일부 언론에서 세계 1위 반도체 장비 기업인 ASML의 ‘넷제로’ 정책을 탈원전 선언처럼 보도했다. 이는 오류다. ASML 넷제로 정책 성명서 어디에도 원자력 배제 문구는 없다. ASML은 온실가스 프로토콜 스코프(Scope) 1(자사 직접배출)과 Scope 2(자사 간접배출)의 감축 수단으로 재생에너지를 특정했다. 하지만 한국 등 전 세계 고객에 적용되는 Scope 3 감축 수단은 해당 기업의 선택에 맡기고 있다. ASML은 재생에너지만을 감축 수단으로 인정하는 재생에너지100%(RE100)의 회원사가 아니다.

RE100 외에 온실가스 감축 운동으로 무탄소에너지(CFE)가 있다. 후발 주자인 CFE는 RE100과 달리 재생에너지뿐만 아니라 원자력 등 모든 무탄소 전원을 인정한다. CFE의 이런 기술중립적 기준은 유엔의 ‘연중무휴 무탄소에너지협약’의 원칙과 일치한다. 주요국의 에너지 정책 또한 원자력을 추가하거나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원자력을 포함하도록 택소노미 규정을 개정했다. 이미 기술중립적 법제를 운영하는 미국은 인프라법과 인플레이션감축법 제정을 통해 원자력 산업 경쟁력 강화에 적극적이다.

아울러, RE100은 재생에너지 전력의 유효성을 생산 후 1년 동안 인정하는 반면, CFE는 생산 시점에서만 인정한다. 전력 생산이 일정하지 않은 RE100의 경우 1년 평균으로는 100% 재생에너지가 공급되더라도 바람이 없거나 밤에는 외부 전력망 전기를 사용해야 하므로 넷제로 달성이 사실상 어렵다. 반면 CFE는 실시간 전력계량과 탄소 발생 추적을 통해 무탄소 전기가 공급되므로 넷제로가 가능하다. 또 RE100은 EU나 북미주 같은 거대 시장에서 유효한 반면, CFE는 생산 지역의 해당 전력망에서만 유효하다. 이런 연유로 RE100은 100% RE100을 달성하더라도 온실가스를 배출하기 쉽지만 100% CFE 달성은 완전 무배출을 의미하게 된다.

우리나라는 재생에너지 자원 여건이 열악하고 무엇보다 공급이 부족하다.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2021년 기준 43.1TWh로 전체의 7.5%를 차지한다. 하지만 국내 전력사용량 상위 30개 기업이 2021년에 사용한 산업용 전력은 102.9TWh로 재생에너지 발전량의 2.4배다. 더욱이 대규모 반도체 공장 신증설, 글로벌 기업의 데이터센터 국내 유치 등 전력 수요가 계획보다 대폭 증가함에 따라 재생에너지만으로 100% RE100을 달성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RE100에 비해 CFE가 온실가스 감축에 더 효과적이지만, 이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몇 가지 기술·제도적 보완과 검증이 선행돼야 한다. 시차를 두고 단계적으로 이행하되 기술중립성 원칙을 우선 적용하는 CFE 이행체계의 조기 구축이 절실하다. 원자력 에너지인증서(NEC)의 국제 인정을 위한 전방위적이고 선도적인 국제협력이 필요한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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