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에너지 기업 홀텍인터내셔널이 소유한 미시간주의 팰리세이즈 원자력발전소. /홀텍인터내셔널 제공
미국 에너지 기업 홀텍인터내셔널이 소유한 미시간주의 팰리세이즈 원자력발전소. /홀텍인터내셔널 제공
미국이 사상 처음으로 폐쇄된 원자력발전소를 재가동한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2035년까지 탄소중립 전력 생산체계를 갖추도록 한 정책의 일환이다.

블룸버그통신은 31일 복수의 관계자를 인용해 미 에너지부(DOE)가 미시간주에 있는 팰리세이즈 원전을 재가동하기 위해 이르면 2월 약 15억달러를 원전 소유주 홀텍인터내셔널에 대출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1971년 가동을 시작한 팰리세이즈 원전은 발전량 805메가와트(㎿) 규모의 가압형경수로다. 미시간주 전력 소비량의 약 5%를 생산했으나 2022년 냉각시스템 누출이 발견돼 가동 51년 만에 폐쇄됐다. 원자력기업 홀텍은 2022년 6월 이전 소유자인 에너지기업 엔터지로부터 이 원전을 해체할 목적으로 매입했다.

앞서 민주당 소속 그레첸 휘트머 미시간 주지사는 2050년까지 미시간주를 탄소중립으로 만들기 위해 팰리세이즈 원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는 노후 원전을 되살려 2035년까지 전력망 탄소 순배출량 제로(0)를 달성하겠다는 바이든 행정부의 목표에도 부합했다.

팰리세이즈 원전이 다시 가동되면 미국에서 폐쇄 원전을 재가동하는 첫 사례가 된다. 닉 컬프 홀텍 대변인은 “이것은 미국과 미시간주에 역사적인 기회”라며 “우리가 화석연료에서 멀어짐에 따라 원자력은 기후 목표 달성은 물론 모든 전등을 켤 수 있도록 확실하게 한다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홀텍은 미시간주 지역 회사인 울버린전력협동조합에 2025년부터 발전소 생산량의 3분의 2를 판매하는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신규 원전을 짓거나 폐쇄 원전을 다시 가동하는 움직임은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인공지능(AI) 기술 발달과 데이터센터 증가 등으로 늘어나는 전력 소비량을 ‘무탄소 에너지’로 충족하기 위해서다.

이날 캐나다 에너지부는 온타리오주 토론토 인근 피커링 원전의 운영 기간을 30년 이상 연장하기 위한 개보수 작업에 들어간다고 발표했다. 온타리오주는 1971년부터 가동된 피커링 원전을 2026년 폐쇄할 계획이었으나 새 전기차 배터리 제조공장이 들어서는 등 전력 수요가 늘자 운영을 연장하기로 했다. 슬로베니아는 203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국내에 두 번째 원자로를 건설할지를 국민투표에 부치기로 했다. 로버트 골롭 슬로베니아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탄소 없는 사회로 가는 길은 재생에너지와 원자력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데 모두 동의했다”며 이 같은 계획을 밝혔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 17일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서 “AI 시대가 도래하면서 전기가 더욱 중요해졌다”며 “원전 6기를 짓고 있고, 6월쯤엔 새 원전 8기 건설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세계원자력협회(WNA)는 지난해 전 세계 가동 원자로가 총 437기로 향후 100기 내외의 원자로가 추가 건설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