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고준위방폐물 특별법 45년간 표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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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년 원자력발전소 상업 운영 이후 사용후핵연료(고준위방사성폐기물) 처리에 대해 45년간 꾸준히 논의해 왔다. 그동안 9차례 방사성폐기물 처분장 부지 선정을 시도했으나 실패했고, 국민 숙의 과정을 거쳤으며, 2021년 당시 여당인 민주당이 고준위방폐물 관리에 대한 특별법을 발의했다.

2023년 에너지 국민 인식조사 결과 응답자의 91.8%가 고준위방폐물 저장 및 처리시설의 마련이 시급하다고 답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준위방폐물 특별법은 21대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은 채 자동 폐기 순서를 밟을 것 같다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강대성 대한사회복지회 회장
대한민국 국회의원은 국민을 위해 봉사하고 희생하는 사람들이 맞는지 의문이다. 야당과 여당 모두 ‘민생’을 말하고 있지만 정작 민생을 위한 법안이 논의되지 않은 채 당리당략을 위한 싸움만 하고 있다. 마치 무엇이 국민을 위한 일임을 모르는 것처럼, 혹은 국민이 어떻게 되든 전혀 상관이 없다는 것처럼 보인다.

원자력 에너지를 사용하면 고준위방폐물은 당연히 발생하게 된다. 이 폐기물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지도 않은 채 우리는 지금, 이 순간에도 원자력 에너지를 사용하고 있다. 원전의 가동을 계속하느냐 하지 않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탈원전이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국민이 사용하는 에너지와 미래 세대에게 물려줄 환경을 위해 고준위방폐물 처리장은 꼭 마련되어야 한다. 서로 정치적인 입장을 주장하고, 다가올 총선에서 작용할 표심 때문에 협의나 합의의 마음이 전혀 없는 정쟁은 국민이 보기에 그저 싸움일 뿐이다.

원전을 25기나 가동하는 국가에서 폐기물 마련에 대한 법안 통과를 이렇게까지 질질 끌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상위 10개 원전 운영국 중 고준위방폐물에 대한 법안조차 없는 국가는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우리 국민에게 없어서는 안 될 에너지, 미래 세대에게 절대로 전가해선 안 될 책임을 더는 미뤄서는 안 된다. 방폐학회 기술정책 연구소는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의 저장 가능 용량을 넘어 저장할 수 없어지는 시점을 2030년 한빛원전, 2031년 한울원전, 2037년 월성(중), 2042년 월성(경), 새울 원전 2066년으로 예상했다. 지금 당장 고준위방폐물 특별법이 통과되더라도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하다. 원전이 가동을 멈추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

원전 운영에 차질이 생기면 당장 전력 수급 상황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또한 전력생산의 한 축을 맡은 화석연료를 이용한 전력생산도 줄여야 하는 것을 고려하면 원전 가동 차질은 치명적이다.

우리 정부가 추진 중인 원전 수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유럽연합(EU)은 친환경 투자기준인 녹색 분류체계(taxonomy·택소노미)에 원전을 포함하며 여러 단서 조항을 달았다. 그중 하나가 “모든 원전은 중·저준위방폐기물 처분을 위한 처분시설을 갖추어야 할 뿐만 아니라 2050년까지 고준위방폐기물을 처리하는 처분장 마련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라는 것이다. 고준위방폐물 처분장 계획을 마련하지 않고는 원전 수출이 어렵다는 말이다. 이 모든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 국민의 몫이 된다.

탄소 중립의 효과적인 달성과 에너지 안보, 원전의 수출을 위해 특별법 제정을 더는 늦춰서는 안 된다. 우리 국민을 위하고, 우리 미래세대를 위하고, 또 대한민국을 위한 고준위방폐물 특별법이 21대 국회에서 꼭 통과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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