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먹는 하마 AI… 마크롱 “원전 늘려 미래 에너지 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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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1.19. 오전 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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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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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제 다보스 포럼, 최우석 기자 현장 취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각) 스위스 다보스 행사 현장에서 발언하고 있다./AFP 연합뉴스

각국 정상과 대표 기업인들이 모여 인류 공동 현안을 논의하는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서 ‘인공지능(AI)발(發) 에너지 부족’이 화두로 떠올랐다. 챗GPT 같은 AI 학습과 AI 서비스 운영에 필요한 에너지가 급증해 대비하지 않으면 심각한 전력 부족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17일(현지 시각) 행사 현장에서 “AI 시대가 도래하면서 전기가 더욱 중요해졌다”며 “이에 대응해 원자력 발전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에너지 효율화를 진행 중”이라고 했다. 그는 “원전 6기를 짓고 있고, 6월쯤엔 새 원전 8기 건설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했다.

챗GPT 개발사 오픈AI의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도 16일 “미래 AI는 사람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전력을 훨씬 많이 쓸 것”이라며 “에너지 혁신을 위한 획기적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올트먼 CEO는 그 돌파구로 ‘핵융합 발전’을 꼽았다. 수소 융합 에너지를 활용하는 핵융합 발전은 원료인 중수소를 바다에서 무한하게 구할 수 있고,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과 탄소를 배출하지 않아 ‘꿈의 청정 에너지’라 부른다. 빅테크들도 AI용 전력 확보에 막대한 비용을 들이고 있다. 빌 게이츠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함께 차세대 원전인 ‘소형 모듈 원전(SMR)’에 투자하고 있다. 올트먼의 최대 투자처도 핵융합 스타트업 헬리온 에너지다.

17일(현지 시각) 스위스에서 열린 세계 경제 포럼(WEF·다보스 포럼)에서 에마뉘엘 마크롱(왼쪽) 프랑스 대통령과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 경영자(CEO)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두 사람은 인공지능(AI) 시대에 더 많은 전기가 필요할 것이라며 에너지 혁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AFP 연합뉴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원자력발전 확대 발언은 다보스포럼 메인 무대에서 연설을 마친 뒤 도시아키 히가시하라 히타치그룹 회장의 질문에 답변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히가시하라가 연단에 선 마크롱 대통령에게 “AI가 활성화되면 데이터센터 등 컴퓨터 전력 수요가 늘어나고, 전기 사용량이 2050년쯤엔 지금보다 1000배 가까이 늘어나리라 예상되는데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물었다. 마크롱 대통령은 “석탄발전소 2곳을 이미 폐쇄했고, 조만간 나머지 2곳도 폐쇄할 것”이라며 원전 8기를 더 건설할 계획을 공개했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에게도 AI와 에너지 관련 질문이 쏟아졌다. 올트먼은 “AI 구동에 많은 에너지와 반도체를 소비한다. 기후변화를 심화시키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받자 “세계의 가장 큰 두 현안은 AI와 에너지이며, 특히 에너지는 획기적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하면 AI가 요구하는 수준을 맞출 수 없다”고 했다.

18일(현지시각)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제54차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에 샘 알트만 OpenAI CEO, 마크 베니오프 세일즈포스 CEO, 줄리 스위트 액센츄어 CEO, 앨버트 불라 화이자 CEO, 제레미 헌트 영국 재무장관이 참석해 있다./로이터

◇MS AI 코파일럿 개발에만 석탄발전소 2기

AI가 에너지 위기를 부를 수 있다는 주장은 이미 수년 전 나왔지만 학자들과 기업 대부분은 먼 미래에나 일어날 일로 여겼다. 하지만 2022년 11월 오픈AI의 챗GPT가 등장하고 AI 혁명이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챗GPT를 비롯해 빙(MS)·제미나이(구글) 등 첨단 AI를 구동하기 위해서는 컴퓨터가 복잡한 연산을 빠르게 풀어내야 한다. 이를 위해 빅테크들은 전력을 더 많이 소비하는 AI 반도체를 구매하고, 이를 조합해 데이터센터를 짓거나 수퍼컴퓨터를 만든다. AI 서비스의 확산으로 이전에 없던 전혀 새로운 에너지 수요가 생겨난 것이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2027년 AI는 연간 85~134Twh(테라와트시)에 이르는 전력을 쓸 것으로 추정된다. 아르헨티나와 네덜란드, 스웨덴 같은 국가들이 각각 1년에 사용하는 전력량과 비슷하고, 세계 전력 소비량의 0.5% 수준에 이른다. 특히 여기에는 빅테크의 AI 학습과 서비스 제공에 필요한 전력만 포함됐고, 소비자들이 AI 기기 등을 쓰면서 늘어나는 전력량은 포함되지 않았다.

실제로 MS의 AI ‘코파일럿’ 개발에는 약 7200MWh(메가와트시)가 소비된 것으로 추정된다. 웬만한 도시가 사용하고도 남는 석탄화력발전소 2곳의 발전량에 해당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AI로 인한 전력 수요가 머지않아 미국 내 전기차가 소비하는 전력의 5~6배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래픽=양진경

◇올트먼·게이츠 모두 원자력발전에 관심

마크롱 대통령과 올트먼 CEO가 원자력과 핵융합 발전을 언급한 것은 가장 현실적 방안이라는 인식 때문으로 분석된다. 원자력과 핵융합은 막대한 전력을 생산할 수 있으면서도 탄소를 거의 배출하지 않는다. 기후변화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는 세계적 추세를 감안할 때 급증하는 전력 수요를 빠르게 해결할 방안은 원자력과 핵융합밖에 없다는 것이다. 올트먼은 2021년 미국의 핵융합 회사인 헬리온 에너지에 개인적으로 3억7500만달러를 투자했다. 헬리온 에너지는 작년 5월 MS와 핵융합 에너지 공급 계약을 체결했고, 향후 5년 이내 MS의 데이터센터에 핵융합 에너지와 관련 설비를 공급할 계획이다.

MS는 이와 함께 미국 버지니아에 있는 데이터센터 가동을 위해 작년 6월 미국 최대 원전 기업 콘스털레이션 에너지에서 원자력 에너지를 사들이기로 했다. MS는 동시에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평가받는 SMR(소형 모듈 원자로)에서 전력을 조달하는 방안도 마련하고 있다. 빌 게이츠 MS 창업자 역시 2008년부터 테라파워라는 SMR 업체를 설립해 원자로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만을 에너지원으로 쓰겠다던 구글도 AI로 급증하는 전력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원자력을 추가하는 방안을 마련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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