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재생에너지 맹신론은 경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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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국가 에너지 정책에 있어 전 세계가 재생에너지에 투자하니 우리나라도 그래야 한다는 주장은 맞지 않다. 원전의 무탄소에 대한 의문 제기도 무의미하다. 유엔유럽경제위원회(UNECE), 국제원자력기구(IAEA),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IPCC) 등 국제적인 주요 기관들은 모두 원자력의 온실가스 배출계수가 태양광을 비롯한 다른 전원 대비 낮은 수준이라고 평가한다. 물리적으로 핵분열반응이 산소와의 산화반응에 의해 에너지를 얻는 게 아니므로 원천적으로 이산화탄소가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원전만이 답은 아니다. 각 나라별 상황에 맞게 발전원을 구성하면 된다. 에너지와 관련한 모든 논의에 있어 이 세 가지는 이견 없이 기본적으로 전제되어야 하며 그 바탕에서 현명한 에너지 믹스를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여전히 이 기본을 흔드는 목소리들이 공존하고 있다.

우선, 우리나라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재생에너지를 줄이고 원전 비중을 늘리는 게 세계적 추세와 다르다는 지적인데, 이는 당연한 것이다. 재생에너지 여건이 다른 나라와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햇볕과 바람이 충분하지 않다. 그래서 같은 태양광 발전 패널을 설치해도 전력이 캘리포니아의 절반도 나오지 않는다. 풍력도 마찬가지다. 같은 풍력발전기를 설치해도 영국의 3분의 1도 나오지 않는다. 즉 재생에너지 여건이 좋은 나라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는 것이 정답이다. 그러나 재생에너지 여건이 좋지 않은 우리나라는 이러한 한계를 고려하여 재생에너지를 제한적으로 늘려야 한다.

게다가 태양광은 밤에, 풍력은 바람이 안 불 때 전력을 생산하지 못한다. 그래서 그들이 발전을 하지 못하는 동안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다른 발전소를 추가로 마련하거나 값비싼 전력저장장치(ESS)를 둬야 한다. 그러면 전기요금이 오를 수밖에 없다. 또한 태양광 패널은 수명이 불과 10여년밖에 안 돼 폐기물도 많이 나온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5년도면 원자력과 재생에너지의 평준화발전단가(LCOE)가 비슷한 수준이라고 예고했다. 하지만 좋은 땅에 설치된 재생에너지 얘기이지. 우리나라처럼 햇볕과 풍력이 부족한 곳에선 절대 달성할 수 없다.

재생에너지는 환경의존적이다. 햇볕과 바람이 있을 때만 전력생산을 할 수 있고, 전력생산량은 들쭉날쭉하다. 이 때문에 재생에너지가 많아지면 다른 발전소가 ‘들쭉날쭉’하게 운전해서 맞춰주어야만 일정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 그런데 원자력은 이렇게 출력조정을 쉽게 할 수 없다.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태양광과 같이 초단위로 변화하는 것에 대해 원자력은 맞춰줄 수 없다. 이 때문에 원자력의 경직성 전원이라고 비난한다. 그런데 그것이 원자력의 문제인가, 들쭉날쭉 전력을 생산하는 재생에너지 문제인가?

재생에너지 발전단가는 원자력발전의 5배다. 재생에너지를 전력망에 연결해 사용하려면 전력망 보강을 위한 비용이 또 그 이상 소요된다. 즉 전력요금은 10배로 는다. 또한 재생에너지 발전의 저밀도, 짧은 수명을 고려한다면 발생될 폐기물의 양도 엄청나다. 재활용한다고 하지만 거짓말에 가깝다. 생산시설이 우리나라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적어도 이 모든 난제들이 해결되고 나서 재생에너지 발전 확대를 주장해야 바람직하지 않을까.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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