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싼 전기는 좋지만 방폐장은 싫다?…고준위방폐물 특별법 자동폐기 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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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1.08. 오전 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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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언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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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확대-탈원전 여야 정책대결 속 방폐물특별법 공전만 거듭
11차 전기본 공개시점 마지막 분수령…"2월 넘기면 처리 난망"
김한정 국회 산자위 소위원장이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산업통상자원특허소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2023.5.24/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세종=뉴스1) 심언기 기자 = 원전 정책을 두고 여야 간 첨예한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21대 국회 임기 내 고준위방사성폐기물관리특별법(방폐물특별법) 제정이 무산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수십 년간 가동해 온 원전 부산물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고준위 방폐장이 필수적이지만, 야당의 원전 확대 정책을 견제 등으로 특별법 제정은 난항만 거듭 중이다. 특별법 제정이 2월을 넘기면 21대 국회 처리도 물 건너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8일 국회에 따르면 여야는 방폐물특별법 등 10여 건의 쟁점법안을 원내지도부 차원에서 협의 중이다. 방폐물특별법은 소관 상임위인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법안소위에서 그간 11차례에 걸쳐 논의했지만 여야 간 이견차를 좁히지 못했고, 현재는 원내지도부에 법안 처리 협상을 일임한 상태이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양당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이 참여하는 '2+2 협의체'를 가동하고 매주 화요일 쟁점법안들을 논의 중이다. 방폐물특별법은 수차례 협의 테이블에 올랐지만 논의는 평행선을 보이며 합의 가능성이 매우 낮은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고준위방폐물 특별법 관련 법안은 여야가 3건을 발의한 상태이다. 특별법의 세부 각론에 대한 이견과는 별개로 방폐장 건립 필요성에 대해선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현 정부 들어 원전 신규 건설이 추진됐고, 원전 찬반 문제로 전선이 확대되면서 방폐물특별법 논의에 불똥이 튀었다.

야당은 고준위폐기물 산출량을 계산해 꼼꼼히 법안을 설계해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운다. 홍정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소위에서 "신규 원전 건설까지도 더 적극적으로 검토하게 된다면 기존 예측보다 원전이 더 확대될 가능성이 있고, 폐기물량도 더 많이 늘어날 수도 있다"며 "필요한 방폐장 수나 용량도 이에 비례해서 늘어날 수 있는데, 이에 대한 재정적 비용이나 사회적 갈등 비용 등 여러 가지 시나리오에 대한 추계를 해봤느냐"고 따져 묻기도 했다.

반면 여당은 특별법의 시급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임시 저장시설의 포화시점이 임박한 상황에서 기본계획조차 만들어지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 답답함을 토로한다.

특별법은 사용후핵연료를 영구적으로 처분하기 위한 부지 선정 절차와 운영일정, 처분장 유치지역 지원 방안, 독립적인 행정위원회 설치 등의 규정을 담는다. 여당은 원전 계속가동·확대에 방점을 찍은 안(案)을, 야당은 원전 축소·해체를 전제한 안을 각각 내놓은 상황이다.

2022년 말 기준 고리원전(1~4호기 및 신고리1·2호기 모두 포함) 내 사용후핵연료 포화율은 87.5%에 달했다. 이 비율은 2032년이면 100%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마저도 조밀저장대(사용후핵연료를 촘촘히 보관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를 설치한다는 가정하에 보수적으로 추계한 전망으로, 미설치 시에는 이보다 빠른 2028년에 100%가 된다.

산업부가 내놓은 사용후핵연료 예상 포화시점은 △고리원전(1~4호기) 2032년 △한빛 2030년 △한울 2031년 △월성 2037년 △신월성 2042년 △새울 2066년이면 저장시설이 가득 찰 것으로 보고 있다.

국회 산중위 여당 의원실 관계자는 "민주당에서는 탈원전 단체들에 의견을 물어야 한다고까지 주장한다. 탈원전을 위해 고준위방폐장을 건설하면 안 된다는 입장을 가진 그 단체들에 물어보자는 것은 (특별법 제정을) 하지 말자는 것 아니냐"라며 "방폐장 건설을 막는 것을 탈원전 수단의 하나로 가져가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탈핵시민행동, 종교환경회의 회원들이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고준위방사성폐기물특별법' 폐기를 촉구하며 쌓여있는 핵폐기물 위에 놓여있는 사람들을 상징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2023.11.29/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방폐물특별법 제정 여부는 총선 본격 선거전을 앞둔 올 1분기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정부는 신규 원전 건설 여부를 확정하는 제11차 전력기본계획을 올 상반기 중 발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산업부는 발표 시점을 최대한 서둘러 이르면 1월말 또는 2월 중 확정하기 위해 기본계획 수립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1차 전기본이 공개되면 방폐물특별법 관련 논의도 함께 공론화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원전업계 한 관계자는 "중·저준위방폐물 특별법도 (총선 직전인) 2월에 통과된 전력이 있어서 아직 포기하긴 이르다. 막판에 중점적으로 논의가 이뤄져 꼭 통과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현재 발의된 고준위방폐물 특별법은 21대 국회의원 임기 내 처리되지 않으면 법안은 모두 자동 폐기되고, 22대 국회 구성 이후 원점에서 논의를 다시 시작해야 한다. 21대 국회의원 임기는 2023년 5월29일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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