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조원 넘는 빚을 진 탓에 올해 회사채 추가 발행이 불가능해진 한국전력이 자회사에서 사상 첫 중간배당을 받는 방식으로 최악 고비를 넘기게 됐다. 하지만 전기 요금 정상화 같은 근본 문제 해결 없는 임기응변으로는 한전 재무 상황을 개선하기는 요원하다는 지적이다.
여의도 남서울본부 매각과 한전 아트센터 등 보유 사옥의 공간 효율화를 통해 수익 증대를 꾀하고, 1직급 이상 임원급에 대해서만 적용해 온 임금 인상분 반납을 2~3직급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정승일 한전 사장은 이날 전남 나주본사에서 '비상경영 및 경영혁신 실천 다짐대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추가 자구안을 발표한 뒤 자진 사의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은 12일 오전 서울의 한국전력 영업지점. 2023.5.12/뉴스1
1일 전력 업계에 따르면 한전의 발전 자회사 6곳(한국수력원자력, 동서·남동·남부·중부·서부발전)과 한전KDN은 지난달 22~29일 이사회를 열고 모회사인 한전이 요구한 3조2000억원 중간배당을 의결했다. 한전 자회사들은 보유 현금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대출이나 회사채 발행 등 빚을 내 중간배당을 해야 한다.
매년 자회사에서 배당을 받아온 한전이 처음으로 중간배당을 요구한 건, 올해 회사채 신규 발행이 불가능해져 빚내서 회사를 운영하기도 한계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한전은 올해 회사채 5조원 정도를 상환해야 할 처지다. 하지만 자회사에서 중간배당을 받게 되면서 10조원 정도 회사채 추가 발행이 가능해지게 됐다.
중장기 재무 관리 계획상 한전 부채는 지난해 말 205조8000억원, 2027년에는 226조3000억원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2027년까지 5년간 한전이 부담할 이자는 24조원 수준이다. 하루 이자만 130억원이나 된다. 한전이 연간 4조~5조원 이익을 내봐야 이자 갚기에 급급하고, 200조원대 빚은 하나도 줄지 않게 된다. 전력 업계 고위 관계자는 “빚 돌려막기식 땜질 처방으로는 시간이 갈수록 문제만 더 악화시킬 뿐”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