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앵커볼트’ 안전성에 흠집 내는 가짜뉴스 유감[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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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고 - 정용훈 카이스트 양자공학과 교수

언젠가부터 네이버에서 ‘고침. 정정. 반론 추후 보도 모음’이라는 서비스가 보이기 시작했다. 언론사에서 자체적으로 오타를 낸 것을 정정하는 기사나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 결과에 따른 반론 보도 등이 게재돼 있다. 그러나 굳이 정정된 기사를 찾아보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기사는 그런 것이다. 한번 기사화되고 나면 그것은 사실인 양 굳어지고, 이후 정정이 있든 반론이 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그래서 기사 하나에 식당이 망하기도 하고, 세상을 등지는 사람이 있을 정도니 기사의 힘은 결코 가볍지 않다. 특히 자극적인 가짜뉴스는 사람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며 더 빠르고 쉽게 확산된다. ‘거짓말은 진실보다 빠르게 퍼져 나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최근 원자력과 관련해 앵커볼트에 대한 가짜뉴스가 수시로 오르내리고 있다. 아무리 아니라고 해도 잊을 만하면 등장해 공포감을 조성하고 있다. 앵커볼트가 불량하다느니, 위법하다느니 하는 터무니없는 말들로 안전성에 흠집을 내는 것이다. 앵커볼트는 배를 고정하는 닻처럼 철골 구조와 철근 콘크리트의 기기를 연결·고정하는 볼트를 말한다. 이 앵커볼트가 부적합해서 지진이 나면 기계 고장을 유발하고 냉각재가 상실되고 결국 방사능 누출 사고가 발생한다는 게 가짜뉴스의 골자인데 그야말로 억지다. 이 주장은 언뜻 그럴싸해 보인다. 앵커볼트가 뭔지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방사능 누출 사고까지 날 수 있다는 설명은 쉽게 다가가고 그만큼 공포감도 클 것이다. 그러나 원자력발전소는 앵커볼트뿐 아니라 그 어떤 부품이나 설비가 고장 나더라도 이를 백업하는 설비와 시스템을 완벽히 갖추고 있어 그렇게 단순하게 선형적으로 사고가 발생할 수 없다.

특히 논란이 됐던 앵커볼트 문제는 이미 안전성을 확인하고 종결된 바 있다. 전문기관들이 2중, 3중으로 내진 성능평가를 수행했고, 원자력 안전을 살피는 규제기관도 검토를 통해 앵커볼트가 안전성을 유지하고 있음을 최종 확인했다. 월성원전의 원 설계사(Candu Energy)의 평가에서 설계기준지진이 발생하더라도 앵커볼트는 문제없이 그대로 제 역할을 수행함을 2019년 확인 완료했다. 원전 인근의 단층에 대한 안전성도 확인됐다. 월성원전 주변 활성단층에 따른 지진 안전성 평가 결과, 모두 설계기준 이내로 원전 안전성에 이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앵커볼트의 안전성은 이미 수년 전에 다 확인이 된 것이다. 그럼에도 이런 악의적인 주장을 퍼뜨리는 사람들은 아이러니하게도 안전성이 확인된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누구보다 ‘사실’을 잘 알고 있음에도 이러한 사실이 일반 국민들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는 것을 악용해 ‘거짓’으로 사람들을 기만하고 있다.

사람들은 원래 안전하다는 것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지만 ‘안전하지 않다, 불안하다’는 자극에는 크게 동요한다. 어렵고 전문적인 분야에서는 더 자극적으로 이야기하는 쪽에 관심이 갈 수밖에 없다. 사람들의 약한 마음을 이용해 악의적으로 원전 안전성에 논란을 만들어내고, 가짜뉴스를 확산하며 국민들을 호도하는 것은 많은 사람의 시간과 노력을 갉아먹는 소모적인 행위일 뿐이다. 모두가 마음을 모아 발전을 모색해도 부족할 시간에 이러한 가짜뉴스로 갈등과 반목을 조장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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