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바로가기
신고리 5ㆍ6호기 이후 물량 없어…시공사는 벌써 생존 걱정
페이스북 트위터 네이버
기사입력 2018-03-09 06:00:15   폰트크기 변경      
<뉴스돋보기> 원전 건설 ‘서플라이 체인’ 붕괴

매출 반토막 나고 인력도 급감

해외 원전 수주 ‘마지막 희망’

가동원전 시장 겨냥 주장도 제기

 

원전 프로젝트는 기획(한수원)-설계(한전기술)-주기기 제작(두산중공업)-시공(건설사)-운영 및 관리(한수원ㆍ한전KPS) 순으로 진행된다. 프로젝트의 시작에서 끝까지 순수 국내 기술로 가능한, 몇 안되는 건설품목 중 하나다.

국내 원전산업은 1977년 고리 1호기를 시작으로 정부의 전폭적인 지지 아래 국가산업으로 발전했다. 1987년 영광(한빛) 3ㆍ4호기을 통해 기술자립에 성공했으며, 1999년 울진 3ㆍ4호기에서는 한국형 표준원전(KSNP)를 탄생시켰다. 2009년 12월에는 UAE(아랍에미리트)와 원전 계약을 맺으며 건국 이후 해외 첫 원전 수출이라는 쾌거를 이룩했다. 2016년에는 신고리 3호기 준공으로 3세대 신형 원전의 세계 최초 가동도 이루어냈다.

국내 원전산업이 세계 최고를 다툴 정도로 성장하기까지 주기기 제작과 시공 부문의 협력사, 즉 서플라이 체인의 밑거름이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원전 건설에 투입되는 국내 서플라이 체인은 약 2000여개로 추산된다. 종사자만 6만5000여명에 이른다.

원전 프로젝트는 진입장벽이 높은 데다, 오랜 시간을 두고 대규모로 진행된다. 아직 신고리 5ㆍ6호기가 건설 중(2023년 3월 최종 준공 예정)에 있어, 이들 서플라이 체인이 당장 탈원전 정책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그러나 급격한 먹거리 감소는 시간을 두고 문제점을 드러낼 수밖에 없다. 더욱이 신고리 5ㆍ6호기 이후 건설대기 중인 원전은 없다.

주기기 제작 협력사들은 앞으로 2년 후를 걱정하고 있다. 한 주기기 제작사 관계자는 “2020년 5월 신고리 5ㆍ6호기 주기기 납품이 완료된다. 이때까지 추가 건설 물량이 없다면 문을 닫아야 할 판”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주기기 공급사인 두산중공업은 주기기 제작에 필요한 기자재의 절반은 대기업에서, 나머지 절반은 중소업체에서 조달하고 있다.

시공 부문은 벌써 서플라이 체인 붕괴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플랜트설비공사협의회 소속 업체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지난해 매출이 고점 대비 반토막 난 곳이 수두룩했다. 회사 보유 인력도 거의 모두 30∼40% 줄였다. 시공 협력사 관계자는 “ 지금 플랜트 전문업체들 사이에서는 어떻게 버티느냐가 화두다. 매출이 줄어들면 인력을 내보낼 수밖에 없다. 정부가 탈원전뿐 아니라 탈석탄도 한다고 하니 앞이 깜깜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일단 이들은 해외 원전 수주에 기대를 걸고 있다. 정부는 해외 원전에는 적극적으로 수주 지원을 나서겠다고 밝힌 상태다. 사우디아라비아, 영국, 체코 등을 가시권에 두고 노력하고 있지만, 수주를 장담할 순 없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설계ㆍ제작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하더라도 서플라이 체인이 무너지면 원전 건설은 할 수 없다. 원전 종주국으로 분류되는 미국이 1979년 스리마일 섬 사고 이후 원전을 짓지 않아 오히려 수입을 하는 처지가 된 것을 이해하면 된다”면서, “40년 넘게 국가적 역량을 쏟아부어 어렵게 손에 쥔 원전기술이 사라질 위기에 처한 게 분하고 억울하다”고 울분을 토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가동 원전 시장을 겨냥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가동 원전의 수명 연장은 신규 건설 못지않는 기술적 가치를 지닌다는 주장이다. 이영환 건설연 연구본부장은 “전 세계적으로 가동 중인 원전이 30∼40년에 이르러 가동 원전 시장이 커지고 있다. 가동 원전의 수명 연장은 원전 해체와도 관련이 있다. 우리 정부도 수명 연장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정회훈기자 hoony@

〈건설을 보는 눈 경제를 읽는 힘 건설경제-무단전재 및 배포금지〉

 

프로필 이미지
건설기술부
정회훈 기자
hoony@cnews.co.kr
▶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대한경제i' 앱을 다운받으시면
     - 종이신문을 스마트폰과 PC로보실 수 있습니다.
     - 명품 컨텐츠가 '내손안에' 대한경제i
법률라운지
사회
로딩바